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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링위안 텐쯔산에 있는 어필봉 전경. 마치 황제가 쓰던 붓을 꽂아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
주자이거우가 물구경의 으뜸이라면, 장자제(張家界)는 산구경의 으뜸이다.
한 때 중국 산수화에 나오는 기암괴봉의 모습을 보며 그들 특유의 과장법으로 치부했던 적이 있다. 중국인 스스로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그림들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사실은 장자제의 발견으로 입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자제의 공식 명칭은 우링위안(武陵源)이다. 도연명의 소설 ‘도화원기’에 등장하는 상상속 마을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따온 말이다.
장자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년 가량에 불과하다.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투자(土家)족들만 농사를 지으며 조용히 살고 있었다. 1980년대 초 이 지역 출신 화가가 장자제의 산수를 담은 그림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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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제 미혼대에서 바라본 후화원. |
우링위안은 장자제, 텐쯔산(天子山), 쒀지위(索溪 山+谷) 등 3개 지역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이중 장자제가 중국의 첫번째 국가삼림지구로 지정되면서 ‘우링위안=장자제’로 혼용되고 있다.
우링위안 관광의 백미는 역시 장자제 구간이다. 360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면 위안자제(袁家界)라는 곳이다. 장자제의 중심풍경구이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너럭바위 미혼대(迷魂臺)에 섰다. 순간 눈앞에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진다. 작게는 100m, 크게는 400m 높이의 뾰족바위 수백개가 버티고 서 있다.
마치 100층짜리 초고층빌딩들이 도열하고 있는 형상이다. 후화원(後花園)으로 불리는 이 곳의 경치는 장자제 풍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바위 틈마다 자라난 상록수와 단풍나무들이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걸려있고, 봉우리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들이 펼쳐진다. 아찔한 장관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풍광이 만들어졌는지, 돌연 숙연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곳은 3억8,000만년 전 바다속 땅이 융기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융기된 지역은 사암으로 된 평평한 땅이었다. 지반이 약해 오랜 기간 풍화와 침식, 붕괴를 거치는 과정에서 규암으로 굳어져 이런 모습이 됐다. 그래서인지 바위 꼭대기 부분은 평평한 편. 여기에 일년 내내 안개가 끼어있어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미혼대를 지나 만나는 천하제일교는 지상에서 357m 지점에 만들어진 세계 최고(最高)의 천연 다리다. 이 곳을 지날 때마다 관광객들은 오금을 펴지 못한다.
우링위안에서 최근 개발된 텐쯔산은 5㎞에 달하는 고속케이블카를 타?묘미가 일품이다. 장자제 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황제가 쓰던 붓을 꽂아두었다는 어필봉(御筆峰), 선녀가 꽃을 바치는 모습을 닮은 선녀헌화(仙女獻花) 등 이름과 닮은 바위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빼곡히 들어선 기암괴석이 조금 지루해진다 싶으면 쒀지위 자연보호구를 찾는다. 장장 11㎞에 달하는 황룽(黃龍)동굴과 인공으로 조성된 보펑후(寶峰湖), 십리에 걸쳐 기암괴석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쓰리화랑(十里畵廊) 등 볼거리가 기다린다. 무엇을 보더라도 상상한 것, 그 이상이다.
/장자제(중국)=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여행수첩] 주자이거우·장자제 여행
지난 해 9월 주자이ㆍ황룽공항이 생기면서 주자이거우 여행이 쉬워졌다. 청두에서 하루 22편의 항공기가 오간다. 소요시간 40분. 인천에서 청두까지는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매주 화, 목, 일 3차례 운항한다. 인천-청두는 3시간40분, 청두-인천은 3시간20분 걸린다.
주자이거우 여행은 대체로 인근 황룽 관광고 연계된다. 여행지들이 대체로 고지대이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하고 기압이 낮아 고산병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공항이 해발 3,500m인데다 황룽으로 여행하는데는 해발 4,400m 높이의 언덕을 지나야 한다. 황룽관광의 하이라이트인 우차이즈도 해발 3,700m 지역에 있다. 고산병을 극복하려면 무리한 운동을 삼가고 천천히 걷는 것이 최고. 이 두 가지만 잘 지켜도 고산병 증세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여행전에 현지에서 판매하는 고산병억제 약을 먹거나 여행지 입구에서 판매하는 간이 산소마스크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한 방법. 고산병증세가 나타나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산지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증세는 금세 사라진다.
아직 한국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진 지역이 아니라 현지 음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김치, 김, 컵라면 등 비상용 식량을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장자제에선 우리 돈이 통용된다. 특히 1,000원짜리 지폐가 유용하게 쓰이니 미리 준비해가면 좋다.
모두투어(www.modetour.co.kr)는 주자이거우와 3,000여개의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황룽,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수도였던 청두를 둘러보는 3박4일 상품(89만9,000원)과 4박5일 상품(94만9,000원)을 내놓았다. 장자제, 청두코스도 3박4일 상품(86만9,000원)과 4박5일상품(99만9,000원)을 선보이고 있다. (02)728-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