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엄경'의 관세음보살
/ 김호성 교수
사람들은 [화엄경]을 좀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대승경전이라’고 존중하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겁내면서 피하는 감이
없지않아 보입니다. 이른바 경이원지敬而遠之입니다.
사실은 어렵지 않은데 말입니다. 누가 저에게
“도대체 [화엄경]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경전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화엄경]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경전이라” 대답할 것입니다.
첫째는 “중생이 곧 부처라”는 이야기이고,
둘째는 “끝없이 중생을 이익케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갖는 관세음보살이
[화엄경] 안에서 등장하는 것은 바로
“끝없이 중생을 이익케 하라”는 것과 관련됩니다.
물론 [화엄경]은 그 전반에 걸쳐서
“끝없이 중생을 이익케 하라”고 말씀하시지만,
특별히 그 이야기를 극적劇的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이
[입법계품入法界品] 입니다.
'입법계품'은 지금 산스크리트본도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많이 이야기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많이 읽는다면 책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입법계품'은
선재善財라는 이름의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소년 선재가 53선지식을 찾아다니면서 가르침을
구하는 이야기가 바로 '입법계품'의 내용입니다.
진정한 스승과 진정한 제자의 모습을
아름답게 펼치고있습니다.
그렇게 소년 선재가 찾아뵈온 선지식,
즉 스승 중에서 28번째가 바로 관세음보살입니다.
소년 선재가 제기하는 질문은 늘 똑같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이런 것입니다.
이제 제 인생을 새롭게 한번 살아보려고 합니다.
중생의 삶은 버리고, 보살로서 새롭게 태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보살로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입니까?
그렇게 하려면 도대체 제가 공부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을 53선지식 모두에게 다 제기합니다.
28번째의 스승 관세음보살에게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소년 선재가 찾아뵈온 53선지식이
모두 스승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정히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묻는 자는 제자이고,
답하는 자가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공부하는 사람들의 병폐는 묻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물어보아야 제대로 된 대답을 얻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서 그렇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소년 선재에게 스승이 53명이나 필요했던 것은
바로 그 스승들이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보완해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설사 부족할지라도,
대답을 듣는 것이 낫습니다.
새로운 출발의 기점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소년 선재에게 제시한
관세음보살의 대답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제가 쉽게 풀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자네는 이미 많은 선지식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왔네.
사실 내가 자네에게 해 줄 이야기라고는 별로 없네.
나는 평생 자비를 실천하는 일에 관심이 있거든.
그 외에는 내가 아는 것이 없어.
다른 것은 정취正趣보살에게 가서 여쭈어 보게나.
이것이 그 전부입니다. 관세음보살이 소년 선재에게
제시한 가르침을 [화엄경]에서는
'대비법문광명지행 大悲法門光明之行' 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큰 자비를 실천하여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관세음보살의 주특기이자 전공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관세음보살은 중생제도에
여념이 없으시며 매우 바쁘시다. 그래서 일손이 좀 부족하다”
라고 하는 관점을 투영해서 이 문맥을 읽어보면,
결국 관세음보살이 요구한 것은
“내가 하는 자비실천의 행을 자네가 좀 도와주게나.
자비실천에 동참해 주게나” 라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됩니다.
“관세음보살=구제자”라고 하는 맥락에서 본다면,
도움을 주는 자는 관세음보살이고
도움을 받는 자는 우리 중생이 됩니다.
하지만“관세음보살=스승”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도움을 주는 자는 우리 중생들이고,
관세음보살은 도움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제자가 스승을 도와드리는 관계가 됩니다.
절에서 ‘상좌上佐 스님’이라 할 때에도
“웃어른을 돕는다”는 뜻입니다.
대학에서는‘조교助敎’라는 말이 있는데,
이 역시“교수를 돕는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도움으로써,
그러한 ‘돕기’를 통하여 스스로 성숙해 갑니다.
제자 스님은 어른 스님으로,
조교는 교수로 성숙해 가는 것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_()_
- 김호성교수 / 김호성교수 저- '관세음보살'
- 그 림 / '물방울관음보살도'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스님 감사합니다
'나는 그대들을 깊이 공경하고 감히 가벼이 여기거나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모두 보살의 도를 행하여 마땅히 성불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상불경보살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