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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거부한 원시 생태계
둔이러시 강 상류의 밀림에는 투명생명체들의 출몰 외에도 어디서도 구경할 수 없는 진귀한 생태계의 현상들이 다양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뱀 즈우, 뭍으로 올라와서 나무 열매를 따 먹는 숲의 물고기 샤느소, 높은 나무 위에서만 집을 짓고 살아가는 숲의 사람 아히우무비, 사람 형태를 닮은 인간개미 스디누스브 등등 숫자도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희한한 생태계가 연출되는 세상이었다.
높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간다는 숲의 사람들은 만나보기 어려웠지만 인간개미 스디누스브가 사는 곳들은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인간개미들의 크기는 사람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 되는데, 체격이나 얼굴의 이목구미가 영락없는 인간이었다. 인간개미들은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서 집단생활을 하며 진흙으로 집을 지어 살아가는데, 쉬지 않고 새로운 진흙 성을 쌓으며 주거지를 확장해 가고 있었다.
인간개미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는 숲속의 여기저기서 쉽게 눈에 띄는데, 진흙을 콩알처럼 뭉쳐서 탑처럼 높게 쌓아 놓은 모습들이 인간 개미들의 집이었다.
인간개미집의 탑들은 1미터 정도 되고, 이런 높고 낮은 진흙탑이 길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은 인간개미 나라의 성을 보는 듯했다. 인간 개미집 탑의 높은 꼭대기에는 밖을 감시할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속에 경비 인간개미의 머리들이 수없이 들락거렸다.
인간개미들은 숲속 여기저기 흩어져서 열심히 움직이며 먹이를 찾아나르기도 하고, 집을 보수하거나 새로 지을 집을 위해 진흙을 뭉쳐 나르는 모습도 보였다.
인간개미들은 일을 하거나 먹이를 사냥할 때 연장들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 흡사한 장면이었다.
둔이러시 밀림은 기생식물의 천국이기도 했다.
100m 이상 높게 자란 거목의 가지에는 수많은 종류의 기생식물들이 번식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한 나무에 수십 종의 기생식물이 번식하며 서로 다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공중 기생식물들의 집단 서식지였는데, 샤르별의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생태계였다.
숲속의 어두운 장소에서는 식물들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기 어려우니까 스스로 생존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진화된 모습이었다.
이와는 달리 수십억 년 동안 진화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원시생태계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지하 수중생태계였다.
둔이러시 강 상류의 원천인 밀림 속에는 총연장 30km에 달하는 천연동굴이 뚫려 있는데, 생성연대는 20억 년쯤 되고 그 속에는 동굴 끝까지 지하수가 강물처럼 흐르면서 둔이러시 강과 만나고 있었다.
이 동굴의 이름을 바츠디거수라 불렀다. 바츠디거수란 이름에는 원시세계란 의미의 뜻이 담겨있기도 했다.
바츠디거수 동굴에는 그야말로 20억 년 동안 진화를 거부해 온 원시 생명체들이 각양각태의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뿐만 아니고 바츠디거수 동굴의 입구를 시발점으로 해서 밀림의 생태계와 둔이러시 강 상류의 생태계들이 서로 접목되며, 원시생태계와 진화생태계의 중간쯤인 중간진화 형태의 생태계도 잘 발달되어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이러한 특수 생태계를 너므뇨스라고 부르는데, 원시와 진화를 이어주는 고리생태계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처럼 원시, 진화, 고리의 3각 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둔이러시강 상류는 가히 생태계의 천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둔이러시 밀림에서 활동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자주 목격되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특히 바츠디거수 지하세상의 원시생태계를 집중적으로 탐사했다. 춘우셔시를 동굴의 지하강물에 뗏목처럼 띄우고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면서 진기한 생명의 현상들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아직 그 어느 곳에서도 사진조차 구경한 적 없는 생명체들이, 마치 우주의 커다란 자궁에 잉태된 태아의 모습으로 진기한 삶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동굴내부는 캄캄한 밤처럼 어두웠지만 불을 켤 수는 없었다. 본래 암흑세상에서 살아가는 생태계이기 때문에 불을 켜고 탐사하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춘우셔시 비행체에는 야간 식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불을 켜지 않고도 어둠 속의 세상을 환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동굴 속에는 엄청난 종류의 원시생태계가 서식하면서 무서을 정도로 조용하고 적막했다. 어두움과 적막은 잘 어울리는 현상이지만 우주에서 처음으로 생명체가 탄생할 때의 모습이 이런 상태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모든 생명체들이 잉태될 때는 모체의 어두운 자궁에서 자라고 그곳은 동굴 속처럼 적막한 장소이기도 하다면, 동굴의 원시생태계와 생명체의 탄생 현상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태초에 우주에서 생명이 태어날 때, 햇빛과 물의 광합성작용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학설을 감안하면,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는 무언가 모순된 법칙이 상존하는 것 같았다.
