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쉬는 틈을 타 중계 카메라를 들여다 보고 있다(사진=삼성) |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전이 경기마다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하며 6차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연한 이유로 양팀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구장을 찾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8경기 가운데 7경기가 매진된 것에서 볼 수 있듯 구장에 들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까닭일까.
프로야구 시청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10월 17일 잠실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중계한 MBC ESPN의 시청률이 좋은 예다. 이날 현장 제작을 담당한 MBC ESPN의 평균 시청률은 3.56%였다. 이 기록은 올시즌 전체 케이블 스포츠채널의 프로야구 시청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여기서 놀라긴 이르다. 왜냐? 순간 시청률이 무려 7.37%나 나왔기 때문이다.
모 지상파 PD는 “케이블 스포츠채널 시청률 7%대는 지상파로 친다면 50%가 넘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이라고 말했는데 인기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과 ‘엄마가 뿔났다’를 합쳐 ‘조강지처가 뿔났다’를 만들어도 그만한 시청률을 기록하기 힘들다는 게 방송계의 설명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끝으로 생중계는 지상파 3사가 맡을 전망이다. MBC ESPN, KBS N SPORTS, SBS SPORTS, Xports 등 한시즌 동안 프로야구 중계를 이끌었던 케이블 스포츠채널은 지연방송과 녹화중계를 담당할 예정이다. 케이블 스포츠채널간의 프로야구 시청률 경쟁이 실질적인 막을 내린 셈이다.
<스포츠춘추>에서 프로야구 순위싸움 만큼이나 숨 가쁘게 전개됐던 케이블 스포츠채널 4사의 시청률 경쟁을 돌아봤다. 국내 양대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 미디어 코리아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공식자료와 방송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어느 케이블 스포츠채널이 시청률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롯데가 휩쓴 시청률 ‘Top 10’
올시즌 프로야구 흥행은 롯데가 이끌었다. '부산행 야구열기'가 전국을 강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 전문조사기관인 TNS 미디어 코리아가 제공한 2008 프로야구 시청률 ‘Top 10’을 살펴보면 롯데의 흥행 돌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잘 알 수 있다. ‘Top 10’을 기록한 10경기 모두가 롯데의 경기였다. 명실 공히 2008 프로야구 시청률 1위 팀이었다.
‘TNS 미디어 코리아Top 10’
9월 19일 사직 두산과 롯데전에서 기록된 평균 시청률 2.953%을 비롯해 8월 29일 대구 롯데와 삼성전에서 집계된 2.264%까지 흥행 대박을 이룬 경기의 중심에는 항상 롯데가 있었다. 케이블 스포츠채널들이 앞 다퉈 롯데전을 중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op 10’ 가운데 4경기에나 이름을 올린 삼성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삼성은 롯데, KIA, LG와 함께 프로야구 시청률 '빅4'로 꼽혀왔지만 몇 년 간 시청률에서 LG, KIA에 다소 밀렸었다. 그러나 올시즌 채태인, 박석민, 최형우 등 젊은 타자들이 화려한 공격야구를 선보이며 그간 주춤했던 시청률을 상당부분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입으로는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하루에도 몇 개나 짓는 대구시의 무능과 무비전에 진절머리가 난 대구지역 야구팬들이 사회인 야구장만도 못한 대구구장을 외면하고 TV를 켠 것으로 보인다.
전통의 고시청률 팀 KIA는 방송사들의 눈물겨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 이에 반해 두산은 롯데와 짝을 이뤄 정규시즌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팬 증가를 시청률로 대변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결과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TNS 미디어 코리아의 집계와 다른 게 있다면 시청률 ‘Top 10’ 가운데 1, 2위가 바뀐 정도다. 물론 시청률 ‘Top 10’을 전부 롯데가 휩쓸었기에 대세엔 지장이 없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Top 10’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서도 삼성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LG도 나름 3경기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을 펼쳤다. 팀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유니폼에 집중할 줄 아는 LG팬들의 수준 높은 응원이 고시청률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두 시청률 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정규시즌 1위 SK와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보이는 한화의 시청률은 예상보다 낮았다. 특히나 SK가 두 조사기관의 ‘Top 10’에 전혀 들어있지 않은 건 충격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의 한차원 높은 야구가 시청자들에게 외면이라도 받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한 케이블 스포츠채널 PD는 “SK 이전에 인천을 연고지로 삼았던 태평양, 현대도 시청률은 늘 하위권에 머물렀다”며 “SK는 오히려 지난해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지금까지의 상승세를 끌고 간다면 서울 연고지 팀들과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는 8개 구단 모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야구선수를 광고모델로 등장시키고, 야구를 테마로 한 광고를 제작하는 등 야구붐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조만간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부분 방송전문가들의 예상이다.
