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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살, 화가살 이야기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듯이 한때 고려의 하늘에서 나는 새도 떨어트릴 만한 권세를 쥐고 휘두르던 신돈이 공민왕의 의심과 미움을 받게 되어 하루 아침에 몰락 해버리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처음 원성 으로 유리 안치 되었다가 기어히 역신 이라는 오명으로 왕명을 받은 사자의 칼 아래 무참히 주살되고 말았디 그가 죽은뒤 불교계는 일시에 말할수 없는 탄압과 박해를 받게 되었다 공민왕은 신돈이 밉게 보이자 그를 죽이고 나서도 그에 대한 증오심이 쉬 가시지 않아 아무 죄도 없는 중 들 까지 모두 그의 도당이라 하여 잡아 죽이라고 명령했다 특히 불교를 이단시 하고 적대시 하던 유신들은 때가 왔다고 생각하여 일시에 들고 일어나 공민왕을 더욱 충동질 했다 " 신돈은 탐욕에 눈이 어두웠고 또 재상가의 부녀자 들만도 몇십명을 망처 놓았소이다 " " 불교는 사도라 신돈과 같은 무도한 요승이 나왔 사오니 차제에 국법으로 금해야 옳을 줄로 아뢰나
이다 " 이러한 극단론 까지 대두되어 마침내 공민왕은 조직적으로 다음과 같은 불교 박해의 포고를 내리고 전국 각처에 방을 써 붙이게 했다 ' 앞으로 불교는 국법으로 이를 금하게 되었다 만일 이를 위반하는 자는 멸족할 것이며 중을 보는데로 모두 잡이들여라 중을 잡아 오는자 에게는 오천냥의 상금과 벼슬을 주겠디 ' 길가는 사람마다 이 방을 읽어 보고는 제각기 한마디씩 했다 이때 서북면 병마 절도사 이성계는 며찰째 심기가 불안해 함흥 사저에 와서 조리 하고 있었다 그는 신돈의 죽음과 불교 박해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마음 속으로 민망해 하면서도 한편 통쾌해 하고 있었다 그는 불교에 대한 박해 보다는 신돈이 죽었다는 데 여간 기쁘지 않았다 왜냐 하면 신돈은 매양 이성계를 은근히 경이원지(敬而遠之)해 외임 으로만 나가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 그가 죽었으니 언젠가는 내직으로 들어 갈수 있겠구나 ' 하고 자기 포부와 앞으로 전개할 일을 구상하고 있을떄 그의 집 하인으로 있던 경삼이가 이성계에게 말했다 ' 소인도 이제 벼슬을 좀 해 봐야 겠습니다 " "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그게 무슨 말이냐 ? " " 아, 거리에 나붙은 방을 보니, 중 한사람을 잡아 받치면 많은 상금과 벼슬을 할수 있다 잖아요 그래 힘께나 쓴다는 소인이 평생 장군님을 모시고 있어봤자 벼슬 한자리 돌아 옵니까요 ! " " 그야, 그렇지 " " 소인도 오늘부터 장군님 댁을 떠나서 중을 잡으러 나설까 하옵니다 벼슬을 하게 될른지 또 알겠습니까 ? " 이 말을 듣고 이성계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상놈이 벼슬은 무척이도 하고 싶은 모양 이구나 아무튼 네마음 대로 하려므나 " 경삼이는 그날밤 아내와 밤새껏 논의한뒤 마침내 이성계 집을 하직하고 송도로 이동하여 성문 밖, 큰 길가에 초막집을 지어 들었다 그리고는 매일 같이 중을 잡으려 나다녓다 그러나 벌써 방문이 나붙은 지라 며찰째 돌아다녀도 중은 구경도 할수가 없었다 중을 잡으려고 다니는 경삼이 못지 않게 그의 아내는 매일 같이 집을 지키고 있으면서 남편이 하루속히 중을 잡아 돈도 벌고 벼슬 하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 많은 중을 잡아야 나도 안방 마님이 되어 호강한번 해볼턴데 그러면 비단 옷도 입고 하인도 부려야지 " 이런 영화로운 꿈을 꾸며 방문 밖을 내다 보니 저멀리 중 한사람이 나타났다 경삼이 아내가 