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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은 학습원대학 프랑스어권 문화학과 교수인 나카죠 쇼헤이(中条省平) 씨가 다음과 같은 글로 끝마무리를 할 정도로 칭찬한 법정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최후의 증인” 은 구석 구석 1분의 숨 쉴 사이도 없이 진행되는 미스터리입니다. 이렇게 구성미 있는 수작을 즐기기 위해서, 독자는 일체의 예비지식 없이 작품자체에 끌려 단번에 결말로 치 달려야 합니다. 독자들은, 어느 때는 금욕적이라고도 생각되며, 필요치 않은 가지들을 잘라버린 문장에 끌려 일사천리로 미스터리의 순수함을 맛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해설은 꼭 작품을 다 끝내신 후에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본 소설은 일견하면 법정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로로그로 [공판 초일]라는 장으로 시작해서, [판결]이라는 에필로그에 이르는 간결한 구성으로 보면 법정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프로로그는 호텔방을 무대로, 어떤 남녀의 살인사건의 단편이 서스펜스 터치로 묘사되고, 연속해서 [공판 초일]의 장에서는 그 사건의 재판직전의 정경이 전개됩니다. 술고래이며 과거가 있을 듯한 중년변호사와 그를 도와주는 민완 여성비서, 자신만만한 젊은 여성검사. 차례 차례로 주요인물이 등장하고, 변호사와 검사간에 일찌감치 첫 번째 긴박하고 격렬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 절묘한 이야기의 템포에 페이지를 넘기는 손에 속도가 붙습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프로로그에서 묘사되었던 살인사건을 다루는 법정 드라마는 돌연 중단되고,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부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있다 다시 법정 드라마로 돌아가, 법정 장면과 아들을 잃은 부부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가 거의 마지막까지 유지됩니다. 영화로 말하면, 회상 장면을 삽입하는 플래시 백(Flash-back) 수법과 상이한 시공(時空)의 드라마를 교차로 보여주는 크로스 커팅(Cross-cutting) 수법이 뒤얽혀 전개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설명하면 독자 여러분들의 흥미를 반감시킬 듯 하여 서론은 이 정도에서 멈추고, 소설로 들어가기로 하지요.
약 30회 정도로 연재할 예정이오니 끝까지 재미 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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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로그
초록색 와인 병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반쯤 남아 있던 와인이 병에서 쿨럭 쿨럭 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털이 긴 회색 양탄자에 붉은 빛이 퍼져간다.
바닥에는 와인 병 외에 고기조각과 야채가 흩어져 있다. 조금 전에 가지고 온 저녁만찬용 스테이크와 샐러드 재료다.
넘어진 디너왜건을 가운데 두고 남녀가 서로 쳐다보고 있다. 샤워를 한 직후인 듯 했다. 두 명 다 목욕타올을 걸치고 있다.
여자 손에는 디너 나이프가 들려 있다. 실내조명을 받아 은빛으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나이프의 끝이 남자를 향하고 있다.
“잠깐, 진정하고 이야기하자고. 우선, 그 나이프를 치워”
말리려는 듯이 남자가 양손을 앞으로 내민다.
여자는 아무 대답도 없다. 남자를 응시하며 발을 내딛는다.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와인을 머금은 양탄자에 젖어 있다. 여자는 남자와의 간격을 천천히 좁힌다.
남자는 여자가 가까이 올수록 몸을 뒤로 뺀다. 안돼 라고 하듯이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여자는 이미 젊지는 않다. 눈가의 주름이 깊이 패였고, 앞가슴이 풀어진 목욕타올 사이로 살짝 들여다보이는 유방은 풍만함을 잃어가고 있다. 몸매도 꽤나 가늘다. 날씬함을 넘어 병적으로 보이기마저 한다.
그러나, 전신에서 뿜어 나오는 듯이 빛을 발하고 있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눈초리에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굳게 닫힌 입술에서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남자는 여자의 박력에 압도당해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어버렸다.
뒤로 물러서던 남자가 벽에 부딪혔다.
남자의 손이 뒤를 확인한다.
그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여자가 나이프의 손잡이를 꽉 잡는다.
“용서 못해”
남자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다.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남자가 입을 여는 순간 흉기가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남자는 짧은 소리를 지르며 겨우 몸을 반전시켰다.
나이프는 남자의 옆구리를 스치고 허공을 찔렀다.
여자는 몸의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허튼 수작 하지마”
남자가 소리친다.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여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남자를 돌아보았다.
얼굴에 여유로운 웃음이 떠오른다.
여자는 중얼거렸다.
