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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9월을 슬기롭게.
24절기 중 처서와 입추가 지나 제법 선선한 날씨는 이제 무거운생각들을 덜어버리고 즐길만한 곳을 찾아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좋은 계절이다.
요즘은 한 달 1년만 지나도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어떻게 이 나이까지(85)를 살아 왔을까?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도 확실하지 못한 지난날들을 뒤 돌아보게 한다.
어쩧면 매년 겪는 행사처럼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들으면 특히 바닷가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한 번 여미고 기다릴 수밖에 별 도리없다. 9월7일(토)로 정 해놓은 성묘겸 종제(벌초) 만나기로 한 그 날 태풍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90객 노인이 먼길을 약속 때문에 주말열차(KTX)를 예약 하셔서 10시경 곡성역 도착이라 하신다. 밤 부터 몰아치는 태풍을 이기려는 심정도 아닌 것을 불이나게 여수엑스포역에서 09:10시 무궁화호로 곡성역에(10:05)내리자 바로 하행열차와 교차 후 주말손님이 꽤 많이 내린다. 맨 뒤에 나오신 형님을 보고 손을 흔들어 반겼다. 태풍으로 포기 했다면 역에 내리신 형님의 심정이 어뗏을까? 를 예측해보니 기적같은 보람이다.
고향에서 선산을 지키며 벌초를 책임져야 하는 자랑스런 종제 얼굴 한번 더 보며 점심 한끼 히자는 형님의 심정을 감지 하고 압록 참계탕집으로 동생 내외를 내려오랬다.
중식 후 날씨가 좋아 마을로 들어가 성묘를 할 수있었다. 16호 태풍(링링)이 사과밭 피해도 없었고, 과일은 아직 푸르기만하다. 형님과 나는 약간의 위로품을 내 놓고 봉정 현삼(조카)차로 봉정서 알토란 한 봉지(3㎏) 씩을 마련해 주어 봉정 고개를 넘어 곡성역으로 오는 길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에 잠기니 가슴이 울컥거렸다.
아뭏든 자근 배려와 용단으로 큰 일 한가지를 이루어 냈다는 자부심이 마음 한구석을 채워 든든하다.
현삼이 연락을 받고 제 자형 장 서방이 달려와 큰 삼촌의 마음을 훈 훈 하게한다.
공교롭게도 서울과 여수로 헤어져야하는 열차시간도 17:20시다.
현삼은 큰삼촌 짐을 장서방은 내짐 가지고 홈에 나와 서울 형님(KTX)교차하면서 이산 가족처럼 네 사람이 서로 손을 흔들면서 상행먼져 출발하고 5분후 여수무궁화호는 내려온다.
오늘도 이렇게 보람된 기적의 역사가 한폭 이루어 지는 시간이 소중 할 뿐이다.
그로 부터8일 후 17호(타파)가 또 한차레 할퀴고 지나가면서 가두리 양식장 피해가 컸지만 형님께서는 21일 잠 못 이룬 동생 걱정이시다. 심려 (心慮)마세요.! 피해는 없습니다.
여수는 축복받은 고장이라고 나는 자랑삼아 전해드린다.
2019. 9. 16 주 촌이 생각나는 대로 한 마디
곡성역 홈에서 장서방과 남은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