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od Type AB - Female
1.눈물이 없다. But 남들 앞에서만... 혼자 있을땐, 질질짜는 바보다.
(김하영씨는 특히 드라마만 보면 쳐 운다..)
2.술을 즐겨 마신다.
(But. 잘 취하진 않는데, 한번 취하면 개진상이다. 주로, 남자배우 얘기를 열심히 떠든다.)
3,의리파다.
(이건 인정한다. 근데.. 동생한테 의리따위는 없다)
4.검소하다.
(동생한테만.. 근데.... 지 좋아하는 연예인한테는 펑펑쓴다.)
5.어장관리의 끝판왕이지만, 막상 지는 어장관리에 관심이 없다.
6.가정적이다.
(But 김하영씨는 요리를 못한다. 커피만 잘탄다)
7.한번 사랑에 빠지면 일편단심 민들레다,
(김하영씨는 절대 사랑따위 하지 않을 위인이다. 왜냐, 그녀는 지금 빠순이다. 고로 불가능하다.)
8. 잔소리를 싫어한다.
(동생의 피가 되고 살이되는 조언따위는 묵사발시킨다)
9.표현하지 않는다,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고로, 욕을잘한다.)
10. 변덕스러운 기분파다,
(인정. 그냥 인정)
11. 어른들에게 예의는 바르다.
(...뭐..나름.. )
12. 자존심은 겁나 세다.
(자존심 건드는 순간 그사람은 인생의 암흑기를 거치게 될 것이다,)
13.은근 소심하고, 낯을 겁나많이 가린다.
(동생 절친하고도 고개 숙이고 인사하는 사이....)
14.사랑은 안변해~~~
(라고 외치지만, 사랑을 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15. 버릇없고 거짓말 하는 사람에게 진상의 면모를 보여준다,
16.비밀이 많고, 속을 알수가 없는 여자다.
17, 누군가에게 간섭받는 것을 무.진.장. 싫어한다.
18. 인연을 맺고 끊음에 있어, 소름끼칠정도로 철두철미하다.
19,자.유.분.방.하.다.
20. 마지막으로 그녀는, 또라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유인하에게 미쳐있다
“ 너 지금 미쳤지? "
하은의 말에 하영은 아무렇지 않게 하은을 바라보며 웃었다.
“ 언니한테 말 고따구로 해라? 확, 죽여버릴테니까.. ”
“ 아니, 연예인 하나보겠다고, 가게 문닫고 그날 대전을 가시겠다고? 초보 운전 주제에, 그것도 운전을 하면서 대전까지? 그건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드는데?”
“ 응. 갈건데? 니가 알려줄꺼잖아. 옆에 타. 그리고 내가 바다 같이 넓디 넓은 마음으로 니 자리까지 예매를 해주마, 너의 스케줄은 이미 비워져 있음을 내 미리 알고 있었도다. ”
“ 언니!!!!! ”
하은이 그녀를 향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벌써 다섯 번째 팬질이였다. 그동안 바뀐 연예인이 수두룩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바뀔때마다, 그녀의 빠심은 이 드라마 주인공에서 다른 드라마 주인공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여자 주인공이 아무리 불쌍하더라도 그녀는 남자 주인공에만 푹 빠져 들어, 남자 주인공이 아프면 아픈대로 불쌍하다고 울고, 잘생기면 잘생겼다고 웃고...
하여간 AB형의 특성을 그대로 들어내는 또라이 짓을 한게 한두번인가?...
그래도 지난번 드라마까지는 그저 드라마 40번 돌려보기로 끝났건만...
이번에는 미쳐도 단단히 미친또라이 짓을 시작한거다.
언니가.. 그것도... 별로 멋있지도 않은..
아니, 솔직히 잘생기긴 했지.. 연예인, 아니 배우인데..
이제까지 드라마의 남자주인공 치고 못생긴 남자주인공은 없었.. 아니네, 황정민을 제외하곤 없었으니까 말이다.
“ 닥쵸. 개자식아. 갈 거야. 갈꺼라고!! 내돈 내가 쓰고 간다는데 니가 왜 말려?? ”
“ 이민호 드라마 찍는다고 이민호, 김수현 드라마찍는다고 미쳐서 김수현. 아 주원도 있었지? 그전에는 또 누구였드라? 그 일본 걔!!"