“그 애의 복수야”
2. 공판 첫날
선생님.
누가 부른다.
선생님, 일어나세요.
목소리가 물 속에서 들리는 듯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조금만 더 자게 해줘. 그렇게 말하려 할 때 이마에 얼음을 올려놓은 듯한 차가움을 느꼈다.
“이봐, 이게 뭐야”
기분 좋게 졸고 있던 사카다 사다토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눈을 뜬다. 시선을 위로 향하자 고사카 치히로가 보인다. 팔짱을 끼고 사카다를 비스듬히 내려다 보고 있다.
“선생님, 개정 1시간 전이에요. 이제 슬슬 일어나시는 게 어떨까요?”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본다. 조금 있으면
고사카가 사카다에게 작은 병을 내밀었다. 사카다가 언제나 마시는 액체위장약이다.
받아서 한 모금에 마셔버린다. 아주 시원했다. 아마도 이걸 이마에 놓았던 듯 했다.
병을 입에서 떼면서 크게 숨을 내쉰다. 술 냄새가 난다. 어제 저녁에 과음을 했다.
고사카가 싸늘하게 사카다를 쳐다본다.
“이번 재판은 특별하지 않습니까? 꼭 이겨야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술 드시는 건 상관없는데요, 다음날까지 취할 정도로 많이 드시는 건 안 됩니다”
정신이 흐릿해서 야단을 맞는 건지, 질문을 받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빈 병을 이마에 대며 다시 소파에 드러누우려고 하는데, 눈 앞으로 갑자기 서류뭉치가 날라왔다.
“다시 한번 확인하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오늘 재판에서 법정에 제출할 서류다. 새삼스럽게 볼 필요도 없다. 이번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들어 있다. 그만큼 철저하게 조사한 사건이다.
사카다는 고사카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
“필요한 정보는 이미 머리에 들어 있거든. 필요 없어”
고사카는 물러서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법입니다. 자, 읽어 보시지요”
서류가 펄썩 소리를 내며 눈앞의 책상에 놓여졌다. 고사카의 끈질김에 한숨이 나온다.
고사카는 사카다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1년 전에 근무하던 직원이 그만두게 되어 모집공고를 냈다. 몇 명의 응모자 중에 고사카가 있었다.
면접에서 왜 지망했냐고 묻자, 고사카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지금은 법과대학원의 야간을 다니고 있고,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 때문에도 꼭 이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과거에도 몇 명한테서 똑 같은 이야기를 듣곤 했다. 특별히 인상에 남을만한 것도 없고 해서 면접을 끝내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곤 고사카를 채용하기로 했다. 면접서류를 정리하면서 왜 변호사가 되려고 하냐고 묻자, 고사카는 결과가 아닌 이유가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판결이 아니고, 사건의 본질을 보는 눈을 사카다는 산 것이다.
사카다가 예상했던 대로 고사카는 우수한 직원이었다. 재판에 필요한 서류를 챙기는 순서나 준비가 좋고, 일의 효율도 좋았다. 외모도 괜찮고 예의도 발라서 의뢰인에게도 인기가 있다. 더욱, 독신이라서 신변정리에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카다에게 샴푸나 치약 등, 일용품의 구입까지 해준다. 겉으로 나타내지 않지만 고사카의 부지런한 활동에 감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부지런함이 사카다를 못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이 그런 경우다.
고사카는 사카다가 일을 하기 쉽도록 모든 준비를 해놓는다. 판사에게 제출할 서류에 미비점은 없는가, 신칸센 티켓이나 호텔예약 현황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그것이 재판 전날 행동에 대한 참견이나,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는 지시가 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재치가 있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숙취로 머리가 무거운 날은 그만 좀 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자신은 나름대로의 생활패턴이 있으니까 간섭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카다는 고사카를 무시하고 소파에 누워버렸다.
고사카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도쿄에 얼마든지 일이 있는데도 그걸 거절하고 일부러 이렇게 먼 곳까지 왔어요. 어찌됐든 이기지 않으면 말이 안 됩니다”
사카다는 현재 요네사키 지방법원에 있다. 요네사키 시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 정도 북쪽에 위치한 지방도시이다.
사카다의 법률사무소는 나카노에 있다. 의뢰 받는 사건의 대부분은 도쿄 내에서이지만 가끔은 지방에서도 온다. 먼 곳의 의뢰인은 변호사의 교통비 및 숙박비까지 지불한다.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번의 의뢰인도 일반적으로 볼 때 유복한 사람이었다. 거기까지는 일반인과 동일했다. 의뢰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대부분의 사건의 경우, 기소시점에서 피고에게 승산은 없다. 기껏해야 형량이 가벼워지던가 아니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까 정도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듯이 죄가 완전히 없어지는 일은 일단 없다. 그러나, 이번의 의뢰인은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의뢰내용은 살인사건의 변호였다.
