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냉전 체제는 이미 붕괴 되었으나 이념으로 두동강 난
이 땅에서는 여전히 색깔론이 엄존한다.
사실 극좌 체제 전복자들의 상징적 색깔인 "빨갱이"는 있어도
소위 수구 꼴통 보수를 상징할만한 "파랭이"란 건 없으니,
오늘은 수제(首題)의 색깔론-회색분자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과
관계 된 글을 인용해 내 초록 내지 백색의 색깔을 내 보이고자 한다.
하기사 극좌우 양극 편에 있는 자들은, 공히
자고로 동과 서를 막론하고, 특히 정치 이념으로
국토 분단이 됐거나 정치 헤게모니 쟁탈전을 치루고
있는 내전 당사국에는 다들 이 회색분자들을 성토하고
자기네 편에 안 든다고 오히려 적보다 더 조심스레 한다.
눈 설설 돌리며 깜박거리면서 갑을 양편을 눈치로
저울질하며 제 실속이나 팍팍 채우는 이기적 기회주의자들,
이쪽저쪽을 들락거리면서 양다리 펼쳐 어제는 저쪽에서
오늘은 이쪽에서 저 소리 이 소리 개소리까지 하고 다니는
요시랭이 (임진왜란 때 첩자 요시라) 짓 하는 첩자 같은 자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차든지 뜨겁지도 않고 미지근하기만 한
우유부단의 대명사 적당주의자들, 어쩌다 출세 졸부 된 자들은
강자 앞에서는 살살거리나 약자 앞에선 목에 힘 빳빳히 세운다.
이 또한 전형적인 꼴볼견 회색 분자지 그 뭐라 부르리.
과거 빨치산이나 백골단이란 정예분자들 눈에는 이들 모두 다
내부의 적인 가짜 혁명가들이다.
소속, 주의, 노선이 뚜렷하지 않은 이른바 회색분자들 말이다.
2008. 6. 22 “세계일보” 조병철 논설위원이 쓴 “정명(正名)이란
글은 다음과 같은데, 요즈음 인구에 회자하는 이 회색분자를
보는 극좌 극우 양극 편 사람들은 한 번 쯤 읽어 볼만 하다 :
"얼굴은 훔쳐도 되고 이름은 훔치면 안 된다? 성형수술 얘기는 아니고 법원 판결 얘기다. 서울고등법원은 나이트클럽 등에서 예명 ‘박성민’으로 활동하며 가수 박상민씨를 흉내 낸 임모(41)씨에게 박씨 사칭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수염을 기르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외모를 따라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사물의 존재를 인식케 하는 표지인 이름의 가치는 철학과 윤리의 주요 바탕이 돼 왔다. 서양 철학은 논외로 치고 공자, 노자, 순자 등 동양철학의 개창자들은 이름으로 그들의 사상을 개진하였다. 오늘까지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공자는 정치의 근본을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正名)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이 이름, 즉 명분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한 것도 그의 영향 때문이란 주장이 강하다. 역사상 현실과 타협을 주장하는 주화파가 배척되고 원칙과 명분을 강조하는 주전파가 숭상 받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현실론자나 온건론자, 협상파나 실용파는 한꺼번에 회색분자로 매도돼 그 어디에도 서 있을 곳을 찾지 못하는 것도 같은 연유다. 근자에 실용이 발붙이기 힘든 풍토를 빗대 오죽했으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극언까지 나왔겠는가.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을 들고 나왔을 때 우리 사회와 불화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소고기 촛불집회는 그 예측을 사실로 입증시켰다. 촛불집회의 밑바닥에는 명분론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 국제법상 이런 말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대한민국의 ‘검역주권’을 침해했다는 한마디로 모든 것은 끝났다.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을 부르짖는 과학적 담론이나 통상 현실론은 소귀의 경문보다 못했다.그러나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면 이름처럼 처참하게 짓밟히는 것도 찾기 쉽지 않다. 이름이 높거나, 널리 알려진 유명인을 만나 보면 그 실체의 초라함에 놀란다. 서푼어치도 안 되는 허명(虛名)이 천지에 판치고 있다. 어제의 대학자, 지조인, 민주투사, 개혁가, 시민운동가였던 유명인이 오늘 권력에 빌붙고 돈에 굽실거리며 이름을 먹칠하고 있지 않은가.‘명예는 성냥과 같다’고 한 마르셀 파뇰이 이름의 허망함을 갈파했지만 그래도 이름값 좀 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나는 내 몇 친구들 간에 불러주는
자호(自號) "자록(自綠)"이 듣기 싫지 않다.
나는 내 4 세조 자호변(自號辯) "백운(白雲)"을
참말로 좋아하며, 이 할아버지께서 언행으로
보여주신 우리들 21세기 지향 세계를 동경하고 산다.
나는 결코 꼴통보수도 대단한 무슨 진보도 아니며,
아니 그렇게들 일괄 매도 당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굳이 색깔로 불려진다면 청록이나 순백색이면 유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