“ 기무라 타쿠야. ”
“ 그래 그 놈, 그 전에는 또 누구 였드라?”
“ 알어 아는데, 이번에는 진짜 퓔이~ F.e.e.l이 확 왔다니까?!! 이정도로 어깨 깡패에 잘 생긴 남자가 없었다고. ”
“ 그니까, 그래서 뭐가 그렇게 좋은데? ”
“ 어.깨.깡.패. 어깨가 50cm 라잖아. 내 주위에는 이렇게 뽀얀 백설기 같은 남자가 없냐구.. ”
그녀는 여전히 마우스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가 좋아 한다는 그 배우가 나온다는 뮤티컬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지금 옆에서 주절 주절 떠들고 있는 착하디 착한 동생님의 조언따위는 신경도 쓰지않은채 말이다.
“ 앗싸~!!!!!!!!!!!!! VIP 예약 했어 !!!! 난 쫌 짱이야!!!! 아 놔.. 막공 못보는줄 알고 심장이 막 두근 두근 했다니까!!!!!!!!!!!!!!!!!!!!!! ”
“ 아 진짜 언니!!!!!!!!!!!!!!! ”
“ 그니까! 직진. ”
“ 알아 새끼야. ”
처음하는 운전답지 않게, 그녀는 긴장한 모습 하나 없이 악셀을 밟아 눌렀다.
하은은 아무렇지 않게 운전을 하는 그녀를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볼뿐이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가려나.. 아 맞다. 연말에 그 배우놈, 군대간다고 했으니까. 연말 까지면 되려나? 아니다. 그녀는 분명히 또 다른 배우놈을 찾아 나설게 분명하다.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김하영씨 이니까요.
그 때, 하은의 전화벨이 울렸다.
=“뭐하냐?"
“대전가는길. ”
=“누구랑?”
“ 언니랑.”
하은의 전화따위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 듯 그녀는 운전에 집중할 뿐이였다.
원래 서로의 프라이버시는 침해하지 말자 주의인 그녀이기에..
그녀는 전화에 방해 되지 않을 정도로 창문을 살짝 열고 시원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운전할 뿐이었다. 옅은 바람이 차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살짝 간지럽히고,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2년만에 처음으로 가는 지방 여행이었다. 어떻게 보면 공연은 꼭 보고 싶긴했지만, 일종의 방패막 정도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만나는걸 워낙 좋아하지만 어느순간부터 그녀의 인간 관계는 한정되어 있었다. 착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귀여운(?) 동생 가스나와, 동생가스나 친구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 몇 명..
어느순간 그녀는 그렇게 몇몇 사람만을 주위에 두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 이유에는 그녀가 절대 인정하지 않는 소심함이라는게 큰 몫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가게를 오픈한 뒤로는 가게, 집, 가게, 집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인생. 그 인생이 무료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예전보단 넉넉한 삶을 살고 있었고, 그녀의 취미는 TV 드라마를 보는것이었기에 딱히 여행에 대한 갈망을 꿈꾸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뭔가 새로운 인연을 데려다 줄것만 같은 설레임을 간직하고 있었다. 새로운 인연따위 만들고 싶진 않지만, 왠지 기분이 살랑살랑 그녀의 심장을 쿡쿡찔러왔다.
“ 언니, 민준이 이번에 대전에서 공연한다는데? ”
“ 응. 알아. ”
“ 에? ”
“ 나온다고, 이 뮤지컬 ”
“ 에? ”
“ 이 공연에 민준이 나온다구. 간김에 꽃다발 하나는 안겨 줄려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하은은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도대체 이 여자는 뭔가 싶었다. 자신의 친구가 나오는 공연을 모르고 있는 자신도 한심했지만, 그자식이야 원래 지 공연하면 공연한다, 쉬면 쉰다고 말도 안하는 개보다 못한 절.친.사이라 그렇다 치지만, 어떻게 말한마디 안 해 줄 수가 있단 말인가... 아니, 그리고 절친새끼의 공연인걸 뻔히 알면서 그녀는 왜 표를 구해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고, 자.그.만.치. 4시간동안 컴퓨터를 붙잡고 예약한답시고 F5키를 별나게 눌러가며 그 개고생을 해가며 VIP 자리를 예약 한건지 이해가 안갔다. 그녀는 멍한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그녀는 김하영이다.
