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帆)과 노(櫓)
어부는 고깃배 한 척에 돛(帆)을 활짝 펴고 드넓은 강의 수면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솔솔 부는 강바람에 팽팽해진 돛(帆, 돛 범)이 어부의 배를 빠른 속도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래서 돛을 단 배를 범선(帆船)이라고 합니다.
'마치 나비의 날개와 같군,
얼마나 위풍당당하고 멋진가!'
돛(帆)은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데
그때 아무 말도 없이 배 위에서 쉬고 있는 노(櫓, 방패 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봐, 노(櫓)야! 넌 왜 그렇게 게으르고 무능하니.
지금 이 배가 물결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오로지 내 덕이란 말이야.
그런데 넌 게으르게 잠만 자는 거 말고 하는 게 뭐가 있니?"
노(櫓)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신을 위한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잠을 자는 듯했습니다.
그때, 지금까지 불던 바람이 갑자기 멈췄습니다.
그러자 어부가 밧줄을 풀어서 돛(帆)을 돛대 위에서 내려 버리고 곧이어 어부는 노(櫓)를 힘껏 저어갔습니다.
"왜 저를 이렇게 팽개치고, 왜 쓸모없는 노(櫓)를 사용하나요?"
다급해진 돛(帆)이 소리를 외쳤지만 어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대신 노(櫓)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하하. 이제야 알겠지?
넌 순풍(順風)이 불어야 비로소 바람의 힘을 빌려 거저 배를 움직이게 할 수 있지.
그런데 나는 재주는 없지만 역풍(逆風)을 맞으면서도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단다."
그렇습니다.
사람도 저마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력이 없고 쓸모없게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분명히 그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돛(帆)은 바람의 힘을 빌려 배를 움직이게 하는 반면,
노(櫓)는 맞바람을 맞으면서도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둘 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배가 순조롭게 계속 나아 갈 수 없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소질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감으로써 각자 자신의 맡은 일에 충실할 때 비로소 계획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화로 읽는 인간경영학' 중에서... - 쑤레이 지음.
★ Just a moment, please.
번역서에는 '돛과 삿대'로 기록되어 있지만, 번역 과정의 오류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櫂(노 도)는 삿대(상앗대)라는 의미도 있지만, 櫂를 노(櫓)라고 번역했어야 합당하지 않았을까라는 짐작을 합니다.
반달 동요 가사를 생각한 오류 같습니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보통 삿대로 움직이는 배는 돛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돛을 사용하는 배는 기다란 노(櫓)를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배가 나아가기 위해서 돛을 달아 바람의 힘을 이용하거나 노를 저어야 했습니다.
배에 돛이 달려 있다 해도 바람이 불지 않거나
역풍이 불어서 항해할 때는 긴 노를 저었습니다.
노(櫓)는 긴 자루에 납작한 나무판이 달린 것으로, 배의 뒤나 옆에 달아 지렛대의 원리로 물을 밀어내는 반동으로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입니다.
작은 배의 노는 혼자 젓지만 큰 배의 노는 둘 이상이 함께 젓습니다.
여럿이 노를 젓는 동작도 맞출 겸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노 젓는 소리를 합니다.
노와 삿대(상앗대)의 차이는?
노는 깊은 물에서 헤쳐 배를 나아가게 하는 도구이지만,
삿대는 강바닥을 긁는 장대로 수심이 얕다는 뜻입니다.
추가로
삿대질은 말다툼을 할 때 주먹, 손가락, 막대기 따위로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내지르는 짓.
삿대는 상앗대의 준말이며, 상대편의 얼굴 쪽으로 내지르는 짓이 마치 상앗대로 배질을 하는 것과 같다 하여 생긴 말입니다.
☞ 계도난장(桂櫂蘭槳)
계수나무로 만든 노(桂櫂)와 백목련으로 만든 삿대(蘭槳)라는 뜻으로, 노와 삿대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
☞ 櫂(노 도)
1.노(櫓: 물을 헤쳐 배를 나아가게 하는 기구)
2.상앗대(배질을 할 때 쓰는 긴 막대)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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