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은 앞다리를 양옆으로 펼치고 우스꽝스럽게 서서 물을 먹습니다 아느 날 불편한 자세로 물을 먹다가 사자에게 심장을 바치게 되었는데요 그로부터 기린은 숨을 멈추고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하늘 아래 눈 둘 곳은 키 큰 나무와 날아가는 독수리의 발톱뿐 기린의 뒷발차기는 사자의 머리통을 깨고도 남음직합니다 어느 날 사자로부터 새끼를 지켜내려다 그만 새끼를 뒷발로 차서 날려보내기도 합니다 초원에 빨간 꽃기린이 피어난 날이었어요 독수리가 발톱을 세우고 여기저기 꽃을 따먹고 있습니다 기린은 긴 목으로 상대의 목을 부러뜨릴 수도 있다는군요 수컷 기린 두마리가 갈고리처럼 엉킨 목을 풀고 있습니다 싸움에서 이긴 기린이 암컷에게 다가갑니다 기린이 짝짓기하는 장면은 불편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기린은 기린이고, 기린 역시 물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까요 기린의 혀는 시시때때로 하늘을 핥아주어야 합니다 기린이 기린임을 증명하듯 기다란 목을 빼고 가시나무 잎을 먹는 중입니다 사자가 다가가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