평범한 여자와는 전혀 다른 AB형. 또라이 김하영.
여자 AB형의 특성 13번. 은근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린다.
아무리 잘생기고 멋지신 동생님의 절친이라 13년간 말을 섞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바운더리 않에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극도의 소심함을 보이며 하고 싶은 말도 못했겠지....
바보 멍청이 김하영씨가 따로 없다.
그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앞으로 흔들렸다.
하영이 짜증나는 듯 짧게 욕설을 내뱉었고 하은이 놀란 눈으로 창문 밖을 바라봤다.
검은 벤 한 대가 눈 앞에 서 있었다.
“ 뭐야? 사고 낸거야 지금? ”
하은의 물음에 하영은 대답도 없이 차에서 내려 밴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벤에서 남자가 내려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검은 벤이 차선을 끼어들다가 차 옆을 박은 모양이였다.
“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급해........!!"
“ 됐구요. 보험처리하죠. 저도 과속한건 있으니까. 근데 제가 지금 좀 급하거든요? 보험회사 불러서 기다릴 시간까지는 안되구. 각자 대물 처리하고 끝내죠. ”
하영의 말에 당황한 듯 남자가 멀뚱 멀뚱 그녀를 쳐다봤다. 보험회사 부를 시간이 안된다고 각자 대물처리를 하자고? 당췌 이해가 안되고 있었다. 그녀는 알아들었냐는 듯 그를 바라봤고 그가 멈칫하다가 지갑을 꺼내 명함을 내밀었다.
“ 그래도 저희가 배상할건 배상해야죠. ”
남자의 말에 하영이 명함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명함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G.L 엔터테이먼트 실장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명함도 내밀었다.
그리곤, 그 남자가 받아 들자마자 그녀는 차에 올랐다.
“ 뭐야? 사고 났는데 그냥가? ”
“나중에 연락주기로 했어. ”
“ 아 그러다 연락 안오면?!!! ”
“ 번호판 다 찍혔어. 그러라고 블랙박스 달아 놨구, 그리고 명함도 받았고. ”
“ 야!!!!!!!! ”
“ 공연 늦는다. 닥쳐라.”
하영의 말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김하영이였다. 지금 그녀는 사고 따위가 중요한게 아니였다. 공연이 늦는게 더 중요 했지. 그러니까.. 이 앞에 찌그러진 차를 끌고 공연장까지 가서 공연 먼저 보고, 그 차후에 고치겠다는거구나. 미친거다. 정말 미친거다,
하영은 공연을 보는 동안 단 한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눈앞에는 잘생긴 인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무대에서 노래를 노래를 할때도, 춤을 출대도,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부분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였다. 그녀는 마지막 무대까지 단, 한번의 눈 깜빡임도 용서 하지 않을 듯이 집중했다. 그녀의 행복한 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무대 인사가 끝나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만족하냐? ”
“ 응. 개만족. 유인하 겁나 잘생기지 않았냐? 아 놔 미쳐 환장하겠다니까.”
“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이 언니 가스나야 ”
“ 야, 분장실 어디냐? 온김에 니 친구한테 꽃을 줘야 할거 아냐. ”
하은이 앞장 서서 걸어가는 동안 하영은 이게 멋있었다 저게 멋있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뒤에서 재잘대고 있었다. 하영의 개 짖는 소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하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네. ”
하은이 분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 개자식아 나왔다. ”
하은의 한마디에, 분장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하영은 하은의 뒤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사람많은데서 저런 싸가지 없는 잡것이.................!!!!!!!!!!!
저런 쒸파.. 쪽팔린다...
하영은 하은의 뒤에서 민준에게 꽃을 내밀었다.
“ 공연 축하해. ”
“ 어?!!! 누나~~~~!!!!!!!!!!! ”
민준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하영을 와락 품에 안았다. 하은 따위는 중요 하지 않다는 듯, 하영을 품에 안았다. 하영이 살짝 짜증 섞인 몸짓으로 민준을 밀어 내려했지만, 민준은 떨어질 생각을 안하고 방방 뛰고 있었다.
