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저도 한 번 올려보죠~ 글구... 발라님~ 천기누설은 주금입니다~!!! --+ 흠... 참 열분~ 발라님 거짓말에 속지 마셔요~ 웁쓰... 하여튼 방랑자님도 오시고... 뭐 카페에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제 대화방에 올 겨를이 없어서 슬픕니다. 흑... 다들 좋은 얘기 많이 하셨었는지... 자~ 갑니다~!!!!!!!!
...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레오폴드 아우어가 "연주 불가능" 이라고 했던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선연히 율동하는 바이올린 독주가 아주 인상적이다. 한슬리크의 보드카 냄새는 아니나다를까 이 곡을 찬 기운 돌면 돌수록 온 몸에 싸하게 퍼지는 황홀의 경지로 이끈다. 그렇게... 일부러 창문을 활짝 열어 다소 차고 무겁게 내려 앉은 공기를 마음껏 음미한다. 세상에서 가장 달고 청명한 요리를 먹듯. 목 안 가득 담아 폐로 굴려넣어 그 알싸함이 가셨을 때에야 조용히 내뿜는다... 변주되면서 차츰 피치가 높아지는 독주... 아니... 다시 나지막히 반복하는.... .............. 반복........... 또 반복........... 우리의 삶 역시 이렇게 반복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결국 짧은 기억을 의지해서 다시 어제의 일을 돌이켜 적어야 한다.
<<프롤루드 -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전까지>>
이번에는 "예술의 전당" 이라서인지 여유롭게 도착했다. 일부러 스쿨버스를 서둘러 타기도 했지만 저번이 연휴를 끼고 있어서 유난히 정체가 심했던 것에 비해 신호 한 번 걸리지 않고 쭉쭉 빠져주는 도로가 고맙기까지 했다. 짐은 여전히 많았지만 이번에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두어 정류장도 안되는 거리를 마을버스까지 타는 정성을 들였다. 또 한 가지. 이번에는 조금 더 격식을 갖추기 위해 옷을 싸두었다가 전당 근방에서 갈아입기까지.(실은 이 문제는 아는 분의 협박도 있었다. --;;;) 이렇게 공을 들여 간 공연이 나쁘면 정말 서운할 것 같았다. 날이 유난히 흐리고 습차다. 하지만 간간히 부는 바람은 오스스해서 마의 깃을 여미게 했다.
일단 오늘은 간편하게 짐들을 보관소에 맡겨두고 일행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또 한 가지의 실수. 신발을 가능하면 편한 것으로 신었어야 하는데... 100M를 걷기가 힘들어 삐긋삐긋... - 여자들 멋 내기가 이렇게도 고달프단 말인지... 이렇게 때 아닌 쇼를 하면서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더니 전당 앞 벤취에 앉아 바람을 쐬고 있단다. 밖이 벌써 침침하다. 그 허공 위로 가로등이 아무리 밝혀봤자 하늘을 푸르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 사이로 간간히 희끗희끗하게 반사되는 돌 의자에 삼삼오오 떼 지어 앉은 이들. 저 사이에 일행이 있을 것이다. 과연 미리 도착해 있던 보니 님과 호치네 님, 따봉 님... 만나서 반갑기보다 쑥스럽기까지 했다. 아니나다를까 평소와는 달리 단정한 머리와 옷차림에 환성을 지르며 놀리는 그 분들... 오늘 일은 제발 비밀에 부쳐달라는 부탁에도 불구하고 소용없이... 뒤 이어 도착한 분(두목 황 문성 님, 다음 달에 결혼하신다는 단휘 님, 샤브레 님, 윤 원중 님)들의 반응 또한 만만치 않았으니... 함께 계셨던 시향 타악기 주자이신 이 건수 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조금 있자니 공연 시간이 되었는데 약간 늦어지는 모양인지 계속 리허설 중이라는 문패만 걸려 있었다. 역시 30분 늦어져서 8시에 시작한단다. 한적하니 감나무 아래서 채 익지도 않은 걸 군침 삼키면서 마냥 서 있은 것이 몇 분인지... 그래도 참 평화로왔다. 이 곳 저 곳에서는 속속들이 아는 얼굴들을 반기며 미소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유모차를 이끌고 온 젊은 부부 역시 어느 구석에 앉아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도란도란 하는지... 사방 정겨움으로 가득 차 이미 음악을 듣기도 전에 우리의 마음은 어느 정도 정화되어 있었던 것 같다.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1층 B열 114번. 조금 왼쪽으로 치우친 앞 자리였다. 단원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악장이 들어오자 점차 웅성거리는 소리는 갈앉았다. 그리고서 지휘자를 본 순간, 주변에 앉은 일행들은 속삭이기 시작했다. "첼리비다케다~!!!!!" "진짜 많이 닮았다. 혹시 사촌의 사돈 아냐?" 푸하하하하....... 정말 흰 머리에 두턱진 모습이 많이 닮았다. 하여튼 들어오자마자 지휘봉을 들더니... 순식간에 휘몰아가기 시작한다.
