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하루, 귀환 국군포로 위한 오찬 행사 열어
영웅의 제복 입고 모인 국군포로들, 이제 생존자는 11명뿐
6·25전쟁 당시 조국을 위해 싸우다 북한군에 붙잡혀 수십 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탈북한 국군포로 생존자 7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에서 올해 6.25 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제공한 ‘영웅의 제복’을 입고 나타난 어르신들은 19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국군포로가족회(대표 손명화)와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대표이사 김광일)가 마련한 오찬 행사에 참석했다.
정전협정 이후 스스로 북한을 탈출한 귀환 포로는 80명으로, 이중 현재까지 살아계신 분은 11명뿐이다. 이날 행사에는 지방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4명은 참석하지 못했다.
행사를 주관한 따뜻한 하루의 김광일 대표는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었고, 고령의 어르신들이 생전에 제복을 입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얼마 전 북한에서 49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린 한병수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자녀들이 아버지가 정부에서 마련해준 제복을 한 번도 못 입고 하늘나라에 가셨다고 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90세를 웃도는 만큼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어르신들의 제복 입은 사진을 남기는 게 꿈이라서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 행사가 끝날 즈음 ‘깜짝 손님’도 등장했다. 신분을 밝히기를 꺼린 개인 후원자로, 국군포로 생존자가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따뜻한 하루를 통해 오찬 행사 비용을 후원했다. 그는 직접 마련해 온 건강식품과 영양제 등을 한 분씩 챙겨드리면서 어르신들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살 수 있다며, 만나 뵙게 돼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 이 후원자는 초등학교 1학년생 자녀와 함께 작성한 손 편지를 하나씩 어르신들께 나눠 드리기도 했다. 후원자 가족은 손 편지에 ‘대한민국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덕분에 저희가 이 땅에서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생과 헌신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적었다.
따뜻한 하루와 국군포로가족회는 이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거주지를 직접 찾아가 행사장까지 모셨으며, 오찬 이후에는 한 사진관으로 모셔 7명의 어르신 모두 각각 기념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따뜻한 하루 관계자는 인생의 남은 날 중 가장 멋진 모습을 남겨드리고 싶은 마음에 사진관에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군포로 강희열 씨는 “국가보훈부로부터 제복을 받고 집에서 한 번 입어보고 매일 쳐다만 보고 있었다”며 “제복을 입고 자랑하고 싶었고 동지들을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우리 귀환 용사들을 초청해 주셔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육군 상사, 강희열 감사합니다, 충성”이라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하며 경례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군포로 유영복 씨는 “북한에서 47년이나 잡혀 있다 보니 한국 사회를 몰라 보상금을 다 잃고 기초수급자로 지내기도 했다”면서 “따뜻한 하루에서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우리를 후원해 주고 배려해 주신 것에 대해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는 외교통상부 소관의 국제구호 NGO 단체로, 수년 전부터 국내와 해외 참전용사 후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초부터는 국군포로 생존자들을 위한 후원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