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수시, 입학사정관제, 학종...
뭘 어떻게 해도 소용없다.
사회구조를 변혁하지 않는한, 교육에서의 비용은 비정상적으로 그리고 매우 크게 소모되고, 그러면서 효과는 반영되지 않고 리스크는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유형이 "권위에 굴종하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지 않으며, 오직 권력자에게 충성하기 위한 경쟁만 지고의 가치로 삼는" 마치 노예같은 유형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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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가 계속 문제가 되는 건, 대학 간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 간판을 좋은 것으로 장만하려면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 한다.
이렇게 심화된 경쟁구도에서 그 어떤 입시정책이나 교육정책도, 불공정한 경쟁을 시도해서라도 자식의 스펙을 쌓게 해주려는 의지를 막을 수 없다.
이 모든 경쟁의식의 배경에는 연고주의가 있다. 혈연, 학연, 지연 등등...
혈연은 당장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학연은 대학간판으로써 획득이 가능하다. 또한 지연의 대부분은 결국 학연이 차지한다. 학연과 지연을 쌓으면 혼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혈연까지 만들 수 있다.
또한 학연을 쌓지 못하더라도, "좋은 대학"은 "안정적이고 편한 직업"을 용이하게 얻을 수 있게 해준다. 판검사, 변호사, 의사 등과 대기업 정직원 같은 직업 말이다.
바꿔 말해서, 한국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금언을 무색하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분명하게 직업에 귀천이 존재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수백억 이상의 자산가가 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수백억 자산가가 아니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적다.
그저 적당한 시간 동안 적당한 강도로 일하고서도 본인과 가족이 먹고 살만하며, 때때로 외식하고, 때때로 놀이동산에 가며, 때때로 영화를 보고, 아무 때나 보고 싶은 책을 살 수 있고, 또 읽을 수 있으며, 자신만의 취미를 한가지 정도 할 수 있는 삶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런 삶은 한국에서는 중산층이 아니라 건물주 같은 부자의 삶이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겨우 집을 장만해서 평생 대출금을 갚으며 먹고 사는 수준이다. 20% 이상의 장년과 절반 이상의 청년들은 집장만을 할 꿈도 꾸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해 "네가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 안해서 좋은 대학을 못가고 지잡대를 나오는 바람에 비정규직이나 하고 있으니 그렇게 궁색하게 살게 된 거다."라는 비난을 듣고 세뇌가 된다.
그럼 선택지는 뻔하다.
청년들은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장년들은 자식을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넣으려고 기를 써야 한다.
SKY를 못간 것은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자질의 부족 때문이며, 자질의 부족은 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 간단한 논리가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입시제도를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 바꾸든 부조리, 불공정, 극한경쟁은 피할 수 없다.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든 적당한 시간 동안 적당한 강도로 일하고서도 본인과 가족이 먹고 살만하며, 때때로 외식하고, 때때로 놀이동산에 가며, 때때로 영화를 보고, 아무 때나 보고 싶은 책을 살 수 있고, 또 읽을 수 있으며, 자신만의 취미를 한가지 정도 할 수 있는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돈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은 극한의 시간, 극한의 강도로 일하면 되는 것이고,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은 극한의 시간, 극한의 강도로 연구하고 공부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간판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 입시제도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회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안다면 나도 이미 정치 일선에 나섰을 것이다. 쉽지가 않다.
한국은 지난 70년 동안 너무 딴데로 샜다. 돌아오려면 70년이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만 가능하다.
이게 이승만과 박정희의 가장 큰 죄악이다.
첫댓글 공감합니다
조선시대에 신분 상승 및 유지는 과거 시험 합격으로 이뤄지는데...
대학입시가 이와 유사한 것으로 안식되는 것 같더군요.
저는 다행이 미국 살고, 애들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부에 별 관심이 없어서...
나처럼 힘들게 공부한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없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