너무도 반가워 사립문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런데 중이 제발로 걸어서 그집으로 오고 있는 것이었다 " 그러면, 그렇치 하늘도 무심 할라구 " 경삼의 아내가 좋아라고 서서 기다리는데 이욱고 중이 가까이 다가왔다 " 앗, 이게 왠일 이오니까 ? ! " 경삼이 아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중 에게 달려 들었다 뜻밖에 중은 바로 자기의 오라버니 였기 때문 이었다 오래전에 출가한 뒤로 소식이 없어 죽은줄로만 알았던 오라버니 였다 " 아니, 네가 그래 언제 이리로 왔단 말이냐 ? " " 함흥서 올라온지 얼마 안되었어요 " " 그래, 참 반갑구나 " " 그런데 이 어려운 시절에 오라버니는 왜 숨지 않고 나 다니새요 ? 어서 안으로 들어 가세요 누가 볼까 무섭네요 " 경삼 아내는 오라비 의 손을 끌다시피 하여 집안으로 들어갔다 " 얘, 여러날 굶었더니 배가 고프구나 찬밥 이라도 없느냐 ? " " 녜,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차려 드릴테니까요 " 경삼의 아내는 부엌으로 나가 밥을 짓는 동안 착잡한 상념이 교차했다 ' 오랫만에 만난 오빠, 하나뿐인 오빠, 동기간 ! 아이 어떡하면 좋담 ? 에잇 오라버니 라면 대수냐, 남편이 벼슬을 해야 내가 안방마님 소릴 듣고 종 딱지를 뗄수 있지 ' 그녀는 벌써 오라비를 잡아 바침 으로서 도래 하게될 영화의 꿈에 도취 되어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밥 한그릇을 고양이 눈 감추듯 하고난 오라비 에게 다락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 지금 밖에서는 야단 났어요 혹시 누가 오면 어떡해요 어서 저 다락속으로 들어가 계세요 " " 나야 잡히면 잡히구, 아무 걱정 없다 " 중은 누이 동생이 권하는 대로 다락으로 들어갔다 이때 경삼이 아내가 바깥에서 다락문을 자물쇠로 잠가 버렸다 남편 경삼은 그날도 허탕치고 피곤한 몸으로 돌아온 것은 날이 저문 뒤였다 그녀는 남편을 향해 생글 생글 웃으며 턱으로 다락문을 가리키었다 " 오늘도 헛탕 이시군요 , 저기 참 중이 " " 저기 뭐라고 ? " 걍삼이 의아해 하며 묻자 아내가 열쇠를 내주며 말했다 " 왔어요, 제발로 걸어서 당신이 구하는 것이 ! " 아내는 만면에 기쁜 빛을 감추지 못하면서 속삭였다 경삼이 자물쇠를 열고 다락 문을 열자 다락 안에서 잠을 자다 말고 깬 중이 일어났다 " 아니, 이게 누구야 ? 처남 아닌가 ? " 처남이 반가와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있던 경삼의 머릿 속에는 순간 벼슬에 한장하여 동기간 까지 팔려는 아내에 대해 묘한 엇갈린 감정이 교차했다 " 처남, 거기 잠깐 잠자코 있게 " 경삼은 다락문을 닫고 아내를 향해 말했다 " 여보, 나좀 보오 " 경삼 아내는 ' 아마 관가에 고하러 가는 가보다 ' 고 생각하고 남편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뜻밖에 남편이 뒤꼍으로 들어 가는 것이었다 " 아니, 여보 그래 어떡할 생각 이세요 ? 어서 관가로 가야 하지 않아요 " " 가긴 가야지 이제야 벼슬 한자리 얻어 하게 생겼군 " " 아이 좋아, 당신은 비장이 되고 나는 안방 마님 소리를 듣고 여보 나 호단 치마에 금가락지 해 줘야 해요 " " 암, 해주고 말고 " 이욱고 그들이 뒤뜰 우물가에 이르렀다 경삼이 우뚝 걸음을 멈추더니 휙 돌아 서는가 싶더니 다짜 고짜로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우악스런 두손으로 몸뚱이채 감아쥐고 번쩍 치켜들며 말했다 " 그래, 이년아 네가 환장한 년이지 , 아무리 벼슬이 좋대도 오라빌 팔아 먹는단 말이냐 내가 비장이 된 뒤에 내 대장이 네년보고 수청을 들라면 너는 얼씨구나 좋아할 년이야 " 