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8:30분에 집을 나섭니다.
입추를 하루 지났을뿐인데 아침길에 스치는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여성신학자이며 에코페미니스트인 '현경'
여성의 영성회복과 삶의 치유를 고민하며 1년에 1번씩 모이는 여성들의 잔치
생명을 살리고, 뭐든지 살려내는 여성..'살림이스트'들이 모였습니다.
조용한 옛동네 부암동 무계원에 아침9시15분에 도착합니다.
안평대군의 별장터에 우리나라 최초의 요정인 '오진암'을 옮겨서 복원한 곳.
대문을 들어서니 마당 한가운데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반겨줍니다.
단정하고 은은한 나뭇결의 한옥 한가운데에 엑센트를 찍고 서 있는듯 합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한옥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오랫만에 만난 주최측 대표와도 인사를 나눕니다.
오전10시가 되자 '살림이스트 워크숍' 이 시작되고
먼저 인사동 길거리 가수 이찬솔이 존 레논의 ' Image'를 부릅니다.
나이는 어린데 굵으면서도 부드러운 soul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듣습니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경상도, 충청도, 부산 멀리 제주도에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안고 만났습니다.
오전에는 이번 워크숍의 주제인 '연약함의 힘'에 대해 현경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강한자에게 쫄지 않고 악한자에게 우쭐대지 않는
개미와 거미의 연약함의 힘,
생명의 부드러우나 모이면 가장 강한 힘이 되는 그 '연약함'의 힘으로 살려내기'
점심은 무계원 바로 옆집인 갤러리 식당에서 먹습니다.
벽이 온통 그림으로 장식된 작은 갤러리
오는 사람이 없어 사람을 오게 하기 위해 밥집을 한다는 화가
직접 담근 장아찌며 나물, 구수한 두부와 된장국으로 소박하고 깔끔한 밥상을 차려냅니다.
처음 만난 사이들 같지 않게 점심을 먹으며 서로 인사도 하고 하는일에 대해 얘기도 하며 자매애를 나눕니다.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사랑채뒷편 툇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합니다.
밝은 햇살아래 뒷마당의 꽃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말 할 수 없이 좋아집니다.
오후시간도 길거리 가수의 노래로 시작합니다.
존 덴버의 Annis' Song,
오랫만에 듣는 존 덴버의 노래, 옛날에 한창 많이 부르던 때가 생각납니다.
눈을 감고 들으니 굵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더 깊이 느껴집니다.
오후에는 인도춤을 배워 최고의 경지에 이르고 또 수피무용을 하는 춤꾼 신지아,
이탈리아 히피와 결혼하며 춤을 그만두고 이탈리아, 멕시코에서 살다가
최근에 남편으로부터 독립하여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의 춤과 인생이야기를 듣습니다.
춤을 출때 시선 하나하나 손동작, 몸움직임이 '우주'를 향한 염원으로 느껴져 모두 숨을 죽이고 봅니다.
나직하고 투박하나 진솔한 그의 인생이야기,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그녀의 눈,
혼이 담긴 그녀의 춤,
가슴속 저 아래에서 뜨거운 것이 자꾸 울컥울컥 올라옵니다.
사람의 진심은 이렇게 서로 이어지고 통하는 것을.
또 길거리 가수의 'Peace' '어머니께 바치는 노래'가 이어집니다.
가사의 뜻을 새기며 먼산과 한옥 지붕끝을 바라보며 들어요.
이제 모두 마당으로 나와서 다같이 우주의 기운을 받고 나누는 리츄얼을 하고
서로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내년에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고 오늘의 일정을 모두 마칩니다.
우리는 여운을 안고 무계원 옆의 야외 까페에 가서 한참을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화두인
여성, 영성, 춤, 마음, 공부, 교육, 친구에 대해서..
"내일 나는 내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
춤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으나,
나는 무용가로서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온전히,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도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글 또한 아무나 쓰는것이 아니라고 하였을때도 나는 똑같이 하였다.
누군가 안 된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달려들었고,
울고 웃고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천천히, 될 때까지 나의 소망을 이루어갔다.
스스로를 달래고 감싸고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삶은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닌 바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나의 춤, 나의 글, 나의 삶, 나의 사랑을 만들어왔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신지아/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