어떻든 샤르별은 모순의 법칙을 바탕으로 4차원 문명세계를 창조하는 세상답게, 생태계의 현상도 모순적인 질서가 이색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츠디거수 동굴 탐사를 마치고 샤르비네와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샤르비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까지 우리는 동굴탐사를 하면서 진귀한 생태계와 생명체들의 활동모습을 관찰해 보았지만,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이나 동물들은 거의 진화되지 않은 원시상태의 생명체들이 많아요. 말하자면 이곳은 원시생물들의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그래서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생들이나 학자들이 이곳을 자주 찾아와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지요."
“샤르별은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오?"
“당연하지요. 우리 샤르별의 인류들은 모든 현상의 근원이나 뿌리찾기를 중시하고 있어서 생명의 진화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 편이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그러면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의 연구목록 중에 인류 생명체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도 포함되어 있소?"
"우리 샤르별에서는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면서 인류생명체의 진화뿐만 아니라 우주의 진화에 대한 연구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면서 우주의 진화를 함께 연구할 필요성은 무엇이오?"
“생명의 출현은 우주진화의 한 과정에서 파생된 현상이지 생명체들이 단독으로 우주에 출현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다시 말해 우주가 태어나지 않고 생명체들이 우주에 나타날 수는 없었고, 우주가 태어나서 영겁의 세월을 거치며 진화되어 오는 과정에서 생명의 씨앗들도 함께 싹트고 번식하며 더욱 새롭게 진화된 삶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란 가설은 불변의 진리니까요. 그래서 생명의 진화를 연구하는 필수관문이 우주진화에 대한 학문이란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과제겠지요."
“샤르별에서는 우주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가 보지요?"
“당연하지요. 우주는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이며 고차원의 영성체라고 설명할 수 있지요. 곧 우주는 살아 있는 생명의 시스템이면서 자체적으로 거대한 생명의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며 나날이 새로운 모습으로 영겁의 세월 동안 진화를 반복하고 있다고 우리 샤르별에서는 믿고 있답니다. 그리고 인류를 비롯한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우주진화의 과정에서 우주의 분신으로 세상에 출현하고 우주의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신념이 우리 샤르별에선 강하답니다."
"우주에 출현한 모든 생명체를 우주의 분신으로 판단하는 샤르별의 깨달음이 고차원의 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느껴지오. 그런데 고차원의 영성체라고 부르는 우주가 무엇 때문에 영겁의 세월을 거치면서 끝없는 진화의 삶을 반복해야 할까요? 우주가 고차원의 영성체라면 본래부터 완전한 존재가 아니었을까요?"
"우주는 고차원적 현상의 영성체이면서 또 끝없는 재창조가 가능한 미완성적 현상이기도 해요. 곧 우주는 모순의 법칙 속에서 고차원적인 영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 모순의 법칙이 선천세상의 결정적 보완책이기도 하지요. 앞으로 후천세상이 열릴 때 선천세상의 미비점이 모두 해결될 것으로 믿어요.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들도 우주의 미완성적 모순 때문에 진화가 필요하게 되었겠지요. 후천세상에서는 우주와 그 우주 속에서 태어나는 모든 생명체들도 진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믿어요."
“우주에서 후천세상이 다시 열린다는 뜻인가요?"
"머지않아 우주는 혁명적 변화가 찾아올 것이며 그 우주의 혁명을 우리들 세상에서는 개벽이라 부르고 후천세상의 시작이 곧 우주의 개벽이지요."
“결국 우주는 진화적 속성에 의해서 후천세상이라고 하는 개벽을 맞이한다는 설명인가요?"
"그렇답니다. 진화는 우주창조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우주프로그램의 작용에 의한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그 수수께끼의 실마리가 쉽게 풀릴 수 있답니다. 즉 본래부터 우주는 후천세상의 개벽이 필요했지요. 그 개벽이야말로 우주진화의 종결이기도 하구요."
“본래 창조론과 진화론은 정 반대의 논리가 아닌가요?"
“두 논리는 바늘과 실의 관계이면서 대표적인 우주모순의 법칙이기도 하지요. 창조가 없는 진화는 무의미하며 진화가 불가능한 창조도 무의미하답니다. 창조와 진화의 현상은 모순의 관계이면서 우주 프로젝트의 대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이기도 했지요."