이 말과 동시에 아내의 몸둥이를 그대로 우물속 깊숙히 처박아 넣었다 그리고 정신 없이 흙을 퍼 넣어 덮어 버렸다 이욱고 방으로 돌아온 경삼은 다락문을 열고 처남을 불렀다 " 여보게 처남, 이리 나오게, 차남의 누이 동생이 처남을 팔려기에 지금 처치하고 오는 길일세, 모두 벼슬에 환장이 되어 눈이 뒤집혔네 그려 그러나 저러나 용케 여기 까지 왔네 그려 이제는 나다니지 말고 내가 끼니마다 밥을 줄태니 다락에 숨어 있다가 바람이 잠잠해 지거든 어디로 가게나 " " 고마우이, 매부 " 중의 눈에서는 뜨거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날부터 경삼은 조석으로 열심히 밥을 지어 다락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아침만 먹고 나면 사립문을 밖으로 잠그고 중을 잡으러 돌아 다녔다 이때 벽장 속에 숨어 살던 처남은 매일 한술식 넣어주는 밥을 얻어 먹고는 일어나고 자고 했다 그런 생활이 오래 되다 보니 한없이 답답하고 무료 해졌다 그래서 무슨 재미난 소일 거리가 없을까 하고 있는 판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린아이 장난하듯 먹다남은 밥알을 주물러 뭉처 괴상한 짐승 모양을 만들었다 깍고 다듬고 몇일을 손질 하기를 거듭하자 그 짐승이 움직이기 시작 하였다 처음에는 꿈틀 거리기만 하더니 차츰 기고 뛰고 다락 속을 헤매게 되었다 그런데 더욱 괴이한 것은 그 짐승이 쇠붙이를 씹어 먹는 것이었다 무심코 중이 바늘을 내주자 그것을 낼름 받아 노닥 노닥 씹어 먹는 것이었다 중은 신기하여 바늘 한쌈을 다 먹여 보았다 그러자 짐승은 나날이 커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다락에 붙은 쇠못을 먹이니 그것도 덥썩 덥썩 받아 먹었다 그리고는 눈에 띄게 차츰차츰 커 가는 것이었다 이욱고 다락안의 못이며 가위며 말이며 쇠붙이란 쇠붙이는 온통 주워 먹고 나더니 이제는 밖으로 나돌면서 솥뚜껑 이며 쟁기. 보습, 괭이, 삽, 낫 할것 없이 닥치는 대로 주워 먹으며 우악 스럽게 커 갔다 그리하여 그 괴물이 큰 강아지만 했을때 하루는 다락에서 나가더니 다시는 돌아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후, 몇일이 지난 어느날 경삼이 그날도 중을 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왔을때 처남이 다락 문을 열고 나오더니 말했다 " 이걸 잘 간직 했다가 이 담에 나라에서 큰 일이 생기거든 펴 보게 그러면 좋은 일이 있을 걸세 " 그리고 그날 밤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런데 몇일이 지나자 송도 한양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 쇠를 먹는 짐승이 닥치는 대로 먹어댄다는 것이었다 ! " 이 이상한 소문은 삽시간에 송도 전역에 퍼저 나갔다 실지로 송도 사람들은 이 이상한 짐승을 가까이서 볼수 있었다 나라 에서는 군사를 동원하여 활로 쏘고 창과 칼로 짤러도 보았다 그러나 짐승은 활도 받아먹고 창과 칼도 척척 받아 먹었다 그 이후에도 짐승은 나날이 커 갔다 집집마다 다니며 가마솥 과 부삽, 괭이 , 삽, 보습, 화살, 칼, 창 등 모든 쇠란 쇠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주워 먹었다 참으로 큰일 이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방문을 크게 써서 붙였다 그러나 짐승은 이상 하게도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 이 괴물을 잡는 자에게는 오만 냥의 금과 높은 벼슬을 주며 이미 지은 죄가 있어도 다 용서 하겠노라 ' 이때 경삼이 중을 잡으려 돌아 다니다가 이 소문을 듣고 ' 옳아, 처남이 