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채가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지가 1년이 다 되어간다. 1학기 때는 방과후 수업개념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2학기부터는 테니스부에 들어가서 약간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다. 작은 대회도 한번 나가고 했으니 이제 당당한 테니스 선수다. 물론 아직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감독님의 철학이 유럽처럼 테니스를 재미있게 즐기며 배우는 것이라 아직은 테니스장에서 하루 종일 보내지만 힘들어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테니스장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 하루의 반은 놀고 반은 테니스를 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이런 방식의 운동이 좋은 것 같았다. 아내가 부모들 모임을 다녀온 후 내게 이런 이야기 했다. 한국식 훈련을 했던 초등학교 여자선수가 감독님의 운동 철학을 듣고 이 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이전 학교에서 너무 무리하게 운동을 해서 그런지 초등학생이지만 몸이 여러군데 아파서 약봉지에 약을 가득 담아서 다니며 먹고 있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내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다. 단시간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의 장례를 생각하면 그런 한국씩 훈련이 초등학생에게 정말 맞는지 한동안 생각을 하게 했다.
민채가 테니스를 배우고 나서 우리 부부도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얼마전부터 배우고 있다. 테니스라는 운동을 아직은 잘 모르지만 단체레슨으로 한 두 달 배워서 잘 칠 수 있는 그런 운동은 아니라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아는 전부다. 하지만 가족이 어떤 한 가지 운동을 같이 배우고 함께 한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우선 저녁에 할 이야기가 있다. 오늘은 뭘 배웠는지? 게임은 어떻게 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자세는 어떤지? 등등 저녁이면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만큼 애들이랑 가까워지는 것 같다. 이런 것이 어쩌면 테니스를 배우면서 내가 가장 즐거웠던 것이다. 몸은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 만큼 민채와 우리 부부는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 가족 모두 어설픈 초짜 테니스 수강생이다. 그래서 테니스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간단한 오버그립 조차도 갈지 못했다. 그러다가 민채의 테니스 가방에서 튀어 나온 라켓 손잡이를 보니 교체 시기가 지났다. 처음 배울 당시에는 코치들이 갈아 줬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민채에게 “코치님에게 갈아달라고 부탁을 드려 보라”고 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니 쉽게 말이 나오는 것 같지 않았다. 조금 후에 안 사실이지만, 테니스를 배우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직접 갈아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민채의 그립을 갈아 줘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관련 된 유튜브를 몇 번 시청하고 나서 도전을 했다.
유튜브를 보니 별로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안 해본 일이라 내가 관심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낡은 그립을 보면서도 가는 것에 대한 막연히 약간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니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조금 서툴기는 했지만 우선 낡은 그립을 차분히 제거하고 새 그립을 감는데 돌돌 말아서 감으니 어느 새 지저분하던 그립이 새 그립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멀쩡한 라켓을 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 번의 교체작업으로 난 자신감이 생겼고 이제는 언제든지 갈아줄 수 있으니 어깨가 쫙 펴지고 민채 앞에서 좀 더 당당한 아빠가 될 것 같았다.
사실 민채가 테니스에 재능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언제까지 테니스를 배우게 할지는 알 수 없지만. 테니스를 배우면서 우리들은 좀 더 할 이야기가 많아졌고 그만큼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민채를 조금이라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한다는 혼자만의 의무감으로 난 지금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고, 조만간 네트를 사이에 두고 어설프지만 민채와 랠리도 할 것이다. 조금 더 지나면 초보자로서 게임도 할 것이다. 그 날들을 상상하며 오늘도 열심히 연습하고 머릿속으로 테니스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공부도 게을리 하면 안 되기에 민채가 집으로 돌아오면 책 읽기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한다. 테니스를 잘 치려면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독서는 필수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것이 외국의 운동법일 것이고, 그 방법이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의 현재를 발견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래도 실력이 늘지 않고, 숨어있던 재능조차 발현되지 않는다면 공부를 통해 다른 길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려면 독서를 통한 자기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독님의 생각이 유럽식이면 민채도 집에서 유럽식으로 공부를 같이 해 나가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부부는 도와줘야 할 것 같다. 그 과정이 힘들지만 함께 헤쳐 나가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