<<1부 - 차이코프스키의 가을 볕 부서지는 소리>>
*Pyotr Il'yich Tchaikovsky
'Polonaise' from Opera ActⅢ
한 마디로 말하면 오프닝이다. 마치 무슨 신호를 알리는 것처럼 금관(트럼펫이었던가? 벌써 가물가물하다)이 한 음을 연이어 내면 현악과 관악이 크레센도로 확장되면서 신나게 뛰논다. 일단 잠깐. 에프게니 오네긴 오페라 얘기를 잠깐 하자면 (짧은 지식으로) 푸쉬킨의 원작에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장가가기 직전에... 이 무렵에 결혼한 차이코프스키의 부부생활은 아주 불행했고 당연 이 오페라도 비극이다. 이번에 볼쇼이 오페라단에서 공연한 스페이드의 여왕... 꼭 보고 싶었는데 이 역시 그의 오페라 작품으로 푸쉬킨의 원작에 곡을 붙인 것이다. 그 덕에 (소수지만) 약간은 유치한 부분도 있는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정말이지 탄탄함으로 승부한다. 3막 시작할 때 곧장 이 폴로네이즈로 문을 연다고 들었는데 오페라는 못봐서 모르겠다. 내용은 얼핏 들었지만. 상뜨 페테르부르크의 사교장을 배경으로 간주나 합창 같은 것이 없이 열린다고. 하지만 이 오페라 중에 아주 유명한 아리아 하나가 지금도 가슴을 파고든다. 바로 <편지의 아리아>이다. 사랑의 설레임... 그 열병같은 중얼거림... 그리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음계의 미묘함... 한 없는 인간의 괴리 속으로 빠져버리는 기분이 드는 섬칫함이었다. 특히 이 곡은 영화 '안나 파블로바' 에서도 나왔고 - 솔티와 고르차코바의 노래였던가? - 우리 나라에서 그다지 잘 연주되지 않는 러시아 오페라 레퍼토리 중에서는 그래도 알려진 편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폴로네이즈... 특히 오늘 연주된 곡은 마구마구 휘몰아치면서 순식간에 확~ 이끌어간다. 그 템포로 정말 춤을 출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할 만큼. 그러나... 그러나 정말 멋졌다. 그 화려함에 있어서는 제정 러시아 말기의 풍모가 엿보이는 기분이다. 확실히 지휘자가 러시아 사람이라 그런가보다... 하지만 들어가면서 그들의 사랑 때문에 그만큼 한껏 우울해졌다. 사람의 마음이란... 왜 순행하지 못하고 이렇게 어지러운 속에서 함께 엉클어져 가는 것인지. 친구인 오네긴의 손에 죽어가는 렌스키의 비극, 타치아나의 열병에 가까운 고백을 거부한 오네긴... 그러나 그 풋내나던 처녀의 성장 - 사교계의 여왕이며 나이 든 그레민 공작의 부인으로 - 에 다시 마음을 빼앗기고 미쳐 매달리는 그... 그를 사랑함에도 거부하고 뒤돌아서야 하는... 그녀. 그는 이미 그녀가 사랑했던 그가 아니다. 오네긴의 비극은 <어긋남>이다. 그런 비극 속에 일시적으로나마 확 트인 밝음이 이 폴로네이즈인 것이다. 아니... 그 춤이라는 것도 어쩌면 어긋남이다.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돌아가는 것이 어지러운 세상과 뭐가 다르랴. 이런 상념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휘몰아쳐 끝내버린 지휘자... 첫 곡부터 주변 사람들은 흥분해서 기대하는 눈치다. 이제 바이올린 협주곡 차례. 잠깐 팜플렛을 참고하면...