준것을 펴 봐야 겠다 ' 하고 헝겁에 쌓인 것을 풀러 보았다 그러자 그 속에는 간단히 ' 火可殺 ' 이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 경삼은 그 길로 이성계를 찿아갔다 오랫만에 이성계는 경삼을 반가히 맞이 했다 " 그래, 그동안 중을 하나라도 집았느냐 ? " " 중은 못 잡았습니다만 장군님의 덕분으로 벼슬을 할것 같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린고 ? " " 요즘 쇠를 먹는 짐승을 잡으면 돈과 벼슬을 준다는 뎁죠 ? 소인이 잡아 보겠습니다 주선 하여 주옵소서 " " 그래라, 그야 어렵지 않지 " 이리하여 경삼은 이성계의 집 마당에 큰 쇠더이를 쌓아 놓게 하고 사흘을 기다렸다 사흘이 자나자 쇠 냄새를 맡고 그 쇠먹는 짐승이 어슬렁 어슬렁 나타났다 그러자 수많은 구경꾼 들이 주위에 몰려 들었다 경삼은 부싯돌을 들고 가만 가만 짐승의 뒤로 다가 갔다 짐승은 쇠를 먹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때 경삼은 짐승의 꼬리에 부싯돌을 그어대자 순간 짐승이 있던 자리에 밥알로 만든 조그마한 짐승 한마리가 엎어져 있을 뿐이었다 왁자하니 모여든 군중들과 이성계와 그 밖의 재상들이 놀라운 눈초리로 이 광경을 지켜 보았다 이리하여 괴상한 짐승은 완전히 송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래서 경삼은 많은 상금을 받음과 동시에 높은 벼슬에 올랐고 새로 아름다은 부인을 맞아 아들,딸 낳아 잘 살게 되었다 그리고 이성계가 등극한 후에는 벼슬이 한층 높아저서 명문 귀족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그 짐승이 처음에는 죽이지 못하는 것이어서 不可殺] 이라 했다가 나중에는 경삼이 불로 잡았음 으로 火可殺 이라 했는데 이후 불가살이라고 전래 되었다
분별 없는 처녀의 마음
어느 산골에 예뿐 처녀가 살고 있었다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나 마땅한 신랑감이 나서지 않아 조바심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장군 총각이 이 처녀의 이야기를 듣고 찿아와 결혼을 하자고 청혼 하였다 이 처녀는 그 말을 듣자 마음이 흡족하여 좋은 신랑감 으로 생각 돼 결혼을 승락 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튼날 이었다 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들이 또 이 처녀의 소식을 듣고 찿아와서 청혼을 하였다 처녀는 어제온 총각 장군 보다 더 잘 생기고 돈도 많은 부잣집 아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처녀는 어제의 약속을 저버리고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기로 약속 하였다 그런데 몇일 후 나라의 왕자가 찿아와 역시 그녀에게 청혼을 하였다 처녀는 어제의 청혼 약속을 저버리고 왕자와 결혼 하겠다고 말해 버렸다 왕자 라면 장차 임금이 될 몸 이기에 장군 이나 부자 따위는 비교도 않될 좋은 자리 였기 때문 이었다 그래서 문재가 생겼다 서로 자기와 결혼 하기로 했다며 처녀에게 내세우자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눈앞, 좋은것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 고민 하다가 결국 자살의 길을 택했다 이 처녀를 묻은 무덤 위에서 지금까지 볼수 없었던 한 송이 꽃이 피었는데 이상 하게도 꽃잎은 왕자의 왕관을 닮았고 꽃 술은 부자의 황금을 닮았고 꽃 대궁은 끗끗하여 장군을 닮았다 이꽃이 바로 오늘날의 할미꽃 이라한다
고려의 여인을 요구한 원 나라