“지구의 인류들은 현대문명의 태동과 함께 생명의 진화론을 정설로 굳히며 창조론을 배격하고 있는 실정이오. 그래서 인류의 조상을 원숭이라고도 하고, 모든 고등 생명체들은 본래 원시생명체의 미물이었다가 진화를 거듭한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믿고 있기도 하는 등 의견들이 분분하오. 이런 학설들에 대하여는 샤르비네가 어떤 견해를 내릴 것 같소?"
“지구 인류들의 학설대로 따르자면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라면 또 원숭이의 조상은 무엇이라고 설명할지 궁금하네요. 혹시 원숭이의 조상이 개라고 가정한다면 또 개의 조상은 무엇이 될까요? 아무튼 창조론에 반박하는 진화론의 근거에는 너무 허점이 많고 유치한 학설이라고 단정하고 싶네요. 우주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고유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태어나듯,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본래부터 그것의 씨앗으로 창조되고 시작되어 현재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론일 것입니다. 인류의 씨앗도 본래부터 고유하고, 원숭이의 씨앗도 본래부터 고유하며, 지상에 살고 있는 어떤 생명체도 본래부터 고유하다는 사실을 지구의 인류들도 나중에 깨닫게 될 거예요."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생명고리의 쌍두마차이
지 별개는 아니라는 설명이군요?"
“그렇지요. 다만 진화의 현상은 선천세상의 미비점에 의한 보완책의 일환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무결점의 후천세상이 열릴 때는 우주의 진화와 생명의 진화는 종식되리라 믿어요."
"어떤 연구 결과로 그렇게 확신에 찬 대답을 하게 되는 것이오?"
“샤르앙도 자주 즐기는 포스머스의 가상게임 속에 우주개벽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존재하지요. 우주개벽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속에는 우주개벽 이후 백억 년, 천억 년 후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으니까요. 샤르앙도 장차 다가 올 우주개벽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면 직접 체험해 보도록 해요. 그러면 앞으로 다가올 우주개벽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우주개벽의 주체는 누가 되는 것이요? 우주의 속성 스스로인가요? 아니면 의도적인 누군가의 조종이 필요한 건가요?"
"우주질서의 주최자라고 부를 수 있고 무극대도의 경지에서 존재하는 최고의 영성체들이 우주개벽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무극대도의 최고 영성체가 우주에 실제로 존재하나요?"
“우주는 그냥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우주 대기운의 작용으로 움직이게 되지요. 그 대기운이 멈추면 우주도 멈추고 대기운이 움직이는 대로 우주도 움직이지요."
“그러면 장차 지구에도 우주개벽시대를 맞이하게 될까요?"
“우주에 존재하는 어떤 세상도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요."
“개벽이 시작된 후에도 지상에 존재하는 인류의 문명과 생명체들은 안전하게 될까요?"
“옛 것은 가고 새 것이 오는 세상이 우주개벽이랍니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도 아무리 위대한 생명체도 우주개벽과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다만 새것으로 갈아입은 모습들은 그대로 영원할 것입니다.”
“새것으로 갈아입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옛 생명을 버리고 새 생명을 입어야겠지요. 이제까지의 삶과 의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식의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라는 의미이지요.”
"그래서 샤르별의 존재들은 옛 생명을 버리고 새 생명을 갈아입기 위해서 신선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보지요?"
“이미 우리들 세상에서는 우주개벽을 대비하여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삶을 훈련받고 있어요. 그 길이 바로 신선의 길이지요. 지구에도 이미 1만 년 전 신선의 세상이 열렸고 샤르앙도 그 후손으로 믿고 있어요."
“우리들 세상에도 도를 닦으며 도통을 이루기 위해 입산수도하는 존재들이 있소. 도통을 이룬 그들이 결국은 신선이 되어 불로영생의 존재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소. 그 길이 우주개벽을 대비한 방법일까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샤르앙도 앞으로 우주정신세계를 잘 수련하고 마음을 닦아서 도통의 길을 걷도록 하세요. 도통을 이룬 자들이 앞으로 후천세상의 리더자가 되어 하늘을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샤르비네가 도와주오."
“앞으로 샤르앙이 쓰게 될 책 내용 중에 도통에 이를 수 있는 내용들이 수록될 것으로 믿어요. 샤르앙도 꼭 도통자가 되어 우주개벽이 시작되는 후천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요."
“그 약속을 꼭 지키도록 하겠소."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나니 나는 갑자기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평소에 생명의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적 논쟁에 대하여 많은 의구심을 가질 때도 있었고,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수수께끼에 답답한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샤르비네의 설명을 듣고 나니 반쯤은 그러한 궁금증이 풀리는 것 같았다.