1878년 바이올린 협주곡을 완성했을 때 차이코프스키는 이 작품을 헝가리 태생의 비르투오조 - 당시 가장 유명했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동시에 가장 훌륭한 교수로 알려져 있던 레오폴드 아우어에게 헌정하여 초연을 의뢰하였다. 그러나 아우어는 악보를 보고 연주기법상의 어려움 때문에 도저히 연주 불가하다고 하며 되돌려 보냈다. 솔로 파트에서의 꾜적인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던 조셉 코텍 역시 청중 앞에서 연주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절망에 빠진 차이코프스키는 이 협주곡을 포기하고 만다. 거의 4년이 흐른 뒤인 1881년 12월 4일 비엔나에서 러시아 바이올리스트 아돌프 브로쯔키가 위험을 무릅쓰고 처음 이 곡을 연주하였고 그 후 차이코프스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말로 아름다운 곡입니다. 누구든 이 작품을 연주하면 할수록 더더욱 흥미로워지게 될 것입니다. 이 점이 바로 기교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입니다." 그러나 비엔나에서의 초연도 그다지 성공적인 것은 아니어서 청중들의 야유와 더불어 비평가들로부터 신랄한 비평을 들어야 했다. 당시 최대의 비평가로 알려져 있던 한슬릭은 이것을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구 잡아찢고 검푸른 명이 들 정도로 두들겨 부수고 있다고 혹평을 내렸다. 종래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비추어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우어 역시 그렇게 보았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협주곡은 차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연주가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되었다. 레오폴드 아우어도 결국 이 곡을 연주하게 되었고 나아가 당시 그가 가장 아꼈던 바이올린의 신동 야샤 하이페츠에게 이 곡을 소개하기에 이른다. 1912년 10월 28일 하이페츠는 11살의 나이에 당시 최고 지휘자였던 아르투르 니키쉬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 작품을 연주하여 절찬을 받았다. 이것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또한 오늘날가지도 수 많은 음악애호가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한 시발점이 되었다.
이번 협연자는 김 복수 씨였다. KBS 교향악단 악장(맨날 텔레비전에서 연주할 때 지휘자 바로 옆에서 열심히 연주하는 흰머리 바이올린 주자... ^^;;를 보곤 했는데 딱 바로 그 분이 들어오시는 거다)이시면서 저번에도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던가? 키타옌코의 지휘로 KBS 연주회 때 협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오셨구나... 싶어서 팜플렛을 다시 찾아 읽게되었다. 웃는 얼굴이 넘 친숙해서 아무래도 더 집중해서 듣게 될 거 같았다. 사진에서 눈을 떼고 무대를 보자 그 즉시 걸어 나오시는 그 분이 보였다. 그 뒤로 들어오는 지휘자... 정말 흰머리의 조화가 무엇인지 다시 보게 되었다. 푸하하~
1악장 현악의 선율이 처음에는 작게... 점차 확 커진다... 독주 바이올린의 길을 열 듯이 그렇게... 금세 들어오는 1주제... 아주 낯익은 선율 때문에 반갑기까지 한다. 김 복수씨는 음영 짙게 힘 서린 보잉이나 신중하게 놀리는 왼손으로 보아 아주 정성을 들여 연주하고 있다. 흐느끼는 듯이 미끄러지는 2주제... 한 음 한 음이 무척 새롭다. 이 공연 역시 실황으로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도 처음이다. 물론 텔레비전으로 혹은 라디오, 음반(워낙 차이코프스키 음반은 많이 있어서 꽤 들을 수 있었는데 정 경화의 초기 음반도 멋졌지만 장 영주의 음반 자켓 - 겨울 눈을 배경으로 빨간 코트를 입은 그라모폰 수상음반 - 때문에 가을보다는 겨울에 더 많이 들었다) 등으로 꽤 많이 알려진 곡이긴 하지만... 