2010.12.12 - 서영남
소고기 미역국, 배추김치, 상추겉저리, 배추된장나물무침, 마늘장아찌, 오이김치, 어묵볶음 그리고 후식은 단감입니다. 고등어 자반이 이제 구워지면 상에 낼 예정입니다. 미역국에 떡국떡을 넣어드렸더니 참 맛있게 드십니다.
오후에 인천교구 빈첸시오회에서 맛있는 돼지불고기와 소고기국을 가져오셨습니다. 손님들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돼지불고기를 먹을까 고등어 자반 구이를 먹을까! 둘 다 드시는 분도 계십니다.
오늘은 민들레 식구들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민들레 식구들 이름은 전부 가명으로 씁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에는 처음 두 분이 지내다가 동윤(가명) 씨가 식구로 합류했습니다. 셋이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민하(가명)씨가 대장 노릇을 했습니다. 심부름 시키고 겁 주고 그랬습니다. 할 수 없이 민하(가명)씨는 다시 노숙생활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근처에서 노숙을 합니다. 식사는 하러 오십니다. 침낭을 마련해드렸습니다. 굉회(가명)씨는 이번에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이 받아드려졌습니다. 다음 주에는 병원에 모시고 갈 예정입니다. 광회(가명)씨는 30여년만에 주민등록을 되살렸습니다.
가톨릭 청년연대 청년들이 와서 연탄나르기를 합니다. 안내한 후에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네 곳에 연탄 이백 장씩 나눠드렸습니다.
광회씨는 밤에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합니다. 이제는 의료급여 카드가 나왔으니 병원에 모시고 갈 수 있습니다.
광회(씨)와 함께 살고있는 동윤(가명)씨는 얼마 전에 건강의료보험 연체를 해결하고 진찰받고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머리가 개운하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막노동을 나가겠다고 합니다. 월,화,수요일에는 희망지원센터에서 독후감 발표를 하고 장려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책을 읽습니다.
민들레국수집 근처의 민들레 식구들 이야기입니다.
가장 최근에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된 용우(가명)씨는 쉰 다섯 입니다. 몇 년을 노숙을 하면서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가능한지도 몰랐습니다. 이번에 신청한 것이 통과가 되었습니다. 이번달부터는 기초생활 급여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틈틈이 민들레국수집에 나와서 설거지 봉사를 열심히 합니다.
천우(가명)씨는 전에는 천안에서 국수집까지 식사하러 오기도 했었습니다.
계양구에서 온 가족이 두 해 동안 살다가 떠난 집을 수리를 해서 삽니다.
연탄보일러로 바꾸었는데 너무 더워서 불을 못 피우겠다고 합니다. 오랜 노숙생활로 더우면 잠을 못 자겠다고 합니다.
안드레아 형제는 요양보호사 일을 했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돈이 별로 안된다고 합니다. 다른 일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고 틈틈이 민들레국수집에서 설거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아 형제의 옆 방에 살던 형제는 얼마 전에 취직이 되어서 떠났습니다. 혹시 노숙하는 어려운 사람 중에 방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옆 방에 지내게 해도 좋다고 합니다.
지적장애가 있던 상희 씨와 함께 민들레 식구가 되었던 양 씨는 상희 씨가 떠난 다음에도 민들레국수집 근처에서 혼자 지냅니다.
조 선생님과 안드레아 형제는 잘 지냅니다. 안드레아 형제는 라보 트럭으로 장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며칠 막노동을 더 해서 장사밑천을 마련해서 신포동 거리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안드레아는 지난 몇 달 동안 민들레 식구들 사는 집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겨울 준비를 했고요. 옥련동 집 수리하고 민들레 책들레 공사 거들고 참으로 중요한 일을 했습니다. 조 선생님은 병원 치료를 계속하시면서 틈틈이 국수집 일을 거들고 계십니다.
성욱(가명)씨는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일을 거들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재찬(가명)씨도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일을 거들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석 달 전에 민들레 식구가 된 관묵(가명)씨는 서울에 취직이 되어서 떠났고요. 찬두(가명)씨와 어르신이 함께 지내십니다. 찬두씨는 일거리를 구하면서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거들고 있고요. 어르신도 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하고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마리아 할머니와 영식(가명)씨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석원(가명)씨는 알코올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이젠 간 수치도 좋아졌습니다. 피부도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13일 월요일에는 퇴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석원씨와 함께 살던 흥석(가명)씨가 좋은 곳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간석동으로 이사했고요. 석원씨가 병원에 입원한 다음에 잠시 석원씨 방에서 지내선 선호씨는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습니다. 민들레 식구가 된지 다섯 해가 넘은 선호씨는 아직 한 번도 혼자 자유롭게 살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껏 항상 더 어려운 식구 돌보느라 혼자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준(가명)씨 가족이 살던 집으로 선호씨가 집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나준씨는 부인과 함께 오랫동안 노숙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부인과 함께 민들레 식구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잘 사는 것 같았습니다. 살만해졌을 때 그만 옛 버릇이 도졌습니다. 컴퓨터 게임에 빠졌습니다. 사고로 몸을 다쳤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돈이 나오면 갚겠다고 여기저기 돈을 빌렸습니다. 방세가 밀렸다면서 방세도 몇 달치를 빌려가곤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살면서 주변에 안면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조금씩 돈을 빌렸습니다. 그러다가 부인을 내버려두고 사라져버렸습니다. 부인은 죽어도 다시는 노숙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나준씨가 다시 찾아올까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국수집 주변의 여인숙 쪽방을 빌려 이사를 시켰습니다. 나준씨는 다시 전에 노숙하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가슴을 치면서 다시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봄에 민들레의 집 식구로 온 아기와 부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꼬마가 이젠 생후 십육개월이 넘었으니 가족이 민들레 식구가 된지 구개월이 넘어갑니다. 아슬아슬하게 사는 모습이 아슬아슬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살아보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첫 손님인 대성씨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몸 상태가 다행스럽게도 좋아졌습니다. 다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서 되었고요. 퇴원하면 다시 국수집 주변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원주에서 온 가족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기성(가명)씨는 자립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일이 가족도 잘 지냅니다.
태준(가명)씨도 잘 지냅니다.
주헌(가명)씨가 이젠 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술을 끊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지난 20일 전후로 술을 마시다가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밤새 불면의 시간을 보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이슬왕자님도 잘 지냅니다. 이젠 담배를 달라고 하면 술과 바꿔먹을 수 없도록 담배를 한 개피 뺸 다음에 건네줍니다.
솔로몬 할아버지는 고시원에서 잘 지내고 계십니다. 오늘은 자선주일이라면서 지갑을 톡톡 털어서 후원금이라 내밉니다. 참^^
민들레 식구들이 서른 명이 넘는 것 같습니다. 조그만한 도움을 드릴 뿐인데도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적이구나! 놀랍니다.
오늘은 미 8군 천주교 교우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미8군 천주교 교우회에서는 몇년 전부터 지금껏 매달 쌀을 모아주시고 선물도 듬뿍 해 주십니다. 교우들께서 양말에 선물을 넣어주셨습니다.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이 걸어놓은 양말에 담아주십니다.
첫댓글 어둔 밤이 있어 새벽이 더욱 아름답고 눈부신 것처럼,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있기에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민들레 국수집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마음이 온누리에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