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다 요동치던 물 저쪽으로 너를 보낸 후
나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었다 심연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너를 향한 부력은 이름을 얻지 못했다
강물 위에는 낙엽 한 장에 얹혀있는 가을과
검불의 문장이 전부다 암호같다
너는 늘 흐르는 물 저쪽에 있다
나를 건너야 너를 만날 수 있다
견우와 직녀 사이에 흐르는 은하는 그들에게
어떤 문장이었을까
마음으로 마주 보는 것들은 서로에게 아득한 저쪽이다
저쪽과 이쪽 사이에는 어김없이 침묵의 강이 흐른다
어떤 날은 환영처럼 눈앞에 무지개다리만 놓였다 사라질 뿐
강에는 다리가 없다
지금 어떤 경계처럼 내가 흐르고 있다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나를 건너야 한다
너는 늘 불편 저쪽에 있다
나는 어디론가 자꾸 흐르다가
저 혼자 깊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빛은 점점 맑아져
내가 나를 건너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그럴수록 너는 내 앞에서 보름달처럼 선명해져
내 몸의 안쪽까지 훤히 비춘다
내 몸은 너를 향해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같아
쉬지 않고 출렁이는데
너는 여전히 내가 흐를 수 없는 저쪽이다
몸과 멀어진 마음의 저쪽은 늘 멀고 환하다
나를 건널 수 없어 오래 반짝이던 몸의 통증이
다리 없는 마음에게 무슨 말을 걸기 시작했는지
저녁 햇빛이 빠르게 기울고 있다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4.09.06. -
세상에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의 마음만큼 어려운 게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 “쉬지 않고 출렁이는” 강이 흐른다면 “마주 보는 것들은 서로에게 아득한 저쪽”이 될 것입니다. “마음의 저쪽은 늘 멀고 환하”지만 닿을 수 없기에 마음은 “어디론가 자꾸 흐르다가/ 저 혼자 깊어지고” 맙니다.
닿지 않는 마음을 “건널 수 없는 강”, “심연이 보이지 않는” 강물에 비유한 이 작품은 술에 취해 물속으로 사라진 남편과 그와의 이별을 슬퍼하다가 기어이 물로 뛰어드는 아내에 대한 아주 오래된 노래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마음 때문에 울고 웃는 게 인간사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