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하루 일찍 집으로 돌아가야 할 사정이 생긴 택이네. 지난 2주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 꼭 아이들 이야기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이야기도 잘 통할 것 같았는데 제 생활 자체가 워낙 난삽하고 24시간 풀가동이다보니 택이맘과 얼굴 마주할 시간도 지극히 짧았습니다.
사실 택이를 위해 주어진 시간 안에서 무언가 더 많이 해주고 싶었지만 택이의 야외활동 패턴에 호불호가 극명한지라 불호상황에서는 택이를 움직이게 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제주도의 온통바다를 한번도 맛보게 하질 못했으니 아쉽기만 합니다.
막 태풍이 지나가버린 바닷가에 데리고가서 높게 일렁이는 파도 감상도 참 좋았는데 택이는 결코 차에서 내리지도, 바다에 눈길주기도 못했습니다. 이미 좌우시선 뿐 아니라 움직임 추적 안구가동 기능도 많이 떨어져 본 것에 대한 시각인지나 시각기억이 명료해질 때까지는 택이는 그저 불안하다는 감정에 늘 사로잡혀 있습니다.
가끔 택이는 한껏 알코올에 젖어있을 때 느낌의 촛점없지만 우수깊은 그런 눈빛을 짓기도 하고, 방향잃은 치매노인처럼 없어져가는 기억 끝의 무망한 흔들림의 눈빛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뭔가 선명한 기억에 사로잡힌 듯 백만불짜리 미소에다 그것들을 담아내죠.
그러다가 불현듯 택이 눈이 판단할 수 있는 상황 그 이상의 낯선 사람, 낯선 환경, 낯선 분위기를 만나면 택이는 트라우마 신경처럼 바로 불안이라는 공포감을 가동시킵니다. 너무나 커져버린 공포회로가 자기만의 은폐행동을 유발하곤 하는데 여기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마음의 눈을 떠야하는데 이미 눈이 너무 많이 닫혀버렸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10살 전에는 극심한 감각추구를 통해 잘 통하지않는 감각 뇌신경을 부추겨보려 자신도 모르게 무한 감각자극행위에 빠져들지만, 10살이 넘으면 자기가 처리할 수 있는 그 한도 내에서 자신의 생활패턴을 맞추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자신을 환경에 맞추려하지만 연령이 높아지면 환경을 자신에게 맞춰버리려고 합니다.
근데 환경이 자신에게 맞추어질리는 없지요... 그렇다보니 수용할 수 있는 환경과 사람 범주가 극히 좁아지고 이렇게 좁아진 속에서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낭떠러지 가장자리를 걷는 것과 같은 위태함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이런 아슬한 여정을 엄마가 함께 감수하며 위험막이가 되어주었지만 이제는 위험막이에서 벗어나 자꾸 안전한 지대로 들어와야 한다는 명제가 있습니다.
이 명제를 조금씩이라도 실천해가기 위해서는 택이가 불안과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해주어야 하는데 현재의 불안과 강박 정도로 볼 때 엄마 혼자 이겨내기에는 너무 커져버린듯 합니다.
전문용어로 하면 택이의 불안과 강박유형은 에프네프린이 강하게 작동되는 회피형으로 이런 유형은 심장에 강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택이의 불안과 강박에는 심장관리가 중요합니다. 아래 도표에서 보듯 연속적인 에프네프린의 과도한 분비는 심장건강에 치명티입니다.
택이의 행동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불안과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속도가 빨리 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환경에의 노출은 계속 시도를 해야 합니다. 택이와의 며칠 활동에서 느낀거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을 바로 고수하고 그 틀에 꿰어맞추는 습성이 익히 몸에 밴지라 새로운 환경에서도 다시 신체적으로 압력이 가능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일전에도 섭지코지 산책중에 등대오르는 긴 계단을 올라야 하는 싯점에서 그냥 홱 돌아서 가버리기 시작하니 겉잡을 수 없는 속도가 되서, 의도했던 새로운 환경노출 시도도 택이의 방식대로 되어버리곤 해서 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 것인지가 참 고민되었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이런 산책같은 걸 택이 혼자 수행하게 하고 거리를 두고 뒤따라가면서 위험방지만 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다소 작은 위험들은 혼자 경험하고 해결하게 두면서 자기만의 강박적 패턴은 고수하되 뜻밖의 상황 역시 혼자 해결해 보도록 하는 변수정책이 필요할 듯 합니다.
택이에게는 불안과 강박이 마치 자석처럼 작동하고 있어서 이걸 인위적으로 대립하거나 억지로 바꾸어보려하면 더 강해지는 성향이 있어 자신의 불안과 강박 속의 변수를 스스로 봐볼 수 있는 기회도 새로운 환경에의 노출만큼 필요할 듯 합니다. 가족이나 주변 도우미 분들의 도움도 이렇게 거리를 두고 주어지는 게 어떨까 합니다.
자석처럼 뭐든 불안과 강박으로 전환하는 회로는 택이에게 언어상동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이것 또한 저에게는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언어상동이 너무 심해서 불안과 강박 대상이 생기면 무수히 반복하고 관심을 요하는지라 그래도 언어적 표현이 가능한 상태이니 언어사용이 강박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지않도록 조치하는 것도 필요해보입니다.
본인이 진짜 좋아서 하는 요구는 주로 행동으로 합니다. 과자 다 먹고 더 먹고싶을 때 이런 요구는 말을 동원하지많고 과자봉투를 제게 던져서 더 달라는 표현을 합니다. 현재의 언어사용의 빈도수는 강박적 대상에 훨씬더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볼 때, 일상생활 속 평범한 것들도 언어를 쓰도록 확장해주는 것도 택이의 강박 강화수단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아줄 것입니다.
택이의 안구의 방향을 보면 좌우가동도 약하지만 상하가동이 특히 취약해보입니다. 이런 취약성이 걸을 때도 택이의 동작에 많이 반영됩니다. 내가 발을 딛여야 할 아래상황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집에서 계단오르내리기 훈련이 많이 주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와주지 마시고 혼자하도록 해주시고 거실에 여러가지 사물을 늘어뜨려놓고 피해서 걸어오는 연습을 수시로 하셔야 합니다. 늘어놓는 대상은 물병같이 실수하면 일이 벌어지는 것도 포함하면 좋습니다.
택이의 시급한 과제는 결론적으로 불안과 강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입니다. 택이를 위한 많은 도움과 조치도 이 부분이 해결되어야 택이만의 방식으로 변질되지 않으며 이를 위해서는 안구가동의 방향들이 좀더 다양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분간의 작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눈 주변에는 안구방향 6개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안구를 둘러싼 근육이 포진되어 있으며 이 근육들의 원활한 움직임은 수많은 정신적 신체적 활동의 근간이 됩니다. 택이의 안구가동을 보면 정면응시가 거의 대부분이고 그런 안구가동의 한계가 택이 동작 곳곳에 배여있습니다. 어렵지만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아 ,안타까운 부분들이 십자가길로 펼쳐져 있군요. 아무쪼록 택이씨와 맘님께서 잘 버텨 주시고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날들이 되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