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등 대구 빅5 병원 전공의 지원자 '0'
보상 지원 없어 기피 현상 최악…내년도 병동 축소 소아 진료 축소 가능성
대구경북 소아 의료 위기 현실화…의료계 "입원·진료수가 2배 올려야"
"전공의 유입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16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주최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지원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면서 지역 소아 의료현장에 대규모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소청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16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등은 입원·진료 수가 2배 인상과 특별법 제정 및 정부 전담 부서 신설 등 긴급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달 초 전국 수련병원 66곳은 총 207명의 소청과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33명만 지원해 역대 최저 지원율(15.9%)을 기록했다.
대구에서는 수련병원 5곳(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에서 모두 15명의 소청과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전무했다.
앞서 2022년도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서는 대구파티마병원만 정원을 채웠고, 2021년도 모집에서는 대구가톨릭대병원만 소청과 전공의를 확보했다.
즉, 내년부터 대구 상급종합병원에는 1, 2년 차 소청과 전공의가 없고, 3년 차 전공의가 있는 곳은 한 곳에 불과한 상황이 된다.
지역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현재 소아 입원 병동을 입원전담전문의 1명과 3년 차 전공의 4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 등으로 근무를 못하는 내년 후반기 이후에는 소아 병동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칠곡경북대병원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인 데다, 대구의료원이 야간과 공휴일에도 진료가 가능한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위해 경북대병원에서 의료진 영입을 추진 중인 만큼 향후 지역 소청과 의료진 부족이 갈수록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최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자 소아 응급 전문의를 2명 채용했고, 향후 추가 공백이 우려될 경우 의료진을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수련병원들은 소아 의료 공백에 따른 사고를 미리 막으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소청과 위기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전공의 미달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며 "지역에서 응급 및 중증, 경증 소아에 대한 24시간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병원 별로 역할을 배분해 지원책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16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회견'을 열고 의료진 감소를 막으려면 수가 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노동 집약적 필수 진료과에 대한 보상 지원이 없어 필수 의료에 대한 전공의 기피 현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2, 3차 수련병원의 적자를 해소하고 전문 인력 감소와 병상 축소 운영을 방지하려면 소아청소년 입원·진료 수가의 100%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