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작가, 우리는 문디다 /권선희
경북작가회의 정기총회 겸 ‘작가정신’ 출판을 자축하는 모임이 구룡포에서 열렸습니다. 일찌감치 관풍대가 보이는 바닷가 횟집 하나를 빌려 놓고 영주, 안동, 구미, 상주, 영천 등 내륙에 사는 회원들을 위해 갈매기들도 죄다 출동시켰지요.
총회를 마친 뒤 출판기념을 위한 상을 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네가 세상 또 있겠습니까. 읍장님은 구룡포를 많이 보여주라는 말씀과 함께 과메기를 보내주셨고 수협 중매인조합장은 돌문어를 삶아 보냈습니다. 그렇게 구룡포의 싱싱한 횟감과 각 지역에서 부조한 인삼주와 곶감 등을 잔뜩 펼쳤으니 밤새도록 노랫소리 그칠 리 없겠지요.
다음날 아침, 모리국수로 해장을 했습니다. 굵은 콩나물을 깔고 그 위에 미역초라 불리는 바다메기와 홍합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국수인데요. 참 맛있게 잘들 먹습디다. 도가에서 방금 배달한 생막걸리로 잔을 치고 낡은 양푼에 가득 담긴 국수를 건져 올려 서로의 그릇에 담아주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추억담이 김 올리며 필 때마다 웃음소리 다녀갔지요.
저는 제 사는 마을이라고 기고만장한 똥개처럼 앞장을 섰네요. 일본인가옥거리를 설명하니 착한 학생들처럼 귀를 기울입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방 찍자고 하면 군소리 없이 일렬횡대로 섭니다. 하재영 시인과 이석현 시인을 제외하고는 얼굴에 물 묻힌 이가 없을 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어제보다 인물들이 훤합니다. 대한민국 가장 멋진 사나이 시인 열다섯 명을 목줄 없이 졸졸 끌고 다녀 본 아줌마 있으면 나와 보라는 듯 포구를 쏘다녔지요. 아마 선구점에서 물커피를 마시던 동네 사람들이 보았다면 그랬을 겁니다.
“저 뭐꼬? 중대장 각시 아이가? 식전 댓바람부터 와 시커먼 사내들로 저래 몰고 댕기노?”
김소인 시인이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딱 한 잔, 오징어 안주로 딱 한 잔씩만 더 하고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직접 바다에 나가면 좋으련만 둥글고 커다란 수족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오징어 사냥을 했습니다. 권석창 시인이 먼저 한 마리를 낚았지요. 낚시계의 대가인 차영호 시인도, 김일하 시인도, 박승민 시인도 기분 좋게 한 마리씩 건져 올렸는데요. 오징어는 몸통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먹물 팍팍 쏘며 몹시 화를 냈습니다.
오징어를 썰어 그야말로 딱 두 병 비웠습니다. 햇살이 따사로우니 잠은 물귀신처럼 들러붙더군요. 강태규 시인의 고개는 고장 난 선풍기처럼 자꾸만 꺾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대전에 들러 행사를 치르고 기차와 시내버스, 택시를 갈아타며 늦은 밤 이곳에 도착했거든요.
모두들 손 흔들며 골골 짝짝 떠났습니다. 한 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머리맡에는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소복하더군요. ‘국장님, 욕봤데이’. 누가 경상도 문디들 아니랄까봐 말이지요.
첫댓글 ㅎㅎㅎ 그날 참말로 고생했니더~
고생은 무슨.. 먼길 되돌아 가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그나저나 문디가 글월 문文 아이 동 童, 문동이에서 생긴 말이라는 건 아시지요?
우리 진짜 문디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