그래서일까. 마치 중간중간 생략된 음들을 찾듯이 그렇게... 잃어버린 기억을 찾듯이 그렇게 찾으면서 상승하자 그 뒤를 받아 오케스트라가 작열하면서 1주제를 외친다. 연미복입고 연주하는 사람이 이렇게 멋진 거구나... 처음 알았다. ^^ 다시 갈앉은 오케스트라... 독주자가 1주제를 무섭게 풀어가고 있다. 복화음의 어지러움 속에서 반주는 낮고 짧게 깔린다... 조 바꾸어 다시 상승... 그렇게 이번에는 어딘가 처연하게 들린다. 한슬릭의 비평 - 쾅쾅 내리치는 듯한 것이 이것인가? 그렇다면 바이올린은 쫘악~ 쫘악~ 찢어준다. 그렇게 카덴짜까지 도달했다. 고음을 낼 때 꽤 신중하게 뜸을 들이면서 내는 것은... 흠... ^^ 정말 너무도 자연스럽게 미끄러진다. 그 여운도 정말 요염하다. 지금도 하나 하나 머리 속에 그려본다. 옆에 앉은 샤브레 님의 숨소리와 호치네 님의 날카로운 눈... 조명을 받아 쨍하니 빛나는 독주자와 지휘자의 은빛 머리. 독주자는 음률에 떨고 있다. 경련하면서. 이제 한 고개 넘은 듯이 풀어진다. 이번에는 현악부와 계속 주제를 던지고 받으면서 흐른다. 호른 소리가 은은히 울려주고... 목관장식음은 바람소리처럼 지나간다. 바이올린의 트릴 속에서 관악이 점차로 합하여 투터워지는가 싶더니 바이올린의 기교가 극한에 다다른다. 정말 놀라운 것은 흐트러짐 없이 파워풀한 독주자. 에름레르의 그다지 꾸밈없는 지휘스타일과는 달리 연주하면서 집중한 듯한 자세도 그렇고... 드디어 제자리를 찾으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순간 다들 박수~~~~~~~ 엇, 나만 안친 거 같다. 악장 사이에 치지 않는다는 것 같았지만 연주가 훌륭하니 다들 환호한 것 같다. 지휘자도 외국 분이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 일단 약간의 쉼을 둔뒤 2악장으로 들어간다. 그 사이 어지간히 힘 뺀 독주자는 땀을 닦으며 재정비.
2악장은 상당히 우수에 찬 시선이다. 목관부나 바이올린의 선율 아니어도... 약해지는 내 모습을 외면이라도 하듯이... 당장 다음 달 초에 있을 심사나... 그 보다도 자신이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생각할 시간보다 이제 말이 끝나고 행동할 시간만 남은 이 시점에서 차이코프스키가 다 무에란 말인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나지막히 탄식하는 영혼을 듣는다. 장중함에 이은 약간의 휴지부처럼... 그렇게 2악장은 하... 플룻까지도 처량맞다. 헉... 조가 어느 순간 바뀌었다. 그리고... 뭉뜽그려지면서 잦아들었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템포를 정비해서 확~!! "으악~ 놀랐지?" 하듯이 말이다. 3악장이닷! 그러고서 바이올린은 곧장 그 동안의 침침함을 걷우어내듯 씩씩하게 돌아다닌다. 히야... 김 복수씨 진짜 멋진 악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3악장은 조금 힘이 딸리는지 템포도 조금 늦어진다. 여기 이 부분이 러시안 트레팍(농민의 춤) 스타일이라던데 잘 모르겠다. 하여튼 무지 흥겹다. 아까의 폴로네이즈처럼 화사함은 없어도. 정말 그 탄력감도 대단하다. 조금 반주가 앞서 나간다 싶기도 했는데... 정확하게 포지션을 짚는다. 흠... 드디어 관현악도 주제놀이에 참여한다. 그렇게 치닫더니만 2주제... 하향음계의 낮은 음들이... 피치가 확~ 떨어졌다. 그것을 주워든 플룻과 목관은 금관의 웅얼거림을 뒤로 하고 몇 마디를 울린다. 바이올린은... 다시 변주한다. 그렇게 3부의 형식으로 종결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런 방황도 곧이어 끝난다. 관악도 그것을 아는지 훨씬 더 흥겹게 맞추어준다. 가슴이 터질 거 같다. 벌써 호흡이 딸린지... 바이올린은 꼭대기로 솟아섰다. 엇... 금관의 소리가 조금 삐긋 한 걸까? 아니면 확실히 마지막 힘이 딸린 것일까... 푸욱~ 꺾이는 기분이 든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렇게 마지막 오케스트라와 함께 치닫는 끝은 으뜸음이다. 다시 시작할 것처럼... 한 일 초 정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서... 박수소리... 나도 짝짝짝............................