고려 충열왕의 왕비인 원 나라의 공주는 양가의 딸을 골라서 원의 황제에게 바치고자 했다 홍규의 딸도 이 후보에 올라 있었다 그래서 홍규는 딸의 장래를 위해 여러 가지로 세력 있는 사람들 에게 뇌물을 받처 피해 보려고 했으나 벗어날 도리가 없었다
하는수 없이 홍규는 그의 친구인 한사기 에게 상의 했다 " 내 딸의 머리카락을 자르면 면 할수 있을까 ? 설마 까까머리 여인을 데려 가지는 않겠지 ? " " 그러다가 자네에게 까지 화가 미치겠네 딸이야 이왕 피할수 없는 몸이지만 자네는 성 해야지 않겠나 " 그러나 홍규는 듣지 않고 딸의 머리카락을 잘라 버렸다 공주는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여 홍규를 잡아다가 모진 매질을 했고 홍규의 딸에게도 가차 없이 추궁을 했다 " 이는 제가 스스로 한 일이옵고 저의 부친은 전혀 모르는 일 이옵니다 " 홍규의 딸은 모진 매질 속에서 온 몸이 난도질 당하면서도 아버지를 감쌌다 결국 홍규는 섬으로 귀양 보내지고 딸은 원나라 사신 아고대 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약소국의 설움이란 예나 지금 이나 다를바 없다 다만 운명론 적으로 말하자면 주어진 숙명 일까 그것을 피하려다 오히려 화만 자초한 꼴이 되고 만 셈이다
메뚜기와 개미와 딱총새
어렸을 적에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할머니 께서 손자에게 들려 주시던 이야기다 개미와 메뚜기와 딱총새는 무척 다정한 친구 사이였다 하루는 메뚜기가 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고 죽죽 미끄러저나가는 것을 보고 칭찬 하면서 모두 부러워 하였다 그러자 기분이 아주 좋아진 메뚜기가 뭍으로 올라오며 ' 왜들 이러신다냐 ' 하면서 자기의 이마를 탁 첬다 너무 세게 첬는지 머리통이 그만 뒤로 비스듬 하게 훌렁 벗어져 버렸다 이때부터 메뚜기 머리가 지금처럼 뒤로 비스듬이 꺽여지개 되었다 그리고 구경하고 있던 개미와 딱총새는 그것이 어찌나 웃으웠던지 개미는 웃다 웃다 허리를 너무 쎄게 잡고 웃는 바람에 그만 허리가 지금처럼 잘록하게 되고 말았다 한편 배꼽을 잡고 웃던 딱총 새는 개미가 허리를 잡고 윳다가 그꼴이 된것을 보고 소리 내어 웃어 대다가 자기도 혹시 벌을 받지 않을까 하여 양손으로 입을 꽉 움켜쥐고 웃었다 그렇게 얼마간 웃다가 보니 메뚜기와 개미도 자기를 처다보며 자꾸 웃는 것이었다 그래서 ' 응 ? 이상 하다 ' 하고 자기의 입을 만저보나 입이 길쭉하게 앞으로 삐져 나와 있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주둥이가 너무 길어 흉물 스럽게 이상하게 된것은 이때 함께 너무 웃다가 그렇게 되었다 한다
원왕 생가
신라 문무왕때 일이다 광덕 과 엄장 이라는 두 사문은 우정이 매우 돈독한 사이였다 그들은 먼저 극락으로 들어간 사람은 서로 꼭 알리기로 하자고 다짐했다 광덕은 분황사 서쪽 마을에 은거하여 신 삼는 일을 생업으로 하여 아내와 함께 살았다 그리고 엄장은 남악에 암자를 짓고 대규모로 경작에 힘쓰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해 그림자가 붉은 빛을 띠고 소나무 그늘이 고요히 저물어 갈 무렵 엄장은 창 밖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 나는 벌써 서방(극락세계) 으로 가네, 그대는 펀안히 머물다 속히 나를 따라 오도록 하게 " 엄장은 문을 열고 살펴 보았다 멀리 흰구름 밖에서 하늘의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광명이 땅에 뻗어 있었다 아튼날 엄장은 광덕의 거처를 찿아가 보았다 과연 광덕은 죽어 있었다 그래서 엄장은 광덕의 아내와 함께 유해를 거두어 장사 지내고 나서 광덕의 아내에게 말했다 " 남펀은 이미 먼저 같으니 나와 함께 같이 사는게 어땋겠소 ? " 그러자 광덕의 