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은행그린공원 테니스장
현대식 설비로 재단장한 시흥시 은행그린 공원 테니스장
5월 8일, 시흥시에 있는 은행그린공원 테니스장을 찾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켰다. 비둘기 공원 주차장 위에 만들어 진 테니스장 5면은 새로 지은 집처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어울림, 시흥에이스, 모닝이라고 쓰여 있는 라커룸은 고급 맨션처럼 꾸며져 있었고 화장실과 샤워 룸에서는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와 예사롭지 않았다. 더군다나 연두와 초록으로 농도를 달리하는 나무들이 펜스 밖에서 풍성한 봄빛을 품고 있어 품격 있는 코트의 조건은 다 갖추었다. 과연 이 코트는 언제 만들어 진 것인지 궁금했다. 마침 1997년부터 19799년까지 시흥시테니스 협회 회장을 지낸 박광용 고문을 만나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이 코트는 제가 협회장 재임 시 만든 다섯 군데 코트 (대야동, 비둘기공원, 매화동, 거모동 배수지코트)중의 하나로 1997년에 클레이로 만들어졌고 지난해 22년 만에 하드코트로 재정비 되었다. 이 코트를 새롭게 단장하기까지는 시 관계자와 시장님의 협조를 받아 유방현 전임 협회장님과 임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한 결과다. 현 이경욱 협회장님은 코로나가 소멸되면 개장식도 하고 테니스 저변확대와 동호인의 체력증진에 도움이 될 만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관람석에 햇살이 비치자 자동으로 된 그늘막이 펼쳐지고 기자는 깜짝 놀라 다른 코트들도 이런 시설을 한다면 참 편리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코트는 맨 처음 대야동 코트 혹은 복지코트로 불렀는데 정확한 명칭은 은행그린공원 테니스장이다. 22년 전 시의 협조를 받아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을 위한 무료 테니스 교실을 이 코트에서 운영했는데 그 당시 1기로 입문해 테니스를 배웠던 어머니들이 지금은 국화부가 되어 활동하고 있으니 참으로 뿌듯한 추억이다. 또 당시 2000년에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육성해 윔블던에 출전시키자는 '윔블던2000' 운동이 펼쳐졌다. 시흥시도 포항시와 함께 참여해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데 이 코트를 활용했다.”
22년의 역사를 가진 이 코트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 주신 박 고문은 현재 코트 운영 책임자인 김진수 코치를 소개했다.
김 코치는 “이 코트는 시에서 위탁을 받아 시흥시테니스 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어울림과 시흥에이스 그리고 모닝등 세 클럽 150여명의 회원들이 사용하고 매 달 코트 사용료를 받아 시설유지 및 시설충당금으로 모아 놓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까지는 회원이 아닌 시흥시민이 테니스장을 이용하고 싶을 때는 온라인으로 예약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미리 전화(010-8891-1126)로 예약해야 한다. 평일 주간에는 시간당 6천원, 라이트는 7천2백원에 임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수한 실력에 성실성까지 겸비한 김 코치가 상주한 이 코트에서는 누구라도 레슨이 가능하다. 주중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받는 레슨, 주말 반은 따로 횟수를 정해서 레슨 받을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을 때는 잠시 코트를 폐쇄한 적도 있었다지만 가까이에 좋은 시설을 갖춘 은행그린공원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시흥시 동호인들은 큰 축복이자 부러움을 살 만 하다.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고 나면 서울 근교에 있는 동호인들이 예약해서 운동할 만한 멋진 코트임을 소개한다.
건강 상류층 시흥에이스클럽
5월8일 어버이날. 웬만하면 가족들과 보내야 하는 날이나 미리 클럽 탐방 취재를 하는 날이라고 연락을 받은 시흥 에이스 클럽 회원들이 모였다. 일정이 바쁜 회원들은 먼저 떠나고 늦게까지 남아 운동하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사진 몇 컷을 찍었다.
시흥에이스 클럽은 시흥 토박이 클럽이다. 30여 년 전에 '송죽회'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운동하던 코트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코트를 옮겼고 IMF가 터지면서 클럽 운영이 어려워 에이스 클럽과 합해 시흥 에이스 클럽으로 탄생되었다.
회원들은 50대 중후반이 대부분이고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화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저녁 시간에 시흥 은행그린테니스장에서 운동한다. 다만 주말에는 오전에 모인다.
회원 수는 35명. 회비는 남자 4만원, 부부는 조금 덜 낸다. 매 월 35만원의 코트료를 내고 일주일에 6일 운동하니 특별한 혜택을 받은 건강 상류층들이다. 신체는 지속적으로 자기 재생을 한다지만 지인들과 더불어 즐겁게 테니스 하며 얻은 건강한 피로는 가장 값진 투자이기 때문이다.
시흥 에이스 클럽 회원들만 전용으로 사용하는 라커룸에 들어가 보았다. 커다란 대형 유리를 통해 한 눈에 들어오는 코트의 정경과 공원의 초록 나무들은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경기장 같았다. 50인치의 커다란 TV부터 번쩍이는 새 냉장고, 전자레인지, 온냉수기, 싱크대까지 살림을 해도 될 만큼 완벽하게 가전제품들이 구비되어 있어 깜짝 놀라게 했다. 샤워실에는 일 년 내내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니 운동하고 씻은 후 소파에 앉으면 어느 호텔 테니스장의 휴게소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한 회원은 “지난해 코트를 재정비 했을 당시 박광용 고문님께서 대형 TV를 협찬해 주셨고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다른 가전제품들까지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각해지면서 그동안 라커룸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설명을 곁들였다.