커튼 콜 후 휴식시간이었다. 일단 숨을 돌리기 위해 연주회장 밖으로 나갔다. 참 주의사항 하나. 혹시 모르니 티켓은 반드시 지참하고 다니도록. 다시 들어올 때 티켓 검사를 하여 없을 경우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핸드폰을 다시 켜서 주변 곳곳에서는 무인 대화 중이었다. 일단 일행과 함께 한 구석에 섰다. 다들 오늘 공연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듯 했다. K모 교향악단보다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굉장히 안정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 4대 협주곡 중 하나인 이 곡...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명작이다. 2관 편성이던가? 음... 그리고... 그 뒤로는 계속 선율들의 메아리이다. 평소 협주곡을 들을 때 다소 조용한 2악장은 그렇게 귀에 들어오는 편이 아니었는데 - 조금 쾅쾅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 확실히 실황이라 눈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침침하게 드리우는 그늘처럼... 습윤하고 눅눅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차운 것이 오늘 저녁같이... 꼭 비슷한 기분이 들어 밖을 보니 비까지 주륵주륵 내리고 있다. 정신 차리기 위해서 캔 커피를 뽑아들었다. 엇... 그런데 연주회장에 또 다른 아는 얼굴이 있을 줄이야. 바로 다음 "옛 거장들을 기리며" 카페의 회원인 김 종일님이었다. 역시 그 분은 차이코프스키 좋아하신다고 계실 것 같았다. 흠... 인사를 드렸는데... 앗, 실수로 내 몰골(? - 꽃 분장하고 옷 잘 입은)에 대한 생각을 안했다. 무척 놀라시는 종일님... 에휴... 확실히 늦게 시작한 공연이라 휴식시간도 다소 촉박했다. 금새 음악당 곳곳에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허둥지둥 서둘러 들어갔다. 다음 곡이... 쇼스타코비치이다. 요즘 들어 계속 쇼스타코비치 행진이다. 7번과 10번에 이어 5번까지... 등에서 식은 땀이... 어려웠던 저번 연주회가 마음에 남아서 영 찜찜하다. 물론 5번은 <현대음악> 시간에도 듣고 평소 음반으로도 접한 적은 있지만... 그래도... 딸리는 체력이 도와줄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어쩌랴... 단원들은 이미 앉아 있고 지휘자는 들어오는 것을...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첼리비다케(뭰헨 필 지휘하던 전설의 거장. 느린 템포로 소문난 분)를 닮았다. 아까 폴로네이즈도 그렇고... 그래서 다시 기대하게 한다. 후후후... 잠깐 지휘자를 소개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접어든 가을의 그늘 속에서 - 쇼스타코비치>>
*상임지휘자/Mark Ermler
러시아 최고 공훈 "인민예술가"(뜨아아~ '인민' 자 들어간 사람은 공산권 자국에서 그 입지가 장난이 아니라던데~)인 말크 에름레르는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레닌그라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1952년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로 데뷔했다. 이듬 해에는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주"를 지휘했고 1956년 볼쇼이극장의 초청을 받아 이듬해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지휘한 이후 최근까지 볼쇼이 극증 오페라단 발레단 그리고 교향악단과 함께 2000여회의 공연을 선보였다. 도한 그는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차이코프스키의 "에프게니 오네긴(역쉬~)" "스페이드의 여왕" 보로딘의 "이고르 공" 푸치니의 "토스카" 벨리니의 "노르마" 등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오페라 20여 편을 레코딩 하기도 했다. 볼쇼이 오케스트라, 러시아 국립교향악단 그리고 자신이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있었던 모스크바 필하모니아 등을 이끌고 유럽,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순회공연을 가진 바 잇으며 1989년과 1995년에는 각각 볼쇼이 오케스트라와 모스크바 필하모닉을 이끌고 두 차례 내한 공연을 갖기도 했다(우리의 두목 황 문성님은 과연 S 음반에 계셔서인지 기억하시고 계신 것 같았다).