딱 ... 5초만 참자...... 5초다.... 그래..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하은이.......친구니까 말이다...
5............
4............
3............
2............
1............
ready... Action...........
순간 민준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쥐던 그녀의 손에 서서히 힘이 빠졌다.
눈이 정면을 향해 천천히 멈춰섰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그........배우님이시다........
어깨 깡패 50cm.
밀가루 찰떡찰떡 얼굴.....
.................그 인간. 유인하다....................
“ 떨어져 개새야 떨어져!!"
하은이 그녀에게서 민준을 떼어놨다.
하영은 잠시 그에게 머물렀던 눈을 돌려 민준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 공연 잘봤어. 연기 잘하더라. ”
“ 아~!!! 진짜 누나가 표까지 사서 내 공연을 보러 올줄.......!!"
“ 등신... ”
하은이 민준의 의자에 터억 앉아서 한심한 눈으로 민준을 바라봤다. 3년째 짝사랑 중이신 김하영 양이 이민준군을 찾아 왔으니, 얼마나 좋겠어. 얼마나. 김하영씨 뒤에 숨겨진 어장관리 능력을 모르는 등신새끼.
“ 너때문 아니야. ”
“ 에?”
“ 빠심이 도지셨어. 빠심이. ”
하은은 심드렁하게 민준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하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하은의 입을 손으로 막고는 천천히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민준에게 전하지 못했던 꽃다발을 다시 내밀었다.
“ 축하해. 많이 늘었드라. ”
“ 고마워요 누나. ”
“ 잠깐 나 답답해서, 밖에 나가 있을께 얘기 하구 천천히 나와. 끝나고 밥먹을 수 있으면 같이 먹게. ”
“ 네~!!!!! ”
하영은 하은과 민준을 대기실에 남겨두고 건물을 빠져 나왔다. 눈앞에 분명 자신이 좋아하던 유인하가 서 있었는데, 그녀는 말 한마디 붙여 보질 않았다. 그저 잠깐 놀란 눈으로 유인하에게 시선이 머물렀을 뿐이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진짜 유인하가 좋아서 공연을 보러 간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호들갑도 없었고, 그에게 그 흔한 사진한장 찍어보자, 싸인하나 해 보자라는 말도 없이, 그렇게 건물을 빠져 나갔다.
“ 그게 무슨소리야? 빠심이 도졌다니? ”
“ 저 등신, 또 티 안내고 돌아서 나간다. 하여간 등신 둘을 내 주위에 두고 있으니.. ”
하은이 한숨을 내쉬는 동안, 민준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그녀를 바라볼 뿐이였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부르르 진동을 울렸다.
[오다가 포스터 하나만 들고와. 유인하님 나오신 포스터로. 알지?]
하은이 핸드폰을 들고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유인하를 바라봤다. 그리고 민준의 옆구리를 쿡쿡찔렀다.
“ 싸인받아와. ”
“ 에? ”
“ 유인하, 저사람한테 김하영 이름으로 싸인 받아오라고 ”
민준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하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인하의 앞으로 당당하게 한걸음씩 걸어가 인하의 어깨를 툭툭치고 종이와 팬을 내밀었다.
“ 저희 집에 등신 하나가 있는데요. 미친 빠심으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운전하고 내려온 등신 하나가 미친 또라이 AB형이라 개 소심해서 싸인한장을 못받고 나갔거든요? 그래서 그러는데.. 이 미친년이 포스터 하나 들고 오라는데, 포스터 하나 붙잡고 드라마 미친 듯이 돌려 볼거 같아서 속이 답답해져서 그러는데, 싸인좀 해주세요.”
