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ㅡㅡㅡㅡ 평생 집안의 권위를 세우던 아버지, 이제는 화장실 출입도 부축을 받아야 할 만큼 노쇠한 아버지다. 하지만 끝까지 꼿꼿한 성품을 지키려는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의 권위가 실추되는 순간을 맞닥뜨린 아버지와 아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함께 붙어 있어 꼼짝달싹 할 수 없는 낭패의 극적인 순간, 어찌 그렇지 않았을까.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리는 아들은 그 민망함을 ‘내 생애 가장 뜨거운 침묵의 순간이었다’고 한다. 더욱이 화단(畫壇)에서도 시조(時調)계열에서도 고목이 되어있는 민병도시인과 그 아버지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