**Dmitri Shostakovich
Symphony No. 5 in D Miner Op. 47
1. Moderato
2. Allegretto
3. Largo
4. Allegro non troppo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우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홀수는 성공하고 짝수는 실패하였는데 그 성공한 홀수 작품 중에서도 호평받는 작품이 바로 제 5번 교향곡이다. 1947년 완성되어 그 해 11월 소비에트 공화국 20주년 기념제에서 초연되었던 이 작품은 베토벤 이래의 전통적인 교향곡 형식을 따르면서 동시에 예기치 않은 멜로디와 화성의 돌연 ㄷㅇ 연속적인 불협화음에 호소하는 현대적 작곡기법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놀라운 기법들은 작품의 일관성과 설득력을 더욱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잇으며 작곡자 자신이 전기한 바와 같이 대중에게 보다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 곡이 모스크바 음악원 심포니 홀에서 연주되었을 때에는 입장권 예매가 시작되자 3시간 만에 매진되어 버렸다. 1936년 12월 '라 레뷰 뮤지컬' 지에 그는 작곡 당시의 예술적 신념을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작품에 의해서 소비에트 음악과 문화 향상에 기여하는 점이 있다면, 또 그것에 의한 인간의 지성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달성했다고 마음 속에 확신할 수 있다면 어떠한 작곡가에게도 그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이다." 제 1악장은 높은 현악기와 낮은 현악기의 대화적인 비약적 주제르 ㄹ가지고 시작된다. 제 2악장은 경쾌한 기분의 힘찬 왈츠곡 풍이다. 중간 부에서는 민속무곡 풍으로 나타난다. 제 3악장은 라르고로 어둡지만 가장 아름다운 악장이다. 쇼스타코비치의 독특한 서정미를 음미할 수 잇으며 애수에 찬 번뇌이 분위기도 자아낸다. 제 4악장은 온갖 슬픔이 사라지고 승리의 개가를 울리는 듯한 서주가 나오고 이어 러시아적인 투박함과 함께 발랄한 행진공 풍으로 장쾌하게 나아간다. (여기까지는 팜플렛 멘트입니다. ^^;;)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부분의 눈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지휘봉의 짧은 지시에 금새 몸부림치면서 날카롭게 화음을 그었다. 이에 질세라 바이올린도 가세하여 맞 받아쳤다. 그렇게 잦아들다가 다시 신경질적으로 트레몰로... 호른이 몇 개야? 세볼 염도 없이 금세 낯설어져버린다. 다시 집중... 3관 편성인가? 워낙 규모가 규모니까... 오늘은 제발 큰 실수 없기를... 중얼중얼... 앗, 저쪽에 보니언니의 선생님이신 이 건수 님과 팀파니의 최 선생님이 계신다. 너무 반가워서 뒤 쪽만 보느라 관악의 선율을 놓치고 다시 주제부 반복... 아까처럼 신경질적이지는 않고 음울할 뿐인 금관... 갑자기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다... 누가 빨리 끝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조성인가? 싶다가도 다시 돌아간다. 무언가... 끊임없는 갈등과 시도를 통해 통로를 찾고 있는 사람처럼... 그러나 다시 암울함으로 돌아가버리는 기억이 못내 원망스러운 듯 잦아든다. 오싹하니 무섭다. 하지만 7번 교향곡의 반복과 10번의 소름끼치다 못해 지긋지긋하게 달라붙는 절망보다는... 차라리 이런 제멋대로 선율이 반갑기도 하다. 아니, 저 하프 뒤에 놓여있는 것은 피아노가 아닌가? 하여튼 드디어 이 교향곡도 씩씩해졌다. 스네어 드럼이 몰고 가서 전투적 태세(꼭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공장 나올 때 흘렀던 음악 같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그런 기분이었다)를 갖추더니만 제 1주제가 마구마구 뒤섞여간다. 금관의 풍성함이... 드디어 영화 주제가처럼 흩날린다. 바로 받아치는 현악.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여자와 어쩌다가 대꾸하는 남자. 그 혼돈 속에서도 지휘자는 흥분하지 않고 용케 키를 잡고 있다. 햐! 이 혼돈이 갈앉은 속에 핀 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카르멘의 하바네라나 간주곡을 연상하게 하는 투명함... 트라이앵글과 하프... 피치카토하는 현악... 목관도 이때만큼은 서정성을 가지고 풍부하게 울린다. 건너편의 단휘님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집중... 옆의 호치네님은 특유의 눈빛을 빛내시면서 한사람 한사람을 쏘아보고 계신다. 혹여 누가 잘못 연주할까봐... ^^ 이제야 남들을 돌아볼 여유가 조금 생긴다. 그렇게 잦아 든 불꽃은 1악장에서는 기운을 다했다.
