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의 방법(方法) / 구산 스님
청산에 저 분묘(墳墓)가
나의 청춘 아니런가
묻노라 백골이여
주인공은 어디맨고
인생 백년 먼 듯하나
3, 4초를 못 넘느니.
한평생을 산다 하나 호흡[氣息]은 순간이다.
명재일식지간(命在一息之間)이라,
사람의 목숨이 숨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있으니
어찌 무상(無常)치 않은가?
어느 것을 "나 "라 하며 믿을 곳이 어디인고?
곰곰히 생각하고 진정한 안심처(安心處)를 찿으려면
선(禪)의 길을 결택하라.
좌선을 하고자 면벽관심(面壁觀心)을 할 때에
화두(話頭)가 없이 눈을 감고 모든 번뇌를 끊으려고 앉으면
망상이 한없이 일어난다.
망상을 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반대로 더욱 치열하게 일어나는 것이
마치 풍랑처럼 더욱 번거로워져서 오히려 큰 병이 된다.
화두는 팔만사천 번뇌망상을 제거하는
청룡보검(靑龍寶劍)이며 명약(名藥)이다.
마음도 부처도 물건도 허공도 아닌 한 물건이
"이 무엇인고? "라고 참구하라.
이와 같이 생각할 때에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목마른 이가 물을 찾듯이,
어린애가 어머니 젖을 생각하듯이,
늙은 부모가 삼대독자를 생각하듯이,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닭이 알을 품듯이 간절하게 생각해야 한다.
늙은 쥐가 뒤주를 뚫고 쌀을 내어 먹는 것은,
뒤주를 뚫되 슬금슬금 끊임없이 오래오래 갉으면
필경에 뒤주가 뚫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꾸준히 간절하게 "이 뭣꼬? "를 찾으면
견성성불(見性成佛)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담장 밑의 고양이가 쥐 잡는 모양을 보라.
담장 밑을 슬금슬금 지나다가 쥐가 구멍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고양이는 소리 없이 구멍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숨어서
쥐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눈이 뚫어지도록 노려본다.
그때는 고양이 옆에 사람이나 닭이나 개가 와도 오가는 줄을 모르고,
다만 쥐구멍만을 바라본다.
만약 쥐가 얼씬만 하면 번개같이 달려가 쥐를 잡는다.
참선을 하는 사람도 지혜롭게 마음의 당처(當處)를 반조(返照)하며
화두를 의심하다가 끝코를 잡을 시기가 도래하면 화두에 중량이 생겨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어 놓을래야 놓아지질 않는다.
또 자리에 한번 앉으면 하루가 순간이고 하룻밤 역시 잠깐이다.
그때는 몸이 허공에 뜬 것 같고
지구도 있는지 없는지 모를 지경이며
몸은 허공을 나는 것처럼 가벼워진다.
그런 때는 화두를 생각하려고 노력을 아니 하여도
저절로 화두가 성성(猩惺)하게 들린다.
화두를 버리려고 하여도 버려지지 않고 저절로 성성히 들린다.
공부하는 불자(佛子)들이여!
이와 같이
불거이자거(不擧而自擧)하고
불사이자사(不思而自思),
들지 않아도 스스로 들리고
생각지 않아도 저절로 성성한 시기가 오거든
그 시기를 부디 잃지 말지어다.
이 몸은 불전(佛前)에 향로처럼 부동하고
섭심(攝心)은 냉수처럼 담박하고 모든 일에 등한하며
마음에 일이 없고 일에 마음이 없으면
자연 점입가경(漸入佳境)하여 여롱여치(如聾如痴)하되
설었든 공부는 익어지고 익었던 업습(業習)은 설어져
자연히 심지가 경쾌하고 영대(靈臺)가 밝아질 것이다.
보조국사(普照國師)께서 말씀하시기를
성적(惺寂)을 등지(等持)하라고
고구정녕(苦口정寧)하게 일러 주시었다.
성성적적(惺惺寂寂)은 옳다.
자신이 제기하는 화두가 안으로는 성성(惺惺)하고
밖으로는 모든 환경에 적적(寂寂)한 것은 옳고,
성성망상(惺惺妄想)은 옳지 않다.
화두는 어디론지 달아나 버리고 망상만 성성한 것은 그르다.
적적성성(寂寂惺惺)은 옳다.
외적 환경에 적적하고 내적 화두가 성성한 것은 옳고
적적혼침(寂寂昏沈)은 옳지 않다.
밖으로 모든 환경이 적적하지만
안으로 화두 없이 혼침한 것은 그르다.
성적등지(惺寂等持)
정혜쌍수(定慧雙修)
그럼 우리가 실(實)답게 수행하려면
어떻게 심성(心性)을 가져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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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산 선사
1909년 음력 12월 17일 전북 남원시 내척리 출생
1937년 29세 때 입산 출가
1938년 초파일 송광사 효봉선사를 은사로 5계 받음
1939년 4월 통도사 해담화상을 계사로 비구계 받음
청암사 정각토굴 정진 선(禪)수행 기반 닦음
1954년 여름 5백자 혈서로 정화결의
1955년 초대 전남 종무원장에 취임하고,
1957년 광양 백운산의 상백운암을 중건하고 정진
1960∼67 년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1962년(54세) 대구 동화사 주지
1969년(61세) 송광사에 조계총림 초대 방장화상
1969년 9월 5일 불일회(佛日會) 총재 겸 총회장
1972년(1차) 1979년(2차) 1982년(3차)미주순방
1973년 송광사에 국제선원 개원
1982년 스위스 불승사 개원, 미국 카멜 대각사 개원
1983년 12월 16일 송광사 삼일암에서 입적
*주요저서 1975년 「7바라밀」,
1980년 「석사자(石獅子)」
NINE MOUNTAINS, THE WAY OF KOREAN ZEN 등
출처 : 블로그 나를 찾는 불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