샤르별의 존재들이 품고 있는 창조와 진화에 대한 관념은, 창조가 밑그림이라면 진화는 그 밑그림 위에 새로운 색칠을 입혀 가는 과정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샤르별의 그러한 판단에서 진화의 과정은 창조를 완성하기 위해서 존재하고, 진화의 과정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창조가 이어지면서 우주개벽의 후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바츠디거수 동굴탐사를 마친 후에 밀림탐사도 하며 다양한 생태계를 더 관찰했다. 밀림 속에는 참으로 별의별 희한한 동물과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어떤 생명체는 동물인지 식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고, 어떤 식물은 뿌리를 땅 속에 고정시키지 않고 서식지를 옮겨 다니며 살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희한하기 이를 데 없는 밀림의 생태계를 관찰하면서 샤르비네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을 때에 어디선가 갑자기 은빛 물체 하나가 우리들 앞에 나타나 놀라게 만들었다.
평소 같으면 놀랄 일이 아니었는데 밀림에는 별의별 동물들이 갑자기 출몰하곤 해서 엉겁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은빛 물체는 누군
가가 보낸 통신장비 누주시였다.
누주시는 본래 샤르별 존재들이 휴대하고 다니는 손가방인데, 멀리 떨어진 상대에게 가벼운 물건을 전달하거나 통신내용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주머니였다.
휴대용 누주시 속에 상대방에게 전달할 내용을 챙기거나 저장시킨 후 날려 보내면, 누주시는 스스로 하늘을 날아가서 상대편에게 정확히 통신내용을 전달한 후 되돌아오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누주시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통신내용은 물건일 수도 있고, 목소리일 수도 있고, 영상기록일 수도 있었다.
누주시가 정확하게 상대방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샤르별의 인류들이 허리에 착용하고 다니는 실크벨트 때문이었다. 실크벨트 속에 개인의 신분을 저장한 개인코드들이 저장되어 있고 누주시는 개인코드의 신호를 추적해서 하늘을 날아다니며 통신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누주시가 우리 쪽을 향해 날아오자 내 허리에 차고 있던 실크벨트에서 신호음이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우리가 타고 있는 춘우셔시 문이 저절로 열렸다. 누군가 나에게 보낸 누주시 정주머니였다.
누주시를 열자마자 예쁜 생화의 꽃송이들이 눈앞에 화사하게 나타났고 꽃송이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처우린의 목소리였다.
꽃송이들은 추시브라는 붉은 색의 꽃이었는데, 지구의 장미꽃과 꽃잎이 비슷하면서 향기는 백합꽃의 향기와 비슷했다. 아주 황홀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꽃이었다.
그 꽃다발 속에 저장된 목소리의 메시지는 '샤르앙 신선님, 많이많이 사랑해요.' 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저처가 귀여운 모습으로 웃고 있는 동영상의 모습이 실물처럼 환하게 나타나더니 손을 흔들며 아지랑이처럼 허공으로 사라져 갔다. 그런 사랑의 메시지들과 함께 전달된 꽃다발을 꺼내서 챙긴 나는 답례의 내용을 담아서 보냈다.
“샤르앙도 저처를 사랑해요. 꽃다발 정말 고맙고 행복해요."라는 감사의 뜻을 밀림에서 채취한 야생화 다발에 녹화시켜서 저장시킨 후 누주시를 저처에게 날려 보냈다.
누주시는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제 할 일을 무사히 마쳤다는 듯이 다시 제 갈 길을 향해 푸른 하늘의 창공 속으로 까마득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우주첨단문명이 발달한 세계라고는 하지만 문명세계와 멀리 떨어진 밀림 속에서 꽃다발과 사랑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 받는 기분은 감격스럽다 못해 신비스런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한 내 모습을 샤르비네가 흐뭇하게 지켜보며, 저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샤르비네도 가끔씩 하늘을 비행하다 말고 친구들로부터 전해 오는 누주시 정주머니를 받고 좋아했는데, 그 모습이 부러울 때도 많았었다.
둔이러시 강을 탐색하고 나서 우리는 다시 다른 강이 흐르는 몇 군데를 더 둘러보았다. 샤르별에는 둔이러시 강 외에 구디, 두슴이, 주슨이부, 쇼시욷이, 루시럿이, 랍우시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한 강들이 더 있었다. 모두 수만, 수십 만 km가 넘는 초대형의 긴 물줄기들이었다.
샤르별의 긴 강줄기마다 곁들여진 사연도 많고 이야깃거리들도 많았다. 그리고 강기슭마다 아름다운 생태계들이 잘 발달되어 있고, 아주 오랜 과거에 농경지로 사용했던 거대한 평야의 흔적들도 있었다.
지금은 우스시어라고 하는 콩알만한 우주식사로 무식주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이었지만, 5만 년 전 먼 과거에는 농사를 짓고 식량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샤르별은 지금 우주개벽의 후천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후천세상~~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책' 찾아보시면 인터넷에 있습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