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수집 혹은 그냥 심심해서…… 한화관련 사이트-게시판은 거의 대부분 체크하는 편이다. 매일 들리는 곳이 한 10군데 정도 되는 것 같구, 나머지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씩은 들린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한화 선수들을 위해 만들어진 다음 까페 몇군데에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어쩔 때는 나 자신이 괜히 쪽팔릴 때도 있더구먼. 생각해보셔, 엄한 여자들 후리고 다니는 주정뱅이 '아저씨'가 아무개 옵 팬클럽에 끼어들어서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예를 들어, 후배(?)중에 불장난의 결과로 안타깝게도 2,3년 후엔 학부형이 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만약 그 녀석이 '아, 형님. 규수사랑나라사랑이 뭐여? 잉, 김영덕은 범호친구? 대체 왜 그런다요?' 하고 물어보면 도데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히히, 불현듯 내가 엄청 좋아하는 프린스씨의 노래 제목이 하나 떠오르는군. 'If I was your girlfriend'. 맙소사.
허진석과 김장백? 이들은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신인선수, 서울출신, 그리고 룸메이트다. 더 중요한건 최근(8월달)에 비로소 까페가 탄생했다는 점과 짧은 기간동안 비교적 많은 양의 글을 까페에 남겼다는 점. 몇몇 한화팬들은 세이클럽에서 이들과 채팅을 즐기기도 했단다. 아무튼 장종훈이나 구대성같은 트로트풍 노땅들과 비교한다면, 가히 첨단을 걷는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제목에서 암시했듯, 오늘은 허진석과 김장백의 글들을 안주감 삼아 떠들어보도록 하겠다. 물론 여러분들이 기대할만한(?) 센세이셔널한 진실이 막 폭로되는건 아니다. 이들 까페의 회원분이라면 이미 이들의 글을 읽어보셨겠지만,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이니까. 기냥 실없이, 편안하게 떠들고 싶어서,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터넷쇼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허진석과 김장백 까페 홍보 차원에서…… 아무튼 읽어보셔.
내가 허진석이란 존재를 처음 알게된 것은 유승안 코치 홈페이지를 통해서였다. 3월19일 '허진석'이란 제목의 칼럼.
"올해 이글스에 아주 쪼그만 꼬마 한명이 들어왔다"
비리비리한 몸에도 불구하고, 중앙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상대 4번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 상대가 덤벼들 자세를 취하자 맞받아 겨루기 자세, 이후에도 게속 몸쪽 위협구를 던졌다는, 일종의 '무용담'인데…… 허진석의 깡다구에 그만 반해버렸다는 스토리다.
5월23일, 난 기묘한 경험을 했다. 스포츠중계석 하이라이트(장종훈이 13년 연속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한 청주 삼성전)에서 주황색 라이방을 쓴 허진석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이게 왜 기묘한 경험이냐구? 전에 팬북에 나온 사진을 보긴 했지만 뭐 그때 자세히 살펴본 것도 아니고, 실물은 당연히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한 1초정도 잠깐 TV에 나온 모습, 그것도 주황색 라이방을 쓴 모습을 보고 단번에 '앗 저건 허진석이다!'라는 말이 튀어나왔으니…… 눈썰미가 좋은건감? 아무튼 나로서는 신기할 수밖에.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덕아웃에서 나오는 선수들…… 눈꼽을 떼는 홍우태, 그 뒤에 굳은 표정의 허진석, 그 뒤에 이빨드러내고 웃으며 박수를 치는 조규수, 뭔가 귀엣말을 나누더니 조규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신재웅, 그 뒤에 달관한듯한 표정의 한용덕, 그뒤에 모자 삐딱하게 쓴 채 쇠주 3병쯤 마신듯한 얼굴의 이희수 감독…… 혹시 녹화하신 분이 있으면 한번 느린화면으로 보시길. 재밌으니깐.
허진석이 유명(?)해진건 얼마전 3연타석 홈런을 친 조경환에게 고의사구성 볼넷을 준 사건때문이었다. 그때 전쟁이 벌어졌고, 일부 롯데팬들은 허진석 목을 내놓으라고 주장했었는데…… 허진석도 알고 있었을까?
"1군은 운동양에서는 2군보다 편할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면에선 많이 힘들다구 요즘 세삼 느끼는거 있죠 1군 첨 올라왔을땐 입술까지 부르트더라구요"
얼떨떨할만도 하지. 이상열과 같은 고민에 빠져 있기도 하다.
"살 찌는 비결 어디 없수! 요즘에는 운동두 양이 않많은데 살이 안찐다 살좀 쩌야 되는데 그래야 체력도 좋아지구 힘도 붙어서 좀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데 근데 살이 안 찐다"
홈런 혐오증?
"홈런이 싫어여...! 오늘두 홈런 맞았어여... 짜증 암튼 뒤 타자들은 잘막아서 다행이내여"
언더핸드에게 홈런은 하나의 숙명인 것을…… 언더핸드 통산 최다승 투수인 이강철도 홈런공장인데 뭐.
