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 “한명숙 표 많이 받으면 봉은사 표로 알라”
- 21일 석가탄신일 봉은사 방문, 명진스님 예방
강남 한복판이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맞은 편 한나라당 후보의 파란색 유세차가 즐비하다.
초여름을 방불케하는게 아니라,
초여름 맞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땡볕이 비치는 가운데
봉은사에는 불기 2554년 석가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불자들로 인산인해다.
한명숙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가 이날 오후 2시 30분, 봉은사 주지스님인 명진스님을
예방하기 위해 봉은사를 찾았다.
봉은사 입구부터 대웅전까지 200여미터의 거리를 가는데 걸린 시간 약 15분.
한명숙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청하고 사진 찍기를 청하는 지지자들로 좀처럼 한걸음 전
진이 힘들다.
수행비서들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처했다.
명진스님과 약속된 시간은 다가오는데, 한명숙 후보는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사진찍기에 여
념이 없다.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들은 자신들보다도 어린 자녀를 한명숙 후보에게
안기고, 손을 잡고 사진 찍기를 원했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이 ‘무슨 일인가’싶어 눈을 깜빡이자 그의 부모들은 “서울시장 되실
분이야~ 이쪽 봐 이쪽~”하며 끝끝내 사진을 담아간다.
한명숙 후보와 미처 인사를 못한 한 불자는 “부처님 파이팅! 명진스님 파이팅! 한명숙 파이
팅!”을 외치며 박수를 보낸다.
강남 한복판, 한나라당 텃밭의 중심에서 ‘한명숙’이 이렇게 환대를 받았다.
한명숙 후보는 의외의 환대에 얼굴에 한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이 더운 날, 한명숙 후보는 봉은사 곳곳을 ‘뛰어다니며’ 불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명숙 후보가 뛰는 모습에 동행 취재에 나선 기자들이 깜짝 놀란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
지 힘이 많이 있으시네요”라고 하는데 이를 듣는 명진스님은 싱긋 웃어보인다.
봉은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만나 환하게 웃으며 첫 인사를 나눈 명진스님에게 “보살님들에
게 선물 받았다”면서 옥색 염주팔찌가 채워진 오른쪽 팔목을 번쩍 들어보였다.
명진스님은 “강남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은게 쉽지가 않아요”라며 “이게 다 순전히 나 때
문”이라며 농을 던졌다.
명진스님은 “자연이라는 것이 한자를 풀어보면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는 뜻인데 지금 정권
이 하는 것은 최소한의 파괴가 아닌 그야말로 자연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진스님은 “4대강 사업은 불교교리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한명숙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한명숙이 당선되야 이 정권의 삽질에 브레
이크를 걸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명숙 후보는 대웅전 불공을 드리기 앞서 관불의식(탄생불 형상에 물을 부어 씻기는 의식)
을 하고, 합장을 하고 부처님께 정성껏 절도 올렸다.
바로 이어 한명숙 후보와 명진스님은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 다래헌으로 향했다.
“뜨거운 차를 드릴까요, 차가운 차를 드릴까요”라고 명진스님이 묻자 한 후보는 “차가운 차
를 주십시요”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한다. 이 날씨가 한명숙 후보라고 왜 덥지 않았겠나 싶
다.
한명숙 후보는 “제가 봉은사에 와서 불자들로부터 엄청 기를 받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스
님이 오고 나서 많이 바뀐 것도 있겠지만 예상보다 너무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고, ‘반드시
꼭 당선되라’는 그분들의 진심이 정말 제게 잘 전달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진스님은 “부처님이 뭇생명을 사랑하라고 했건만,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인간
외 생물들을 짖밟으려 한다. 이게 다 부메랑으로 돌아와 인간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며 “꼭
당선되셔서 브레이크를 걸어달라”고 당부하자, 한 후보는 “꼭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화
답했다.
명진스님은 이날 불자들의 열렬한 환영에 감동받았다는 한명숙 후보에게 “표 많이 받으면
다 그게 봉은사 표로 아시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첫댓글 정치인이나 종교인이나 믿지않은지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