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 이지은 씨
- “삶의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희망을 전달할게요”
가벼워진 옷차림이 반가운 계절이다. 가까운 센터나 공원을 찾아 운동하는 이들도 늘었다. 그 점에서 시각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초에 만난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 이지은 씨는 “시각장애인도 움직임의 욕구가 크고, 운동에 대한 관심도 많다”고 말했다. 요가 수업을 통해 건강뿐 아니라 생기도 불어넣고 있다는 이지은 씨에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요가 수련 방법과 자세를 들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1급)이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도 활동 중입니다. 요가 프로그램은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진행 중인데, 일주일에 1회 수업합니다. 공간과 지도 역량 등을 고려해 클래스에 3~4명의 수강생을 지도하고 있어요. 센터 관계자가 신청 인원이 많아서 고민이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요가 수업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Q. 지난해에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함께 요가 영상을 제작했다고 들었어요.
A. 코로나19 이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체육시설 운영이 축소되었고, 실내 생활이 주가 되다 보니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정말 안타까웠어요.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님께서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셨을 때 흔쾌히 참가 의사를 밝힌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에요. 실내 운동 콘텐츠가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시각 정보 습득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콘텐츠는 부재했으니까요. 음성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요가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요가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건강 증진 및 장애인 인식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희망했지요. 영상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었는데요, △ 명상과 몸풀기 △ 우르드바하스타사나 △ 우타나사나 △ 런지, 로우런지 △ 플랭크 △ 차투랑가 △ 코브라 자세 △ 다운독 △ 수리야나마스카라 △ 마무리 스트레칭 등 총 10편으로 구성했어요.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어요. “설명이 자세하고 동작도 쉬워서 좋다”는 모니터링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했고요.
Q. 요가 입문은 어떻게 하였나요.
A. 요가 강사로 활동하기 전에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로 일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컨디션이 좋지 않고 이곳저곳 몸이 아픈 게 운동 부족인가 보다 싶더라고요. 여러 운동을 접해봤지만 시각장애인이 운동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간편한 운동을 찾던 중 요가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는 김에 자격증반에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사실 수강 신청부터가 쉽지 않았어요.
Q. 그렇군요. 왜 그러했나요.
A. 저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저시력 장애인이 되었는데요, 특이하게도 시야의 중심부부터 시력을 소실한 상태예요. 화면 낭독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고 흰지팡이로 보행하기 때문인지 “시각장애인이라 배우기가 어려울 것 같다” “시각장애 수강생을 가르쳐본 적 없다”며 거절당하기 일쑤였어요. 복지관의 요가 프로그램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시간이나 반 구성을 보면 제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요가협회 자격증반에서 저를 수강생으로 받아주셨고, 그게 제 삶에 큰 변화를 일으켰어요. 담당 선생님께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요가 레슨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하셨거든요. 종종 수업 중 “자, 이렇게 하면 돼요”라는 시각적 시현이 있을 때 주춤하기도 했지만, 결국 수업 후 제일 늦게 나가는 열정적인 수강생이 되었습니다. 2019년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는 방문 요가 수업을 하면서 수련을 했고요.
Q. 요가의 매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요가는 인도 수행자들이 심신 수양을 위해 하는 동작에서 유래되었어요.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차분한 운동이지요. 댄스 등 동작을 중요시하는 운동을 할 때에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신체 동작을 확인하잖아요? 그러나 요가는 거울을 사용하지 않아요. 시각적 확인보다는 신체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직관으로 적절한 동작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적격인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운동도 그렇겠지만 요가는 처음에 배울 때 올바른 동작을 자기 몸에 체화해야 해요. 요가의 가장 큰 장점은 매트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제가 익힌 건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동작과 호흡을 중요시하는 ‘빈야사’입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있다 보면 신체의 유연성이 저하되고, 그럴수록 바이오리듬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요가는 비교적 정적인 운동이지만, 근력과 지구력 등도 기를 수 있어요.
Q. 요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이 있나요.
A. 수강생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할 때 아쉬움을 느껴요. 시각장애인 수강생들이 더 자주 수업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저 또한 연령별, 특성별로 반을 나누어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여러 기관의 정기 커리큘럼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최근 ‘블라인드요가’라는 이름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제가 지닌 요가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서 만들었지요. 영상을 보면서 하면 도리어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기에 오로지 소리를 통해 요가 동작을 소개하고 익히도록 만들었어요. 대개 시각장애인은 몸 움직이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활동하는 데 소극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성격에 따라 내성적 또는 외향적으로 나뉠 뿐 장애 자체가 움직임의 장벽이 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강사로서의 활동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의 활동도 열심히 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요.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기 있는 일상을 만끽하기를 소망합니다. 지면을 통해 간단한 요가 동작 두 가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소고양이 자세
척추 건강의 대표적인 자세입니다. 척추를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척추의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순환을 돕습니다.
1. 아기가 기어가는 듯한 자세를 취합니다. 바닥을 짚은 양 손바닥은 어깨 넓이로, 바닥에 댄 무릎은 골반 넓이가 되어야 하고, 발등이 바닥에 닿는 게 아닌, 발끝을 세워 지지한다는 느낌의 자세를 잡아요. 이때 무게 중심은 배에 두면서 목과 등의 선이 아치 모양을 이루게 됩니다. 등이 테이블처럼 평평하게 펴지기에 테이블 자세라고도 합니다. 이때 팔꿈치는 살짝 구부리세요.
2. 소가 하늘을 바라보며 “무우” 우는 듯한 자세로 숨을 들이마십니다. 목과 등이 U자 모양을 그리게 돼요.
3. 마셨던 숨을 토하면서 턱 끝이 쇄골에 닿을 때까지 목을 숙이고 고양이가 등을 세우는 것처럼 등이 위로 동그랗게 말아서 올라가게 해줍니다. 발끝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 앉은 산 자세(파르바타사나)
오십견 예방에 좋은 자세입니다. 거북목 예방 및 개선에도 좋습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분들께 추천해요.
1. 손바닥이 바깥을 향하도록 손깍지를 껴주세요.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팔을 뻗고, 숨을 마시면서 천천히 머리 위로 들어 올립니다.
2. 팔꿈치 안쪽이 양쪽 귀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팔을 올려주세요. 어깨가 올라가는 느낌이 아닌, 옆구리가 당겨 올라간다는 느낌으로 진행합니다.
3. 잠시 숨을 멈추고 깍지 낀 손바닥이 하늘을 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호흡을 토하며 천천히 팔을 내려주세요.
김수정·신혜령 기자
* <손끝으로 읽는 국정> 186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