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의 치료로 병이 다 나은 것처럼 보였다. 겉으로는 병이 나은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으므로 병원에서는 퇴원을 만류하였지만 이현필은 퇴원을 고집하였다. 이현필은 퇴원 후에는 약도 먹지 않았고, 주사치료도 거절하였다.
이현필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무슨 일을 하였는가? 당시 광주 기독병원은 병상이 65개 밖에 없었으므로 장기 입원을 요하는 결핵환자들에게 6개월 입원 서약서를 받고서 입원시키곤 하였다. 그리고 5개월 째 되는 날에는 안내장을 보내서 퇴원을 준비시키곤 하였다. 어느 날 카딩톤 원장이 회진하는데 퇴원 한 달을 앞둔 반공포로 출신 환자 오인환씨가 카딩톤 원장의 목에 칼을 들이 대고서 "너 죽고 나 죽자"라고 협박하였다. 사연은 간단하였다. 그 환자는 퇴원하더라도 고향도 없고 오고 갈 데 없는 몸이므로 오히려 병원에서 죽는 편이 낫다고 울먹이면서 칼을 내려놓았다.
이 사실을 목격한 이현필은 동료들과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요우회(療友會)를 결성하고서 요우회에서 병원의 매점을 운영하여 그 이익금을 집 없는 환우들에게 돌려주자고 하였다. 그리고 이현필은 또한 식구들에게 자원봉사로 간호를 보조하는 일과 병원 청소를 담당하는 등 간호부와 미화부 일을 돕도록 하였다. 이현필과 그 식구들의 헌신과 책임감 그리고 근면 성실한 생활은 누가 보아도 모범적이었다. 병원 업무를 비롯하여 모든 시설과 비품이 새롭게 정돈 되고 화장실 병실 등 구석구석 청결하지 않은 곳이 없이 반짝반짝 빛나게 되었다. 감화를 받은 카딩톤 원장은 무의촌 봉사나 기타 활동을 위해 늘 이현필과 의논하였고 병원직원들도 모두 동광원 사람들이라 하면 일체를 믿고 의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