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이 책은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륙의 생성과 최초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부터 공동체를 이루고 다양한 문명을 발전시킨 고대 아프리카의 이야기, ‘신대륙 발견’의 명목으로 시작된 유럽 나라들의 아프리카 침략과 아프리카의 저항, 그리고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부터 에이즈와 빈곤에 맞서며 행복한 삶을 꿈꾸는 현재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시작된 곳
아프리카대륙은 약 5억 5천만 년 전 여러 대륙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여기서 초기 인류(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가 발전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인간은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줄 알았고,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점점 공동체를 이루어 지내기 시작했다.
인간이 함께 모여 살던 곳
아프리카의 문명(기원전 약 5000~서기 약 1500년)을 보면, 이집트에서는 태양력이 사용되고 피라미드가 건축되는 등 문화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파라오가 통치권을 확립하고 이웃 지역에 대한 지배를 확대해 나가면서 권력관계가 형성되었고, 생존을 위한 전쟁도 벌어졌다. 누비아 지역에는 쿠시 왕국이 자리 잡았다. 중앙아프리카의 원시림에는 오늘날까지도 국가의 통제를 거부하며 자신들만의 생활 방식을 고집하는 피그미족이 거주하였다.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신앙의 전통이 있는데, 이슬람교와 기독교 성직자들은 그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중부 아프리카의 콩고 분지에서는 같은 언어 뿌리를 가진 반투 민족들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아프리카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사하라 남쪽에서는 가나, 말리, 짐바브웨가 독자적인 왕국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다가 15세기에 이르러 유럽 사람들에 의해 중단되었다.
짓밟힌 아프리카
(약 1500~1945년) 15세기 중엽 포르투갈 사람들이 서부 아프리카 해안에 도착하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콩고에 들어온 포르투갈 사람들은 인간 사냥으로 수많은 노예를 생산해 냈다. 유럽의 식민 지배에 대항한 아프리카의 저항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줄루족은 착취자 영국에 맞서 짧은 승리를 얻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 국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베를린에서는 유럽 열강들이 모여 제멋대로 아프리카 대륙을 나누어 가졌다. 유럽의 억압과 착취는 선교와 원조라는 베일 뒤에서 더욱 교묘하게 이루어졌고, 두 번의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각각의 식민지 주인들의 편에 서서 원치 않는 전쟁을 해야만 했다.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아프리카의 젊은 지도자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싸울 것을 선언하였다. 아프리카가 자유에 이르는 길은 왜 그리도 먼 것일까?
아프리카의 해방
(1946~현재) 많은 아프리카 나라들이 속속 독립하였고 독자적인 정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애썼다. 때때로 여전히 남아 있는 식민 지배의 그늘과 권력 투쟁이 방해하기도 했다. 500년의 세월 동안 억지로 중단된 역사의 발전을 50년 만에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프란츠 파농, 파트리스 루뭄바, 콰메 은크루마, 레오폴드 셍고르, 줄리어스 니에레레, 토마 상카라 등 많은 지도자들이 아프리카의 진정한 독립과 번영과 민주주의와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 남아프리카에 뿌리 깊게 남아 있던 인종 차별 정책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밑거름 삼아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아직 아프리카에는 내전과 아동 착취, 에이즈,빈곤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용기와 끈기와 지혜로움으로 유럽의 착취의 사슬을 끊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또 그렇게 빈곤과 질병과 전쟁에 맞선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다.
부시맨
80년대 초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신의 선물이라 여기며 기뻐하던 부시맨들의 현재 생활은 어떨까. 최근 보츠와나 정부는 칼라하리 사막에서 2만 년 이상 거주해 온 부시맨을 강제 이주시키려 하고 있다. 공식적인 이유는 부시맨이 키우는 염소에게서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옴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부시맨 거주 지역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보츠와나 정부는 개발정책과 동물보호정책 등을 이유로 들어 부시맨의 거주지를 축소해왔고, 이에 반발해 부시맨들이 소송을 제기해 영구거주를 법으로 보장받기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권력의 이해에 따라 한 집단의 운명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채로운 아프리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방법
길을 가는 사람을 붙잡고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묻는다면, 무더위, 사막, 야생동물, 초원과 밀림, 원시 부족, 가난 그리고 에이즈 등등을 말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별 생각과 관심이 없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이다. 땅덩이 자체의 나이도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약 200만 년 전 초기 인류가 발전을 시작한 곳이다. 오랜 기간 아프리카 대륙에서 머무르던 인류는 10만 년 전쯤 일부가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으니, 세계의 역사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아프리카에 대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류의 발상지인 이 거대한 대륙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인의 시각을 벗어나 편견을 버리고 보게 되는 아프리카의 역사
많은 유럽인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500년 전 이 ‘미개한’대륙에 상륙하여 비로소 역사를 만들어주고 문명을 전파해 주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프리카 사람들을 ‘사냥’하고 약탈한 자신들의 역사는 삼켜버린 채. 1904년 독일 점령지인 나미비아에서 일어난 헤레로족의 궐기에 대한 보고서를 읽은 한 독일 사람은 당시 황제 빌헬름2세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우리는 절대로 검둥이들이 승리하게 놓아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지금도 아프리카가 사랑하는 신의 것이 아니라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승리한다면 대체 어디로 가겠습니까.’ ‘우리가 너보다 더 가치 있고 더 배웠고 영리하고 문명화되었다’는 건방진 태도는 도움과 원조라는 미명 아래 감춰지기 일쑤였다.
아프리카를 보는 관점
바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유럽 출신의 저자는 균형 잡힌 공정한 관점에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 거의 관점이라는 것 자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자신의 설명을 되도록 절제하고, 고통받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삶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관점을 그들 스스로 말하게 하며 독자로 하여금 어떤 선입견을 갖지 않고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광범위한 통찰과 함께, 유럽의 문물과 사고에 익숙해진 우리의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역사책 같지 않은 역사책
이 책의 형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된 측면에서는 기존의 역사책과 다를 것 없는 통사의 형식이지만, 곳곳에 아프리카 사람의 말이나 인터뷰를 인용하여 보다 쉽게 역사를 이해하게 해주고 아프리카 스스로 아프리카를 말하게 함으로써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는 “우리에겐 모든 것이 다 있다. 우린 더 필요한 게 없다. 그리고 그것이 좋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계속 우리에게 와서 우리를 변화시키려고 하는가?”라고 말하는 핫자족의 여인에게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평화와 공존에 관한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아프리카라는 낯선 곳의 역사를 접할 때 느끼게 되는 이질감을 없애주며 역사를 서술하고 이해하는 관점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프리카와 유럽을 보는 우리의 편협된 시각의 시작점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생활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미개하고 못살고 유럽과 세계 여러 나라에 의한 원조가 있어도 자립할 수 없는 나라라고, 유럽은 애초에 문명인들이었으며, 존중받고 우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고, 초강력 폭력에 의하여 감히 셀 수조차 없이 많은 지역토착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빼앗은 땅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조금도 그러한 행위를 부끄러워하지도, 죄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지구 인간 중 최고의 문명인이라고 큰소리치면서....
책 익는 마을 지 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