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미중에 하나가 무청 시레기국이 있습니다.
지난 가을 무를 수확하고 널어서 말린 무청 시레기.
(지난 겨울에 "홀로 창고짓기 프로젝트"로 지은 창고에 연결해서 만든 건조장.. 바람이 잘통하는 곳이라 잘 말라서.. 너무 좋네요.)
오늘 요린 아니고.. 얼마전에 했던 것을 올립니다.
먼저 바짝 마른 무청 시레기를 물에 불려야겠죠?
잘 부서지니..조심조심 다뤄야 하구요. 불린 때는 큰 그릇을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미지근한 물에다가 물렸다가 물을 갈아주고 다시 불리기를 하루 반나절동안 5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커먼 물이 우러나오다가 점점 엷어집니다.
그리고 맹물에 무청 시레기를 삶아 줍니다.
처음 쎈물에 끓이다가 한번 끌어 오르면.. 중약불에서 천천히 2시간을 끓여 주고..
2시간 후에 불을 끈 다음.. 그대로 천천히 식을 때까지 그대로 두었습니다.
어떤분들은 무청 시레기를 부드럽게 삶기 위해서 베이킹소다를 넣는다.. 뭘 넣는다 하는데..
그런 것 하나도 안 넣고도..이렇게 천천히 끓여주고 천천히 식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드러워집니다.
(윗사진과 아래사진..끓이기 전과 후의 모습..보기만해도 부드러워 보이죠? ^^)
삶았던 물을 따라내고.. 두번 정도 물을 새로 갈아주며.. 헌번 더 우러냅니다.
그리고 무청 잎의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합니다. 얇은 필림 같은 것이 쭈욱쭈욱 잘 벗겨집니다. ^^
껍질을 다 벗긴 무청 시레기는 꽉 짜서 물기를 빼고.. 양이 많으면 한번씩 먹을 만큼 나누어서 냉장보관을 해도 됩니다.
한번 먹을 만큼의 양을... 먹기 좋은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된장과 마늘 다진 것 국간장 조금 그리고 들기름으로 밑간을 해서 조물조물 무쳐 놓고, 냉장고에서 30분 정도 숙성을 시켜줍니다.
냄비에 야채짜투리 말린 것과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으로 끓여서 만든 육수를 넣고, 미리 밑간해서 무쳐 놓은 무청 시레기를 넣어 주고 끓입니다.
여기에 고추장을 1/2스픈 정도 넣어주면 맛이 또 달라집니다. 된장국의 새로운 맛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된장국을 끓일 때 꼭 고추장을 조금씩 넣어서 끓여줍니다. ^^
청고추 홍고추로 색감 포인트를 주고 새송이버섯으로 식감을 업그레이드 해 준다음.. 대파를 송송 썰어서 넣고..
간을 봐서 싱겨우면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마추고.. 한번 더 끓으면 끝.
무청 시레기를 이용한 두번째 요리는 무청 시레기 들깨지짐.
국보다는 국물이 좀 덜하고 볶음보다는 국물이 좀 더 있는.. 지짐.
이미 삶아서 손질까지 끝낸 무청 시레기.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된장과 다진마늘, 대파 송송 썰은 것, 그리고 들기름 약간을 넣고 밑간을 해서 조물조물 무쳐,
30분간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켜줍니다.
냄비에 불에 올리고 들기름을 살짝 두른 다음, 미리 밑간을 해 놓은 무청 시레기를 볶아줍니다.
밑간을 해 놓았던 마늘 향이 올라오면 육수를 한 컵정도 부어주고 자박하게 끓입니다.
이때, 육수를 내고 건진 표고버섯을 썰어 넣고, 새송이 버섯과 말린 홍고추를 넣어주면, 십히는 식감과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국물이 1/2정도로 줄었을 때, 들깨가루를 넣어줍니다. 그리고 뒤적이면서 들깨가루가 골로고 무쳐졌을 때 불을 끄면 완성.
어때유~ 맛있겠쥬? ^^
무청 시레기 요리는 정말 스로우 푸드 입니다.
말리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음식을 준비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성이 필요한 음식입니다.
음식도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면 약이 된다고 하네요. ^^
첫댓글 구수한 시레기된장국 들깨로 볶은 시레기 밥도둑이네요
시레기 처리과정 처음으로 정독했어요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
무우거두고 무청 어떻게 하는방법을 몰라서 누구 다 줘버리거든요
올해는 몇개 말려봐야것네요
바람이 잘통하고 햇볕이 들지 않는 곳(건조장 또는 집 뒷쪽 처마 밑.)에 말렸더니.. 무청 시레기가 파랗게 잘 말랐습니다.
작년 무 농사 안해서 무시래시 없는데...
된장에 국 끓이고
볶아먹으면 끝내주지요.
시래기 밥도 한 번 해보세요.
시레기 밥을 해서 한번 또 올릴까요? ㅎㅎㅎ ^^
@o12ny(NY) 시레기밥 좋지요.
쪽지 하나 보냈습니다. 확인 해주십시오.
옛날 시래기 정말 맛나겠어요. ^^
저는 살짝 데쳐서 얼렸더니 그 옛날 시래기 맛은 안 나지만 겨우내 잘 먹었네요,
가을에 무청을 바로 삶아서 얼려 놓고 먹어도 맛이죠...이건 도시 맛.
말린 시레기를 다시 불려서 끓어 먹는 맛은... 옛날 시골 맛. ^^
똑같은 고추잎을 가지고... 말린 것과 삶아서 냉동해 놓은 것이 있는데.. 볶아 먹는 맛과 무쳐 먹는 맛이 완전히 다른 음식을 먹는 맛입니다.
와.....
맛있겠어요.
오레곤 에서는 무청 밖에서 말릴수가 없어요.
말리기전 곰팡 이가 먼저 나거든요.
저는 늦가을 가라지에 줄을 매서 무청을 거꾸로 걸쳐놓으면 별탈없이 잘 마르더군요.
오래곤 쪽은 비가 많이 와서 그럴 수도 있긴 한데.. 비가림을 해주고 바람이 잘 통하게만 만들어 준다면 괜찬을 듯합니다만...
저는 창고와 창고 사이에 Extended room을 만들어서 건조장을 만들어 줬죠. 사진에서 처럼 창을 삥둘러 만들어 줬구요. 창은 오픈된 채 방충망만 설치를 해 줬습니다.
저 기 제대로 죽게 하시는 글 올리셨네요.
국, 들깨지짐, 무청 제대로 못 길러봐서 대롱대롱 말려보지도 못했으니 총 네번 기 죽게 하셨음요.
대단하세요
ㅎㅎㅎ 그렇게 기죽는다고 엄살 안하셔도 되네요.
시레기 못 말리셨으면.. 마트에서 말린 시레기 하나 사다가 하심 될 것을...
내 손으로 기르고 내 손으로 거두고. 내손으로 손질 해서.. 나를 위해 먹는다는 재미 빼면...
몸이 고생이고 돈은 사먹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아주 비경제적인 방법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