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날으는 슈퍼맨' '타잔' 등이 TV 전파를 타자 이번엔 슈퍼맨과 타잔 흉내를 내던 어린이들이 숨지는 사고가 자주 났다. 6살 어린이가 헝겊 보자기를 망토처럼 걸치고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는가 하면 울산 창원 등에서는 집안 감나무에 줄을 매달고 타잔 흉내를 내던 어린이들이 목에 줄이 감겨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90년대에는 정말 황당한 사고도 있었다. 한 세탁기 회사가 "사람을 넣고 세탁기를 돌렸더니 투명인간이 되더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낸 직후의 일이다. 서울에서 한 초등학생이 5살 남동생을 세탁기에 넣고 가동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부모에게 발견됐다. "동생을 멋지게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다"는 아이도 아이려니와 말이 안 되는 광고를 아이들에게 여과 없이 내보낸 광고주가 부모는 더없이 미웠다. 주부클럽을 거쳐 방송위를 통해 해당광고의 '방송 불가'조치를 받아냈지만 그들의 화가 풀렸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슈퍼맨 원더우먼 같은 초인 흉내를 내다 숨진 아이에게 당시 프로를 방영했던 방송사가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졌다는 얘기도 별반 없다. 미국서는 80년대 흉내 내다 숨진 아이의 부모가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미디어 학자들은 그런 사례들을 두고 지금도 머리를 싸맨다.
TV가 가구당 1대에 육박하던 70년대 말, 80년대 초 사고가 집중적으로 난 것도 특이하다. 그 이후 사고가 준 것은 TV가 어엿한 가족의 일원이 되었지만 거기서 보여주는 현실은 '가상'이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됐기 때문일까. 그래서 아이들이 나도 슈퍼맨 원더우먼이 될 수 있다는 꿈에서 깨어났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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