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도 없이 순자 씨를 보내다>
요 며칠 태풍 힌남노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였다.
그사이 전순자 회원이 소리 없이 별세했다.
지난 금요일에 활동지원사가 다녀간 후 월요일 오전에야 사망을 확인했다.
평소 주말에는 혼자서 지내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금요일 밤과 월요일 낮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경찰은 금요일 밤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독사... 활동지원사가 아니었으면 언제 발견되었을지 모를 죽음이었다.
순자 씨는 9월 9일 생일을 앞두고 51세의 생을 마감했다.
30년 전, 귀일민들레집에서 생활하던 순자 씨를 만났다.
밝고 활달하여 실로암사람들 캠프와 목요모임에도 참여하였다.
귀일원에서 생활할 때부터 문경희 언니와 가까이 지냈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순자 씨는 경희 언니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각별했다.
최근에는 순자 씨하고 주로 톡으로 소통하였다.
안부를 묻거나 고민되는 것, 궁금한 것을 물어오기도 했다.
가끔씩 이런저런 일로 혼내기도 하고, 어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내 말을 수용해 주었다.
언젠가 활동지원사가 다른 센터로 옮겨가자고 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실로암사람들에 대한 신의를 지켰다.
빈소도 없이 순자 씨를 보냈다.
생전의 삶도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죽어서도 허망하게 보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1년 전에 함께 찍었던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실로암사람들은 순자 씨의 삶을 기억할 것이다.
주님의 나라에서 안식하기를 빈다.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