아내가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엄장은 자기의 거소로 돌아가지 않고 광덕의 아내 집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즈음 엄장이 광덕의 아내에게 동침을 요구 했다 그러나 광덕의 아내가 부끄러움과 혐오가 섞인 웃음을 띠며 말했다 " 스님이 극락을 구하는 것은 물고기를 구한다며 나무에 오르는 것과 같은 격이라 할만하오 " 엄장은 동거를 허락했던 광덕 아내의 이 뜻밖의 태도에 놀랍고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 광덕이 그러고도 이미 극락에 깄는데 난들 안될게 뭐 있겠소 ? " 이말을 들은 광덕의 아내가 차분히 말했다 " 그분과 저는 10여년간 동거 했지만 일찍히 하룻밤도 잠 자리를 같이 한적이 없소 그분은 매일밤 몸을 단정히 하고 정좌 해서는 한결같이 아미타불의 명호를 암송 하기도 하고 또는 십육관(극락 세계에 왕생하는 문호가 된다는 16종의 관문)을 짓기도 했으며 觀(관)이 이미 완숙 해진뒤 밝은 달이 창에 들어오면 그 달빛에 올라 때때로 그 위에서 가부좌를 하기도 했소 정성을 다 하기 이와 같았으니 비록 서방 정토로 가지 않으려 한들 어디로 가겠소 ? 대게 천리를 가려는 자는 그 첫 걸음으로 이제 스님의 관은 동방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할수 있을 지언정 서방으로 간다고는 할수 없는 일 입니다 " 엄장은 부끄러워 물러 나왔다 그리고 곧 원효 법사의 거처로 가서 득도의 요체를 간절히 요구 했다 그러자 원효 법사가 정관법( 靜觀法)을 지어 기도 했다 엄장은 이에 스스로 깨끗이 하고 뉘우처 자책하며 일념으로 시계의 관을 닦았다 그리하여 서방 세계로 갈수 있었다 광덕의 아내는 바로 분황사의 노비였다 그는 19 웅신(관음 보살이 중생을 교화, 제도하기 위하여 교화, 제도 받을 기류의 차이애 상응하여 각기 다른 19 가지 모양으로 나타내는 몸) 의 하나였다 광덕은 일찍히 아래와 같은 시가를 읊었다
달님 이시어, 어제 서방 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전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존을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리워 하는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으, 이 몸을 남겨두고 48 대원 모두 이루도록 하시 옵소서
죽은 닭고기를 먹네
농촌에 사는 집에 젊잖은 손님이 찿아 왔다 아주 친하고 귀한 손님 이었는데 시장이 가깝지 않아 우육을 사올수도 없고 해서 급 하게 손님에게 닭을 잡아 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자들이 총 동원 해서 닭을 잡아 차려 손님 방에 들여 갔다 손님은 집을 떠나 여러날이 되어 시장기가 들었던 참이라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부억 앞에서 빠꼼히 방안을 들여다 보던 그집 아이가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 아유, 죽은닭을 먹고 있내 " 그 소리를 들은 손님은 마음이 섬뜩 했다 본래 그 집에서 닭 까지 잡아 대접 할것 같지 않았는데 닭을 잡은것을 보니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라 철없는 아이가 죽은 닭의 고기라고 하니 마침 죽은 닭이 있어 대접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반찬과 밥을 조금 먹고서는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고 수저를 놓았다 그리고 조금 후에 어른 들이 없는 틈을타 뜰에서 노는 그집 아이를 불러서 물어 보았다 " 얘, 너희 닭이 어떻게 해서 죽었니 ? 병이나서 죽었니, 개가 물어서 죽었니 ? " " 우리 어머니가 도망 가는 닭을 뛰쫓아 가서 붙잡아다가 칼로 멱을 따니까 그만 푸드덕 푸드덕 하다가 꼬르락 꼬르락 하고 죽었어요 " 그러자 손님이 중얼 거렸다 " 야, 어린놈 한테 속았구나 - - - "
