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사회복지 참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불자 복지사와 미래복지에 대한 기획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사진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복지프로그램. 불교신문 자료사진 |
20년 후 복지국가 진입
노인복지 급성장 예측
사찰의 유휴토지 활용한
소규모 집단 노인시설 등
다양한 정책 생산 필요
요양보호사 자격 갖추면
병든 노스님 수발하며
정부급여도 받을 수 있어
신학대학은 벌써부터
사회복지사ㆍ복지전담 공무원
‘맞춤형 교육’도 진행
중장기 전략을 마련할
불교정책팀 마련 ‘절실’
정부에서 내년까지 복지전담공무원 채용을 완료한다.
향후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전담공무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게 된다.
복지정책은 또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복지법인 사외이사제도 등
을 통해 ‘거버넌스’ 행정을 추구하는 추세다.
불교계가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5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면서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많은 복지시설을 위탁하거나 건립했다.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를 읽고, 위상에 걸맞은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할 시기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불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짚어봤다.
# 20년 후 복지환경
20년 후 우리사회의 복지는 어떤 형태일까.
답은 현재의 인구형태를 진단하면 간단히 도출된다.
우리나라는 날로 출생률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고령화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아동복지의 중요성이 강조돼 아동관련 복지시
설의 기준이 엄격해 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더불어 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의 확대도 예상된다.
노인복지는 어떤 형태로 진행될 것인가. 베이비붐(1958~
1963년생) 세대가 10년 후면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비교적 넉넉한 노후자금을 확보한 이 세대는, 자식의
봉양을 받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제도에서 살아온 세대라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대규모 실버타운이
아니라 소규모 집단시설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즉 자연경관이 좋은 지역에 10~20세대가 모여 살면서
식당과 편의시설을 공유하고, 생활은 펜션 같은 집에서
각각 독립된 생활을 하는 방식이다.
공동시설과 노인들을 관리하는 사람은 사회복지사나
노인요양보호사 등 자격을 가진 사람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구조도 이런 전망에 근거를 보태고 있다.
우리의 산업구조를 보면 외국에 공장을 지어 돈을 벌고,
국내에서 소비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점차 “국가에서 국민에게 돈을
나눠줘 소비를 촉진시키는 형태”로 바뀔 전망이다.
일본의 현 정책이 이런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시행중인 바우처제도, 노령연금제도 등이 대표적인 형태다.
사단법인 연꽃마을 이사장 각현스님은 “날이 갈수록 개인은
기계화, 조직화되고 생활은 바빠지게 될 것이다.
더불어 종교시설은 공동화(空洞化)될 것이다. 불교가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사찰 시스템을 변화시
키지 않을 경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노인복지는 크게 65세에서 74세의 전기고령노인과 75세 이상의
후기고령노인 정책으로 구분된다.
우리는 현재 전기고령노인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점차
후기고령노인 중심의 정책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불교계에서 이런 점을 감안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연구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정부의 복지정책은 ‘자격을 가진
사람에 의한 복지’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제도가 전담공무원 제도.
2011년 정부는 2014년까지 전국에 복지전담공무원
7000명을 증원키로 한바 있다.
복지전담공무원의 업무는 사회복지분야 정책수립
집행업무, 사회복지사업 계획 수립 및 집행관리,
사회문제해결, 복지상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노인문제, 장애인문제, 아동복지 등 각 계층별
복지 증진을 위한 복지정책 추진이다.
즉, 복지 전반에 대한 실무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지원조건은 사회복지사 2급 이상 자격을 갖추면 된다.
학력과 나이는 차별하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사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향후 전담공무원 주도의 복지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될 것”
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맞춰 대다수 신학대학에서는 몇 년 전부터 4학년을
대상으로 ‘공무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 공무원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및 복지전담
공무원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것.
한신대학교 신학대를 졸업한 권 모 씨는 “많은 신학대에서
4학년 때는 신학이 아니라 취업관련 자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복지사 자격을 필수적으로 취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불교계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미래 복지의 흐름을 예측하고, 중장기 전략을 마련할 정책팀 마련이 절실하다.