2악장... 이렇게 씩씩한 곡이라니. 보통 고전 교향곡에서는 2악장이 다소 느리고 선율적인 형태... 3악장이 왈츠나 스케르쪼 같은 무곡 이언만... 여기서도 러시아 냄새는 여전하다. 음률이 어딘가 비꼬여진 것인가? 삐걱삐걱... 흠... 하지만 오늘 시향 연주 정말 마음에 든다. 샤브레님은 노상 끄덕끄덕(조는 것 절대 아님~!!)... 그래... 그거야... 플루트의 선율이 정말 예쁘다. 하지만 다시 음영의 대비 속에서 긴장을 늦출 새 없다. 다소 템포를 빠르게 잡는 편은 아니신지... 아까의 에프게니 오네긴도 상당히 빠르게 넘어가는 기분이던만... 변화가 극심했던 1악장에 비해 수월했고 반가웠던 2악장이 어느 새 멈춘다.
잠시 뜸을 들이며 지휘자가 땀을 닦고 다들 손가락을 풀고 자세를 다시 가다듬었다. 이번에는 중간에 박수는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전반부 후에 간 사람들이 있었는지 객석이 좀 드문드문했다. 후반부에 더 무게를 둔 곡목들인데... 아니면 현대음악이 어렵다는 선입견(실제로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시대가 그렇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 없어서 빠져나왔거나. 그래도 요즘 들어 많이 근, 현대음악들을 연주하고 있고 이는 반가운 징조이다. 그 시대의 곡들은 그 시대에 연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마냥 18세기의 그늘에서 즐거울 수 없다. 그 시대에도 고전음악은 '현대' 라는 단어가 붙어서 공연되었고 우리 시대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 자꾸만... 음반 등을 통해서... 그리고 어려운 것을 다소 거부하는 세대 풍조 탓인지 멀어진 것 같다. 시대를 이해할 수 없으면 음악도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우리 시대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19세기 후반까지인가. 우리가 숨쉬고 우리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살았던 시대들의 음악은... 아니... 아니다. 자꾸 헛생각을 하다가 3악장을 놓칠 뻔했다. 일단...