사건자료를 조사해 보니 상황증거는 모두 의뢰인에게 불리했다.
사건현장은 요네사키 시내에 있는 고층 호텔방. 살해동기는 교제관계에 얽힌 갈등으로 보이고, 흉기는 룸 서비스로 배달된 디너나이프.
피해자는 가슴을 찔려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손상에 따른 과다출혈로 거의 즉사였다.
사체는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었고, 흉기는 가슴에 찔려 있는 채였다. 나이프에서는 의뢰인과 피해자, 그리고, 호텔관계자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과 손바닥 무늬가 검출되었다. 피해자의 지문은 가슴을 찌른 나이프를 반사적으로 빼려고 하다 묻은 것. 나머지 지문은 누구의 지문인지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라서 탐문수사 및 경찰조사에 의해 검찰은 디너를 준비한 호텔관계자의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피해자의 왼쪽 팔에는 저항하는 사이에 생긴 상처가 있고, 손톱에서는 의뢰인의 피부 일부가 검출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 양방이 뒤얽혀 있는 동안에 긁혀 생긴 것으로 추정되었다.
사체발견 시 입고 있던 옷은 호텔의 목욕타올. 현장에는 피해자가 입고 있던 것과 또 다른 하나가 벗겨진 채로 나뒹굴어 있었다. 이 옷에는 혈액이 묻어 있었고, 감정결과 피해자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옷의 안쪽에서는 혈액 이외에 의뢰인의 땀이라고 추정되는 액체도 검출되었다.
이상의 상황으로 검찰은 불륜관계였던 피해자와 의뢰인은 샤워를 한 후, 교제와 관련하여 말싸움이 되어 의뢰인이 옆에 있던 디너나이프로 피해자를 찔렀고, 발각될 게 두려웠던 의뢰인이 사복으로 갈아입고 현장을 떠나버렸다고 추측하고 있다.
확실히 이치에는 맞는 이야기이다. 검찰을 위시해서 사회에서도, 매스컴에서도 의뢰인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사카다는 의뢰를 받았다. 이번의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사건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사카다가 의뢰를 받는 기준은 보수의 다과도 아닐뿐더러 승산의 유무도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사건이 흥미로운가 아닌 가이다. 그러면, 흥미 있는 사건은 어떤 것일까? 검찰의 추정대로의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한 꺼풀 벗기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 사건이다. 예를 들자면, 검찰조서에 쓰여 있는 동기의 배후에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는 사건이다. 피고에게 불리하지 않는 한 진실을 추구한다. 그것이 사카다의 방침이었다.
보수에 집착하지 않는 사카다의 사무실경영은 결코 여유롭지 않았다. 실제로 빠듯했다. 직원을 한 명 고용하는 게 고작이다.
경리를 보는 고사카가 왜 좀 더 보수가 좋은 사건을 맡지 않느냐고 묻는다. 회사에 돈이 있으면 직원을 늘릴 수 있고, 젊은 변호사도 고용할 수 있다. 사무실이 커지면 더 많은 일을 맡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카다는 고사카의 말을 흘려버린다.
아무리 돈을 모을 수 있다 해도, 사실을 왜곡해서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원하는 의뢰인의 변호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반대로, 충분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로 부당한 판결이 나올지도 모르는 사건이라면 돈이 되지 않는 국선변호인이라도 수임한다. 수임 받은 사건은 구형에 따른 감형 및 교통사고 위자료증액, 상해사건의 정당방위 입증 등, 대부분 의뢰인이 만족할만한 판결을 받아냈다.
고사카는 건너편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이번의 적은 꽤나 손이 맵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고사카가 말하는 적이란 검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쉽게 보시면 선생님이라 해도 창피당하십니다”
(다음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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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라님~~~~^^* 열심히 빠져들고 있어요~~~^^* 수고마니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ㅎㅎ 사랑해요~~~^^*
차츰 재미를 느끼시게 될 겁니다.
소개글에도 언급했습니다만, 법정을 무대로 벌어지는 추리소설이라 그 맛이 조금은 다르겠지요?
정말 재미 만땅입니다.
엄청난 반전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좋은 소설을 소개시켜 주신 도라님 ! 항상 건강하세요.
일반의 추리소설이 그렇습니다만, 이야기 전개보다는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흥미로운 거지요.
끝까지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