정책팀은 불교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정책 가운데 불교계
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점을 찾아내 적극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을 비롯해 불교계 복지법인은 시설 관리의
수준을 탈피해, 국가 복지정책에 대한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한다.
개신교는 이미 교회의 운영시스템에 맞춘 지역아동센터,
재가노인보호시설, 요양방문제도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정치권에 제안하고, 제도화시켜 운영하고 있다.
한 인사의 말처럼 “정부에서 돈 받아 선교활동을 하면서, 칭찬까지 듣는”형세다.
인재육성은 더 중요한 문제다.
수년 전 경북의 한 사찰에서 오랫동안 머물던 공양주 보살이
노환으로 별세한 일이 있다.
병이 깊어지자 사찰에서는 자손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자식들은 오지 않았다. 별세하고 나서야 절을 찾아왔다.
그리고는‘밀린 임금’을 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인근 공무원도 사찰과 공양주를 잘 알고 있었지만 법적
으로 정당한 요구에 사찰은 기천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해당 공무원은“대중 스님 가운데 한 분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었어도, 오히려 자손에게 보호에 따른
비용을 받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스님들의 경우 사회복지사 자격증,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추면 사찰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병환이 든 노스님을 수발하는 경우,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추고 있으면 그에 따른 급여를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또 사찰에서 아동을 보육하는 경우 등에 자격증의 유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국가의 복지정책은“자격을 갖춘 사람이 한다.”는 원칙아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시한 소규모 노인시설을 운영하는데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수다.
사찰의 유휴 토지를 활용해 노인시설을 운영한다면 포교와 복지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때 자격을 가진 스님이 필수적이다.
# 불자육성 요원한가
복지전담 공무원과 관련해 불교는 몇몇 관심 있는 불자들의 응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복지관 현장의 실무는 불교계가 운영하고, 이를 지도하는 복지정책 수
립과 예산 집행은 개신교인이 담당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보다 시급한 문제는 그나마 현재 불교계가 운영하는 복지시설 구성원의 다수가 불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복지관을 운영하는 스님들은“불자를 채용하려고 해도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고 직원에게 불교 소양교육을 시키는 곳도 드물다. 영통종합사회복지관, 서호노인
복지관, 청주북부종합사회복지관을 운영하는 수원사의 경우 신규 직원을 대상으로 불교
기초교리를 수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템플스테이와 수련회 개최 등을 통해 직원에게‘불교가 무엇인지’전달하고 있다.
그 결과 연등축제, 부처님오신날 행사 등 지역 불교계 주요 행사가 있으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진행을 담당하고 있다.
불자 복지사를 육성하지도 않고, 직원에 대해 불교를 전하려고도 하지 않는 불교의
현 복지실태를‘순수한 자비심의 발로’로만 보고 있을 것인가.
# 청암사승가대학의 경우
청암사승가대학은 지난 2011년부터 구미대와 위탁교육을 체결, 학인 스님들이 전문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학인 스님들은 입학과 동시에 구미대 특수보육계열 아동복지과에 입학해 아동복지
전문학사,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실기교사 2급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또 소정의 교육을 통해 노인요양보호사 등의 자격증도 딸 수 있다.
청암사는 “복지와 포교를 생각하는 학인 스님들이 승가대학에서 수행하고 공부하면서
사회복지사 등의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출가수행자의 사회 봉
사활동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은 인터넷 수강으로도 가능하다.
고졸의 경우 2년간 필요한 과목을 인터넷으로 수강하면 전문학사 자격과 사회복지사
자격이 주어진다. 전문대졸 이상은 1년이면 가능하다.
이런 필요성을 인식한 대한불교청년회는 올해 5월, 경기지구에서 운영하던 불교사회
교육원을 인수해 확대운영에 들어갔다.
우호철 화성시문화원장(전 경기지구 회장)은 “2010년 지방자치 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2명을 비롯해 총 528명의 사회복지사가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에 당선됐다.
이같은 현상을 볼 때 사회복지에 대한 정책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며
“시설 수탁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스님과 불자들이 자격증을 갖추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향후 20년 이내에 복지국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복지정책은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한다”는 원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복지시설에서 소규모 복지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중장기적 안목이 절실한 시기다.
[불교신문29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