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오늘 하루의 길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게 하소서.
*주님, 당신의 생애는 그렇게도 철저한 나눔의 생애로 부서졌건만 저희의 날들은 어찌 이리 소유를 위해서만 숨이 차게 바쁜지 시시로 당신앞에 성찰하게 하소서.
*주님이 주신 땅에 가시덤불 헤치며 피흘리는 당신을 닮게 하소서. 태양과 바람, 흙과 빗줄기에 고마움 새롭히며 피어나게 하소서. 주님, 저희가 각자의 향기로 꽃을 틔우게 하소서.
*고통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고 눈물을 안으로 감추며 숨어 계신 어머니, 당신의 순명과 겸허한 사랑이 예수님을 낳았습니다. 저희를 구했습니다. 당신은 지금도 끊임없이 사랑하는 그 아드님을 저희에게 건네주고 계십니다.
*주님, 이제는 더 이상 저의 뜻을 따라 살지 않고 언제라도 멀리 떠날 준비를 하게 하소서. 배와 그물조차 버리고 당신을 따라 나선 제자들처럼 모든 정든 것을 버리고도 기쁠 수 있는 사랑의 순명만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저희를 이끌어 주소서.
*당신을 만난 기쁨이 하도 커서 제가 죄인임을 잠시 잊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 당신을 사랑하는 기쁨은 참으로 감출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저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뒷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 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주님, 당신 뜻 대신 제 뜻으로 가득 찬, 당신의 고통 대신 저의 안일함으로 가득 찬, 당신의 겸손 대신 저의 교만으로 가득 찬 제 마음의 땅을 갈고 닦게 하소서.
*육신과 영혼의 곳간을 사랑의 알곡으로 채우실 분은 주님뿐이오니, 저희의 발걸음이 흔들릴 때마다 더욱 당신을 사랑하며 갈망하게 하소서.
*저희의 모습이 당신의 뜻과 같지 않음을 알면서도이렇게 왔습니다. 기쁠 때에 감사하지 않고, 슬플 때에 희망하지 않고, 편리한 '운명'과 악수하며 적당히 살아왔습니다. 주님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전심으로 사랑하지 않은 것이 이토록 죄가 되는 까닭을 알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잘못을 거듭해도 용서하시는 자비의 하느님, 저희에게 주님을 바로 보고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밝은 눈, 밝은 마음을 주시어 언제나 주님의 말씀 안에 살아갈 힘을 주소서.
*주님, 오늘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주님을 부르고 싶습니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성모 마리아님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로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저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 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시여! 당신을 따르지 않고는 제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제가 어디쯤 와 있는지 당신의 집은 보이지 않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제가 죽지를 못해 제 안에 그대로 죽어 계신 분이여! 어떻게 당신을 살려내야 합니까? 제발 큰 소리로 대답해 주십시오.
*주님, 일어나십시오. 돌무덤에 갇혀있던 어둠을 밀어내고 어서 빛으로 일어나 저희에게 오십시오. 죽음의 깊은 잠을 떨치고 일어나신 당신 기침 소리에 온 우주는 춤추기 시작하고 저희는 비로소 나태의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힘으로 온 인류를 일으켜 세우신 그리스도여! 죄를 뉘우쳐 눈이 맑아진 기쁨으로 오늘은 부활하신 주님의 흰 옷자락을 붙들고 산을 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