MBC ESPN 수성, SBS SPORTS부활, KBS SPORTS 질주, Xports 선전
올시즌 프로야구 시청률 ‘넘버 1’스포츠채널은 MBC ESPN인 것으로 밝혀졌다. MBC ESPN은 , TNS 미디어 코리아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서 각각 평균시청률 1.07, 1.181%를 기록하며 2005년 이후 3년 연속 프로야구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특히나 두 조사기관의 시청률 ‘Top 10’을 독식하며 프로야구 중계의 메카임을 증명했다.
여기다 2006년 이후 시청률 0.1% 이상이 증가하는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수성과 발전을 동시에 이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주요 광고주들이 MBC ESPN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NS 미디어 코리아 케이블 4사 연도별 비교
케이블 스포츠채널의 맏형격인 SBS SPORTS는 2006, 2007년의 부진을 털고 부활에 성공한 느낌이다. 지난해 케이블 스포츠채널 3사 가운데 가장 낮은 프로야구 시청률을 기록했던 SBS SPORTS는 올시즌 시청률이 0.205%나 뛰며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기세다. 제작국 내 7명의 PD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야구팀을 조직해 1년 내내 발로 뛴 결과라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KBS N SPORTS의 올시즌 프로야구 시청률은 입이 쫙 벌어질 만큼 놀라운 변화였다. KBS N SPORTS는 케이블 스포츠채널 4사 가운데 보급 가구수가 가장 적다. 전체 케이블시청 가구수가 가장 많은 MBC ESPN과 Xports를 ‘10’으로 봤을 때 KBS N SPORTS는 ‘8’ 정도로 SBS 스포츠의 ‘9’에 비해서도 떨어진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케이블 4사 2008 비교
특히나 지방 보급률이 낮다. 2006년 준플레이오프 한화와 기아전이 열린 대전과 광주의 KBS N SPORTS 시청률이 '0'에 가까웠던 건 지금도 방송가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다. 여기다 케이블 스포츠채널 4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메이저 스포츠 프로그램이 없는 KBS N SPORTS는 오직 프로야구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KBS N SPORTS는 두 조사기관의 시청률 집계에서 SBS SPORTS를 누르고 0.73%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시청률 상승폭이 MBC ESPN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Xports는 프로야구 중계 데뷔 첫해 치고는 꽤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MBC ESPN에 이어 프로야구 시청률 2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수년간 미 메이저리그 중계를 한 덕분에 Xports의 보급 가구수는 다른 스포츠채널을 압도한다. 기존에 탄탄하게 다진 시장을 바탕으로 MBC ESPN이 독식한 ‘Top 10’에서 유일한 견제세력으로 등장했다.
한국프로야구>일본프로야구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이승엽이 가로 막는다.” 2005년 요미우리에 입단한 이승엽이 42개의 홈런을 때리며 선전할 때 당시 야구계에 돌던 말은 그랬다. 방송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승엽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야구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대신 안방에 앉아 요미우리 경기를 지켜보는 바람에 국내프로야구 시청률은 코스피 지수처럼 바닥을 치기 일쑤였다.
TNS, AGB닐슨 일본프로야구 시청률 비교
그러나 올시즌 이승엽이 줄곧 부진하고 국내프로야구가 인기몰이를 한 덕분에 일본프로야구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웬만한 이승엽 요미우리 경기는 평균시청률 2%를 넘기곤 했다.
이채로운 건 4년째 요미우리 홈경기 중계를 맡고 있는 SBS SPORTS보다 요미우리 원정경기를 중계하는 MBC ESPN의 시청률이 높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두 방송사의 일본프로야구 시청률은 거의 2배나 차이가 났다. 중계권료는 SBS SPORTS가 MBC ESPN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