"사람들은... 맞구 점수 많이 주구 해야... 큰다구 하지만... 난 아냐...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맞구 점수주구... 이런거... 너무 싫다"
'맞으면서 큰다'는 말은 '아, 이렇게 던지면 맞는구나'하는 교훈을 반드시 얻었을 때만 성립되는 격언(?)이다. 허진석은 아직 던지기에 급급한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포수의 사인대로 던지더라도, '이렇게 던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는,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난 아직 1군에 올라와서 자신있는 피칭을 하지 못했다 실력두 실력이지만 자신감이 항상 없이 피칭을 한거 같다 이젠 나두 칠테면 처봐라 하구 자신있는 피칭을 해야겠다 그래서 못하면 어절 수 없지죠... 이젠 정말로 내 자신을 믿고 칠테면 처라하구 던지겠다 내 모든걸 보여주어도 못마땅할텐데 아직 내 공을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빨리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구 싶어여..."
안타깝게도 위 글을 쓴 직후에도 그만 쓰리런을 맞고 말았다. 하지만 '깡다구'가 꺽인건 아니겠지? 0점대 방어율과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인, 한국 최고의 사이드암 스로 '김영덕'을 능가하겠다는 야먕을 가지도록.
올해 한화 신인중에는 81년생이 4명 있다. 조규수, 허진석, 이범호, 권용복. 이중에 권용복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자신의 까페를 가지고 있고, 서로의 까페에 격려의 글을 남기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벌써 힘들어하기에 우리는 아직 젊다, 우리한테는 내일이 있다'는, 약간 진부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이범호의 코멘트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듯.
"우리 맨날 하는 말 있잖아... 우린 젊다는 말...!"
젊다기보담 어리다고 해야…… 아무튼 이들에겐, 특히 허진석에겐 조규수가 선망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
"나두 언젠간...! 규수가 호투했어여... 솔직히 넘 부러운거있죠... 하지만... 괜찮아여..."
"오늘은 규수가 넘 잘던진 날이다 자신감을 찾은 모양이다 넘 부럽다"
김장백의 표현에 의하면 허진석은 '건망증대왕'이란다.(아이구 유치해!) 모 코치가 허진석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 잊어버리고 안해서 된통 깨졌단다. 또 수원 원정 끝나고 같이 서울가기로 했는데 허진석이 먼저 가버려 삐졌대나 뭐래나.
"장백이형 삐지지마영! 형 수원게임하구 먼저 설 올라간거 죄송해여 제가 건방증이 심해서 아시죠 아참 근데 그날 차비 하나두 안든거 알아여 재호형이랑 대현이형이 내줬어염"
건방증? 이것두 말은 되는군.
앞에서 언급했듯 허진석과 김장백은 룸메이트.
"내가 사랑한는거 알지"
김장백의 고백인데, 뭐 몰카를 설치한 것도 아니니 과연 그 '룸'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아쉽군. 미리 알았더라면 '김영덕의 러브러브' 시리즈의 소재로 써먹을 수 있었을텐데, 히히.
김장백은 고독을 즐기는 것일까, 아니면 외로움을 타는 것일까?
"막상 훈련소 오니까 친구나 부모님 아무도 안나온 사람은 저혼자...... 막 슬퍼지더라구요"
"질문하신 홀로 햄버거는 원정경기중에 배고파서 잠깐 맥도널드 들렸는데 근처를 배회하던 조규수와 규수팬에게 들켜서요" (혼자 햄버거를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팬의 질문에 대한 대답)
"주로 쉬는 날은 영화를 봐요 최근엔 글레디에이터와 비천무 춤추는 대수사선을 봤어요 거의 혼자 많이 보러가요"
과연 조규수는 김장백을 따시키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규수와 더욱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우리 숙소에서 형방에 한번도 놀러오지않구..."
아무튼 김장백은 선망과 질투, 따끔한 충고가 버무려진 '규수야 힘내라 오빠가 있다'란 글을 '규수사랑나라사랑'에 남겼다.
"넌 나보다 팬들도 만고 인기도 좋고 잘생겼으니까 잘할 수 있어 2군 내려가고 싶다는 말도 선발하기 싫다는 말도 다른 선수들에겐 사치스런 말로 들린 수 있으니까 그런 말 하니말고 이번 시즌 끝마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난 언제 이런 카페생기냐?"
여자친구가 있냐는 팬들의 질문공세에는 모호한 화술로 대답을 회피.
"운동을 좋아하는 여자라면 야구선수 여자친구가 힘들기보단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단 함께 즐길 수 있어야겠죠 그런데 야구에 관심없는 여자라면 서로 힘들겠지요 그래도 사랑한다면 관심도 있고 많이 이해해주겠죠"
'구니까 있단 소리에염 없단 소리에염', '아리송한 답변 말구 정확한 답변 부탁드릴게요' 등등 팬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
김장백 까페에는 김장백 별명 지어주기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김장 백포기는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따라다니네요 참고로 어릴때 집에선 짱이라고 불렇고 짱돌. 아방. 고등학교땐 없구 대학교땐 차마 말할 수 없는 신체에 일부였어요 별명이 지금까지 마음에 든게 하나도 없었구요 제발좀 좋은 별명하나 지어주세요"
글쎄, 별명이란게 원래 당사자 취향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데. 그런데 차마 말할 수 없는 신체의 일부란 도데체 어딜까?