건강을 위해 35년 전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김태득 시흥에이스클럽 회장은 “실력과 상관없이 서로 잘 화합하고 오랫동안 함께 만나다 보니 서로의 마음을 읽을 정도로 회원들이 친하다”며 “코로나로 모든 행사가 중지되고 마스크를 쓰고 운동할지라도 회원들을 만나 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드리는 상황이다”고 했다.
역경은 씨앗의 껍질을 벗겨 내는 바람 같아서 진짜 소중한 것을 알게 해 준다고 한다. 코로나 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거리낌 없이 모여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나눠 먹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이었는지를 절절하게 깨닫고 있었다.
골프보다는 테니스가 훨씬 더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박광용 고문은 “사실 코로나 이전에 시흥에이스 클럽은 안산이나 부천 그리고 광명의 다양한 클럽들과 주기적인 교류를 해 왔었으나 요즘은 교류전을 생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 회원들은 실력이 출중하다기보다는 언제든 회원들끼리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지구상에 있는 수십억의 사람들 중에서 테니스로 자기 인생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니 얼마나 소중한 회원들인가는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대학 때 라켓을 잡았으나 결혼 후 오랫동안 운동할 수 없는 형편이었는데 2년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젊은 총무 정도영은 “새로 가입하는 회원들마다 만족도가 높은 것은 편견 없이 회원들 누구와도 화합이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며 “58 무술생 역대 회장단과 회원들이 항상 협조하고 든든하게 서포트 해 주니 클럽을 운영해 가는데 어려움이 없고 솔선수범해서 고수가 두루두루 경기를 해 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회원들은 넉넉한 코트에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볼을 쫒아 달리다가 휘청거리기도 하고 미처 닿지 않아 놓친 볼에 대해 허탈하게 웃으면서 삶의 순간을 채워가고 있었다.
시흥에이스 클럽은 매 주 운동을 마치면 회원 모두 둘러 앉아 회식을 하고 서로의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를 위해 조심조심 코트에 나와 운동하는 것만으로 심신에 활력을 넣고 있단다. 하지만 곧 예전처럼 다른 지역의 클럽들과 교류전도 하고 단체 여행도 떠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여운을 남겼다. 잔잔하지만 한결같음의 미학을 갖춘 클럽이다.
임원
회장-김태득
부회장-조세령
총무-정도영
재무이사 신덕수
경기이사 이성우
다양한 연령층을 하나로 아우르는 모닝클럽
5월6일, 시흥시 은행그린코트에서 운동하는 모닝클럽을 방문했다. 코트 입구에 시흥시청에서 온 과장님이 동호인들이 마스크 착용을 잘 하고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방문하셨다고 소개했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한다는 것은 숨이 차고 얼굴에 땀이 범벅이지만 동호인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었다. 다만 사진 촬영 그 순간만은 잠시 턱스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닝클럽 역사는 22년. 가장 특징적인 것은 40명의 회원들 나이가 다양하다는 것. 30대부터 40, 50, 60, 70대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가장 나이 어린 30대 들은 70대 웃어른들이 아버지보다 더 연배가 높으니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테니스라는 공통의 취미가 세월이 주는 차이를 다 녹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365일 운동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그리고 그 시간에 못 나온 회원들은 오후에도 코트 사용이 가능하다. 여성 회원들은 총 8명으로 모든 입출금을 담당하는 재무는 매 월 협회 통장에 25만원의 코트료를 낸다.
제일먼저 70대 어르신들이 운동하는 곳으로 향했다. 코트 한 면은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70대 라지만 액티브 시니어답게 경기를 하고 있었다.
정영길 고문은 “사실 다우리 클럽 회원으로 계수동에서 운동하다가 이 코트로 옮기게 되면서 모닝클럽과 합쳐 하나의 클럽이 되었다”며 “초창기에 나이 많은 시니어 회원들의 회비를 30프로 할인을 해 주었는데 지금은 클럽에 도움이 되기 위해 젊은 회원들과 똑 같은 회비를 내고 있다”고 했다. 또 “어린 후배들과 운동하면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과 한 울타리에서 어울린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혜다”고 했다. 꾸준히 테니스로 몸을 만든 모닝클럽의 어르신들은 80대 중반까지도 충분히 남성성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적인 파워를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머물 때 전지 훈련하러 온 이형택이나 윤용일 같은 대 선수들을 잘 아는 지인을 통해 처음으로 테니스를 알게 되었다는 신재기 모닝클럽 회장을 만났다. 허리 디스크로 오래 고생했으나 테니스로 허리 주변 근육을 다져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신 회장은 테니스 예찬론자였다. 점점 더 건강해 지는 모습을 보며 4년 전부터는 아내도 함께 레슨을 받으며 테니스 가족이 되었다고 한다.
신 회장은 “실력보다는 나이 들어도 함께 즐기며 운동할 수 있는 클럽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며 “최근 젊은 회원들이 많이 영입되어 시흥시테니스 협회에서 개최하는 단체전을 대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코로나로 어떤 대회도 열리지 않으니 그 노력이 빛을 볼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주로 교대 근무하는 소방서나 철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 또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오전에 시간을 내 자유롭게 운동하는 모닝클럽. 이 클럽의 유일한 국화부인 오인숙은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주변을 먼저 살피면서 양보하고 서로를 돈독하게 챙기는 것이 자랑할 만하다”며 “여성들은 주로 개나리부들인데 열심히 레슨을 받으며 국화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서 가급적 대회 출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회원 서로가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 즉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를 생활화 하고 있는 모닝클럽. 매일매일 서로를 위해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일 한가지씩을 실천해 나가는 클럽이다.
임원
회장-신재기
부회장-선우석봉
총무-조상식
부총무-손혜정
경기이사-서기석, 오인숙
감사- 윤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