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기구(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가은 2113시간이다.
OECD 조사 대상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두 번째이고 회원국 평균보다 347시간 더 많다.
1인당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1.8달러로 OECD 평균 46.8달러의 68%에 불과하다.
현명하게 일하지 않으면 오래 일한다고 해서 꼭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정치권에서 '저녁이 있는 삶' 이라는 슬로건은 잊을 만하면 등장하지만, 직장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직장인들에게 야근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 단기적으로 일이 몰려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딱히 할 일이 없는데도 상사를 따라 사무실에 남아있는 눈치 보기 야근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어쨌든 산업 현장에는 밤을 잊고 일에 몰두하는 직장인이 많다.
▣ 정말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정보기술(IT) 업체와 게임업체에서 수프트웨어나 게임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Crunch Mode)' 라는 이름으로 주말도 없는 노동과 야근을 강행한다. 크런치 모드는 '마감 직전의 중요한 기간' 이라는 뜻의 '크런치 타임(Crunch Time)' 에서 나온 말이다.
크런치러는 단어가 단단한 게 으스러질때 나는 소리여서 더 공감이 간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의 한 조사에 따르면 게임 출시를 앞둔 평균 노동시간이 주당 60~85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사람들 즐거우라고 만드는 게임이지만 정작 개발자들은 죽을 맛인 시기다.
▣ 지난해 게임회사 넷마블네오에서 크런치 모드로 일하던 20대 직원이 과로사했다.
이 죽음이 최근 크런치 모드 과로사로는 처음으로 업무상 제해로 인정받았다.
일주일에 89시간이나 일한 적도 있다는 이 젊은이는 일요일 오전 "오후에 출근한다" 고 통화한 뒤 쓰러졌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로사라는 점도 충격적이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 게임업계에서 '1년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자조가 나오는 현실이다.
주성원 / 동아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