초딩시절 야구부원들이 먹는 화려한 간식에 이끌려 야구부에 들어가게 된 스토리를 시작으로, 현재 김장백은 자신의 야구인생(?)을 시리즈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야구를 시작한 곳이 학동초등학교로 강남의 8학군중 노른자위 좀 산다 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였지요"
치, 강남이라구 다 잘사는거 아녀. 아무튼 거기서 지금은 농구선수지만 당시엔 소질없는 야구선수였던 서장훈을 만나셨다구? 난 중핵교에서 실내체육관(농구장) 마루바닥 걸레질하는 서장훈을 봤는디. (서장훈이나 현주엽이나 어렸을 땐 키만 컸지 어베베 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일취월장한 케이스.) 학동초등학교엔 두산 포수 이도형도 있었단다. 음, 이도형은 우리 중핵교 4번 타자(맞나?)였지. 허허, 김장백이 나와 비슷한 동네에 살았다고 하니 괜히 친근한 느낌이 드는군. 혹시, 당시 초딩 양아치들의 집합소였던 롤라장같은 곳에서 마주치진 않았을까?
보성중학교에서 백재호와 같이 야구를 했다는 얘기도 등장한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다들 도시락을 꺼내는데 재호형만 도시락이 아닌 스테인레스 김치통을 꺼내는게 아니겠습니까 다들 왠 김치를 '그렇게 많이 싸왔냐'고 하는데 김치통 뚜껑을 여는 순간 다들 기절할뻔 했습니다 그속엔 꽉꽉 눌러담은 흰쌀밥이 가득한게 아니겠습니까 그 김치통은 재호형에 도시락 밥통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밥을 우습게 먹어주더라구요 우리 재호형 대단하죠 그런데 프로와선 나이가 들어서그런지 많이 못먹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많이 못먹어? 처음 듣는 소린데. 아무튼 그렇게 에피소드가 없남? 밥먹는 얘기나 하구.
연세대 1학년때 짱께집에서 신고식이랍시구 박재홍이한테 해꼬지당한 기억도 떠올린다. 냉면사발에 소주 2병을 담아 내밀며, 턱밑에 손바닥을 갖다대면서, 한방울이라도 흘리면 '처음부터 다시' 쇼한다구 협박해서 할 수 없이 원샷했단다. 그 이후로 소주는 못먹는다고. 자세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형'이란 호칭도 붙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신고식외에도 '승질머리' 박재홍이에게 많이 시달린 것으로 추측된다.
"(논산) 훈련소에서 얻은 큰 수확은 교회를 다니게 됐다는거예요 아무래도 걱정이 많이 되니까 나가게 되더라구요 그후로 상무에 가서 꾸준히 신앙생활하고 제대하기 전엔 신우회 회장까지 맡았으니 정말 하나님 은혜가 넘치는 군복무를 하였어요"
쵸코파이 때문에 군대에서 교회가는 경우는 많지만…… 아무튼 할렐루야! 송지만, 백재호와 함께 할렐루야 3형제로 거듭나셔.
"실업야구대회 첫경기부터 마지막경기까지 전1패도 한 적이 없답니다 그만큼 전력이 마니 약하죠 어쨌거나 나혼자 거의 던져 전광왕시키고 그때 붙여진 별명이 '실업야구에 선동열'이구여 국가대표가되서 여러나라도 가보았지요 지금도 상무부대 기념관 야구에 부대를 빛낸 사람으로 제 이름이 있어요 군대 제대후에 정말 좋을줄만 알았는데 프로첫해 시련이내요"
역시 '선동열'이었던 LG 박철홍 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우선 신앙의 힘으로, 자신만 등판하면 실책을 쏟아내는 야수들부터 감화시켜야할 듯.
(띄어쓰기만 조금 손보고 나머진 그대로 인용)
아이구,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네. 일일히 다 인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 정리가 안되네, 정리가. 좀더 연구해보고 싶으신 분은 까페로 직접 찾아가서 읽어보셔. 사랑스런 글, 격려의 글도 팍팍좀 올리시고.
참고로, 난 선수 까페 혹은 선수 홈페이지에 절대 글을 쓰지 않는다. 읽어봤자 억장이 무너지기만 할테니, 히히. (한화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원래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 어떤 분들이 자꾸 퍼오셔서 하는 수 없이 직접 올리게 된 것.) 물론 이 글도 허진석과 김장백의 까페에는 올리지 않았다. 나 김영덕의 글 나부랭이들은 어디까지나 내가 떠들고 싶은 얘기를 한화팬 여러분들을 대상으로 쏟아내는 것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