송명흠의 지조
조선 영조때 송명흠은 어려서 부터 글을 읽어 약관의 나이로 학자로서 촉망을 받았다 영조가 그 사람됨을 알고 몇번 이나 불렀으나 사양하며 조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무렵 사도세자 사건이 있었다 영조는 사도세자를 죽이기로 작정 하고 관례에 따라 대신들과 이름난 학자들을 어전으로 불러 이 문제를 상의토록 했다 송명흠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왕의 뜻이 이미 세자를 죽이기로 굳힌것을 눈치챈 대신과 학자들은 괜한 소리를 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꿀먹은 벙어리 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때 송명흠이 혼자 나서서 말했다 " 전하, 폭군으로 만대에 지탄을 받고 있는 제왕들도 자식을 죽이는 악행만은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전하 께서 그 선례를 남기려 하옵십니까 ? " 영조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격노해서 송명흠을 내 쫓아 버렸다 그리고 선전관에게 칼을 내리며 명령했다 " 너는 바로 송명흠의 뒤를 밟아 도중에 어느집을 들르거든 두말 없이 그와 그 집주인의 목을 베어 오너라 만약 곧장 집으로 가거든 따라 들어가 왕 명으로 형을 집행 하러 욌다고 말해라 그래서 그가 언망하는 기색이 없거든 살려주고 조금 이라도 딴 소리를 하거든 단칼에 목을 베어 오너라 " 영조가 이렇게 명령한 데에는 나름 대로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 이었다 당시 당파가 여러 파로 나뉘어 싸우던 때라 그가 어느 당파의 사주를 받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진실로 왕실을 염려하고 나라를 위한다 면서 당파를 등에 업고 사주를 받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송명흠은 어전에서 쫓겨난 순간 부터 자기가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직감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왕명이 도착하기만 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 한대로 얼마 안있어 선전관이 들아 닥치더니 참형을 받으라고 큰 소리로 외첬다 송명흠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순수히 목을 내 밀었다 " 마지막 으로 할 말이 없느냐 ? " " 전하 께서 죽음을 내리시는데 신하된 자로서 어찌 거역 할수가 있겠소 " 선전관은 그때야 칼을 거두며 비로서 왕의 뜻을 이야기 했다 송명흠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차갑게 말했다 " 그것은 왕이 신하를 농락 하는 짓입니다 예로부터 아무리 군왕 이라도 신하를 농락 해서는 안되며 왕명은 중대 하므로 한번 떨어지면 돌이킬수 없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결과가 둘로 나타나는 명령은 있을수 없으니 내 목을 베어 왕명을 바르게 하십시오 " 선전관은 그 자리를 빠저나와 영조에게 사실대로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