3악장... 창백한 기류 속에 떠다니는 헛깨비처럼... 이 부분은 꼭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 중간 부분을 연상케한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난 폐허처럼. 굴러다니는 돌 조각 하나로 이미 지나 온 세월이 아쉽다는 듯 주워들고 어스름한 속에 비추어보는... 그 위에 달빛 한 줌 뿌려지면... 그 그로테스크한 주변의 것들은 밑바닥 깊숙이 들어가고... 목관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주변을 흩뿌려 장식한다. 하... 점차적으로 설움이 복받친다. 마구 진동하는 저음 속에서 풍성하게 솟아나는 통렬함은... 이 밤을 닮아 처연하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을 쓸 때 비판을 받고 굴욕적인 상태에서 썼다고 들었다. 그는 교향곡도 15개나 남겼고 현악 사중주 곡도 15개... 바이올린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무엇보다 므첸스크의 "멕베드 부인" 이라는 걸작 오페라를 썼다. 그러나 그가 머물렀던 고국 러시아는... 과연 예술가에게 있어서 낙원이 아니었다. 그는 그런 모든 압박 속에서 곡을 썼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이 그의 신음과 한탄일 수 밖에 없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창작 자유의 제한은 어쩌면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투쟁 대상이니까. 아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왜 몰랐을까... 그 불협화음은 현실과 이상의 부딫침에서 오는 고역이었음에... 하~~~ 이렇게 모든 고통이 끝나고 정적 속으로 들어가는 시점에서 하프는... 아까 1악장에서의 종지부처럼 아르페지오... 매끄럽게 달의 한숨을 흘리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4악장은 드디어 모든 힘을 다 쥐어짜야 하는 곳이다. 금관의 폭발음으로 무언가 사건이 생겼음을 고한 뒤에 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3악장에서 너무 긴장하면서 그 처연함을 즐겼던(? 꼭 내가 남의 고통 보길 좋아하는 새디스트 같다. 어휴!~) 나는 너무 놀라서 그 다음에는 폭탄맞은 머리를 휘잡아 안고 그대로 그 폭풍 속에 정신을 던져버렸다. 그래도 저번의 곡들보다는 훨씬 들을만했다. 금관악기의 광풍같은 하향음에 모든 흩어짐은 그대로 빨려들어가... 정리되는 듯 하다. 현악은 아주 어렵다. 너무 낯설다. 아직은... 그 뒤의 플롯이 고마울 정도로. 이렇게 조용할 때면 더 무섭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안고 사는 것 같아서. 하프는 그 위에 빛을 뿌려주었다. 스네어드럼이 다시 침입한다. 그 평온함에 다시 '사건'을 들이민다. 변주가 놀랍다. 주제로 연주된 부분이 다시 낮은 악기에 의해 반복되고 바이올린은 다시 다른 음을... 그리고 다시 변주가... 앗... 이런 게 대위법이던가? 푸가? 아니다... 트럼펫의 상승을 놓칠 수 없다... 그 위로 다른 것들도 전부 달려간다. 심벌즈... 이 건수 선생님 화이팅~!!! 앗... 심벌즈 소리가 정말 크게 들린다. 쿵쾅쿵쾅... 히야~~~ 종지부답게 온 관현악이 뒤집어지도록 마지막음을 내며 끝났다. 한 음만 저리 길게 연주되도 된다는 것인가? 흠...
우리는 손벽 터지도록 박수를 쳤고 그 뒤로 앵콜이 왜 없을소냐. 흐흐흐... 차이코프스키였다. 역쉬...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그 우아함이... 인제 단원들도 긴장들이 많이 풀렸는지... 쭉쭉 빠져준다. 샤브레 언니는 노상 끄덕끄덕... 15곡 중 8곡을 골라 관현악 모음곡으로 다시 발표했다고 들었다. 마지막 곡보다는 갈대피리의 춤을 더 좋아했지만... 하프의 선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오늘 선별된 곡들 곳곳에 숨어있는 무곡적인 기분을 자극하는... 3박자... 후후후... 그렇게 오늘 연주회는 막을 내렸다. 웅성이면서 흩어져 빠져나갔다. 이미 시니어 분들은 모여서 이 건수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여서 한 잔 하러 가자는 분들과 시간이 촉박하여 빠져 나갈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나 역시 부천까지 너무 멀어서 동동거리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많은 분들이 오늘 공연에 대해 호평하셨고 나 역시 넘 좋았다. ^^ 확실히 8시에 시작했기 때문에 너무 늦어져서 조금도 서 있을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넘 지쳐서 그저 방에 누워 무슨 생각들을 했던가... 이 가을... 음악으로 인해 덜 외롭다. 오늘 연주를 위해 번개를 쳐 주신 보니언니... Thanks~ ^^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함께 듣고 싶다. 마음 통하고 맞는 사람들과... 비는 어느 덧 그치고 바닥 구석구석에 괴인 물들에는 달빛 같은 가로등이 창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