인하가 당황한 눈으로 하은을 바라봤다. 원래 이렇게 직설적이고 싹수가 노랗나 싶은 그녀였다. 얼떨결에 종이를 받아 들고 싸인을 하자. 하은은 고개를 한번 푹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종이를 뺏었다. 그리고 민준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 야. 등신아 니가 줘. 이따 분장 다 지우고 뒤풀이 가기전에 연락해. 난 우리 미친년 찾으러간다. ”
인하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탈의실로 걸어 들어갔다. 코디가 갖다준 옷을 갈아입기전 그저 힘들어서 잠깐 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두명의 여자. 확실히 먼저 들어온 여자보다는 뒤에 들어온 여자에게 시선이 먼저 머물렀다. 민준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도 처음 봤을뿐더러, 그녀와 눈이 마주치던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희 집에 등신 하나가 있는데요. 미친 빠심으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운전하고 내려온 등신 하나가 미친 또라이 AB형이라 개 소심해서 싸인한장을 못받고 나갔거든요? 그래서 그러는데.. 이 미친년이 포스터 하나 들고 오라는데, 포스터 하나 붙잡고 드라마 미친 듯이 돌려 볼거 같아서 속이 답답해져서 그러는데, 싸인좀 해주세요 ’
은하의 말을 떠올리던 인하가 피식 웃었다.
은하의 말 속에 등장하는 등신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팬은 100%로 아닌 듯 싶었다 보통 팬들은 자신에게 싸인을 요구하거나, 말 한마디라도 걸고 싶어 하는게 정상아닌가? 그녀는 아무말 없이 잠깐 시선을 마주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살짝 무미건조하기까지한 눈빛이였다. 너무 좋다거나 너무 당황스럽다는 몸짓도 아니였다. 엄청 소심한건가? 아니다. 소심했다면 눈빛을 먼저 피했을텐데, 그녀는 그가 시선을 떼기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었다. 인하가 옷을 갈아 입고는 탈의실을 걸어나와 코디에게 옷을 건넸다.
인하는 혼자 골똘히 생각에 빠져 들었다.
“ 형 죄송해요. 당황하셨죠? ”
“ 응? 아니야. 괜찮아. ”
민준이 고개를 꾸벅숙였다. 인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한번 툭 쳤다.
“ 누구야 근데? ”
“ 아 방금 제 친군데요, 어렸을 때부터 친한. 제가 워낙 좀 버릇이 없어서, 말을 막하는 경향이 있어요. ”
“ 아니, 그 여자 말구, 아까 나간여자. ”
“ 아, 친구 누나에요. ”
“ 아.... 그렇구나...... 근데 내 팬이래? ”
“ 그런가봐요. 또 바뀐거 같은데요? 지난번 까지는 분명히 이민호 였는데. ”
“ 또? 바뀌었다면..? ”
“ 3주전까지는 이민호 였어요. 근데, 이렇게 공연까지 보러오는 건 처음 같은데.. 보통 드라마 돌려보는 걸로 끝나거든요. ”
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못 알아본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TV속 메이크업보다 진하기도 하고, 3주 밖에 안됐다면, 잘 못알아볼 법도 하니까 말이다.
근데, 자꾸 맴돈다 그녀의 그 눈빛이..
찰나에 본 얼굴이라, 얼굴은 점점 기억속에서 흐려져 가는데 눈빛만은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었다. 뭔가 모를 아픔을 간직했다고나 할까? 많은 비밀을 숨긴 것 같은 그 눈빛이..
자꾸만 인상에 남겨 졌다.
“ 형. 가요. ”
매니저의 말에 인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과 대충 인사도 끝났고, 오늘 마지막 공연이라 뒷풀이도 참석하고 싶었지만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인하가 밖으로 걸어나가자 아직 기다리고 있던 수 많은 팬들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추운 날씨에도 기다려준 팬들이 고마웠다. 잠시 팬들과 인사를 나눈후에 그가 차에 올랐다.
“ 아, 맞다 아까 사고난거 연락했어? ”
“ 연락했는데, 신호만 가고 전화를 안받더라구요. ”
“ 그래도 전화해서 확실히 해야 하는거 아니야?‘
“ 이따 다시 해봐야죠. "
인하는 멍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다시한번 그녀의 눈빛이 그의 머릿속에 둥둥떠올랐다. 그리고 무언가 눈앞에 닿을 수 없는 것이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한번더....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녀를 만난다면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를 손에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꺼내 들었다.
" 여보세요? 응, 민준아 너 서울 언제 올라오냐? 나 부탁할게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