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의 기상시각은 오전 5시께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주섬주섬 옷을 꿰어 입고는 곧장 노량진수산시장으로 향합니다. 동트기 전 낯선 차들이 무섭게 질주하는 도로는 온통 지뢰밭입니다. 여기저기서 느닷없이 튀어 나오는 차량들과의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도로 한가운데 멀뚱히 위치한 버스정류장을 향해 불나방 마냥 마구 뛰어드는 무단횡단자를 피해야 하는 것은 예사이고 차도와 인도의 경계선을 휘적이며 달리는 스텔스자전거(위 아래로 어두운 색의 옷을 입은 채 라이트 등의 기본적인 안전장구 조차 갖추지 않은 자전거)와의 추돌을 피하며 운전하는 스킬 쯤은 진작에 마스터를 했습니다.
아찔한 곡예운전을 30분 가량 하고나면 노량진수산시장에 도착합니다. 단골가게들을 차례로 돌며 필요한 것들을 장보는데는 30분 가량 걸립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다시 30분. 오전 6시 30분 쯤이면 강구막회에 도착합니다. 장을 봐 온 것들을 옮기고 횟감 손질, 피문어 손질, 칼갈기 등 4시간 가량 일을 더 해야 비로서 갑판장의 오전일과가 끝납니다. 그런데 그 때 까지 아무 것도 안 먹고 공복을 참아가며 일을 하는 것은 갑판장에겐 너무 가혹합니다. 그래서 장보기를 마친 후, 주방일을 시작하기 전에 혼자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해장국, 라면, 김밥, 샌드위치, 카레라이스 등 매식과 직접조리를 번갈아 가며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대충 한 끼를 떼웁니다. 떼웁니다. 떼웁니...
즉석우동/기사의 집(신길동)
보라매역 근처 동작세무서 길건너 도로변에 있는 '기사의 집' 즉석우동을 갑판장이 처음 맛 본 것은 강구막회에서 일을 시작한지 채 한 달이 안 되었을 때이니까 2007년 12월 쯤이지 싶습니다. 그 땐 그저 그런 맛이라 여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후로 그 앞을 시계불알 마냥 수없이 지나다녔으면서도 1년에 한 두 번 쯤이나 이용을 할까말까였겠지요.
앞서 언급했듯이 갑판장에게 아침끼니는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한 끼 쯤 굶은들 설마 어떻게 되겠냐마는 배고픔을 특히 못 참는 갑판장입니다. 지난 날을 떠올려 보면 학교나 회사에 지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차려진 밥상을 외면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30분 덜 자고말지 말입니다. 아니면 지각하든지...꺼억~
갑판장의 입맛이 바뀔 만큼의 시간이 흘렀든지 아니면 그 우동집의 솜씨가 일취월장을 했든지 하여간 작년 겨울 부터 오늘 아침까지 무려 4개월 가량을 거의 그 우동집에서 갑판장의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변죽이 죽 끓듯 하는 갑판장의 변화무쌍한 입맛까지 거론하진 않더라도 이제는 물릴 만도 한데 잘도 다니고 있으니 어찌됐건 그 우동집의 우동이 이제는 갑판장의 입맛에 어지간히 맞는가 봅니다.
드르르륵~ 탁
"어서오세요."
"우동이요."
주문과 동시에 쥔장은 미리 숙성시켜 둔 밀가루반죽을 합판용 컷터로 죽 그어서 제면기에 넣고 순식간에 면발을 뽑아 끓는 물에 넣고 한소큼 끓입니다. 잘 삶아진 면발을 찬물에 담궈 휘리릭 헹군 후 그릇에 담고 잘게 썰은 파와 쑥갓 세 손가락 찔금, 고추가루 1티스푼, 텐카츠(튀김부스래기) 1 밥숟가락, 후추 톡톡(가끔 빼먹는 듯), 김가루 한 집게, 장국 한 국자를 부으면 즉석우동이 완성됩니다. 갑판장이 입장 후 우동을 다 먹고 퇴장을 하기까진 10분남짓이면 충분합니다. 메뉴는 우동, 짜장면(또는 밥)이 각 3천원이고, 곱배기는 5백원이 추가됩니다. 테이블은 없고 조리대 및 벽을 마주한 테이블용도의 폭이 좁은 선반에 동그란 간이의자 열댓개 전부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가께우동, 냄비우동, 유부우동...어느 것을 먹을 지 늘 고민이었는데 말입니다.
첫댓글 내일 Redfish에 곁들일 멍게정식 예약합니다.
꽝! 다음 기회에... ㅡ.,ㅡ;;
낭중에 아주 좋은 놈으로 맛을 보여주고야 말테닷!
잉... 혹시 저 집 보라매역에서 신풍역 방향 꺾어지자마자 길 건너편에 있는 곳 아닌교?
저 집 즉석우동이랑 짜장면 둘 다 맛있어서 행님한테 추천해 드릴라 했더니만.... 상시복용중이셨구만요.
이래저래 바쁜 날....휴~~~~~
그 집 짜장면도 음주후 먹으면 맛좋음......
딱 기사식당 물짜장....
가끔 우동국물을 한 국자 넣어서 우짜로 비빌듯 말면 통영분위기가 납니다.
그집 건너편 해장국은 정말 맛없음....
싱겁게 먹는 갑판장의 입맛에는 간이 세더라구요.
집 앞이군요... 지나가면서 보기는했는데.... 함 가볼께요~~
멍게 먹으러 가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