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로 유명한 전북 순창군 채계산 산행을 다녀오다
전북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무주탑 산악현수교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 김연옥 |
비녀를 꽂은 여인을 닮았다는 순창 채계산(釵笄山, 360m). 올 3월에 준공된 이곳 출렁다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현수교로 알려져 있다. 채계산 출렁다리에 대한 궁금증이 일던 차에 마침 산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9일, 오전 8시 창원 마산역서 출발하여 산행 들머리인 책암마을(전북 순창군 유등면 유촌리) 입구 책암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50분께. 광주대구고속도로 유촌교 아래로 걸어가 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자연스레 산길에 접어들었다.
얼마 후 완만한 능선에 오르자 걷기 편한 길이 이어졌다. 순창 무수리와 남원 입암리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넘나들던 고갯길인 무수재를 지나 11시 50분 남짓 되어 금돼지굴봉(343m, 적성면 고원리) 정상에 이르렀다. 금돼지굴봉에는 적성 원님 부인과 금돼지에 얽힌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수놓은 듯 채계산 섬진강변 논 그림이 이쁘다. ⓒ 김연옥 |
옛날 적성현에 부임하는 원님 부인들마다 실종되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새로 온 원님이 꾀를 내어 부인 치마허리에 명주실 타래를 달아 두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깊은 밤에 일진광풍이 일면서 부인이 사라져 버렸다.
원님이 명주실을 따라갔더니 굴 안에서 금돼지가 부인을 희롱하고 있었다. 기지를 발휘한 끝에 금돼지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사슴 가죽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금돼지를 죽이고 부인이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림 같은 채계산 풍경
순창 채계산 정상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섬진강. 적성면을 지나면서 적성강으로도 불린다. ⓒ 김연옥 |
임도가 지나가는 당재로 내려가서 다시 오르막을 따라 채계산 송대봉(360m)을 향해 걸어갔다. 마침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탁자가 놓여 있어 점심을 먹었다. 무더위 탓에 절로 시원한 아이스바가 생각났는데, 송대봉 정상 20m 아래에 아이스바를 파는 아저씨가 있길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산길에서 먹는 아이스바 맛은 정말이지, 시원함 그 자체다.
오후 12시 50분께 채계산 송대봉 정상에 올랐다. 적성면을 지나면서 적성강으로도 불리는 아름다운 섬진강이 내려다보이고 눈 앞에 펼쳐지는 장군봉, 그 뒤로 이어지는 남원 책여산의 그윽한 경치에 가슴이 벌렁벌렁했다.
바둑판같은 섬진강변 들녘을 조망하며. ⓒ 김연옥 |
채계산은 바위가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 놓은 형상이라 하여 책여산, 적성강을 품고 있어 적성산, 그리고 화산 등으로 불리고 있다. 채계산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와 장군바위 방향으로 걸어갔다.
칼바위능선도 안전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오히려 재미있었다. 바둑판 같은 들녘을 내려다보며 한껏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이쁘게 수놓은 듯한 섬진강변 논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느새 채계산 출렁다리(적성면 괴정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길이 270m, 너비 1.5m, 높이 75.1~90.1m이다. 24번 국도 사이에 적성 채계산과 동계 채계산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하나로 이어 주는 역할이다. 무주탑 산악현수교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최장 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한마디로, 멋지다
채계산 출렁다리, 한마디로 멋지다. ⓒ 김연옥 |
실제로 걸어 보니 다리가 길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떨어져 있던 두 곳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의미 부여 때문일까. 한쪽과 다른 쪽을 잇는 다리를 건너가면 이상스레 신이 나고 재미있다. 더욱이 두 산봉우리를 잇는 다리는 구름 위를 걷는 기분마저 든다.
출렁다리를 건너기 전에 한옥 정자로 올라가 내려다보기도 하고, 다리를 건너 어드벤처 전망대로 올라가서 바라보기도 했는데, 한마디로 말해 멋지다.
두꺼비처럼 생긴 바위들을 지나 남원 책여산(361m) 정상을 향해 걸었다. 더위를 먹어 몸이 점점 지쳤다. 걷다가 쉬다가를 되풀이해야 했다. 책여산 정상에 오후 2시 50분께 도착했다. 아쉽게도 표지석은 없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면 꽤나 힘들었을 가파른 내리막도 지나며 구송정 체육공원 주차장(순창군 동계면 서호리)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여름 산행은 힘들다. 그럼에도 산은 늘 내겐 아름다운 유혹과 신선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