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의 배우자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감사원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문재인정부가 고의로 사실을 은폐하고, 수사결과를 왜곡했다는 최종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
7일 감사원은 지난달 말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통일부,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에 소속된 관련자 13명에 대한 징계‧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비위행위가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고 하급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던 점, 군·해경 조직의 특수성, 퇴직자가 다수인 점, 처분요구의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의 정도 및 처분요구의 대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주요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때의 국가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합동참모본부(합참), 해경 등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서해를 표류 중이었던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할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당일 오후 5시 18분 안보실은 전날 서해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이씨가 북한 황해남도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군의 보고를 받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하기 위한 ‘최초 상황 평가 회의’를 열지 않았다.
약 38시간을 바다에서 표류한 이씨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국방부는 이씨의 신변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도 발송하지 않았다.
지난 7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훈 외 1명에 대한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보 사령탑이었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이 되기 전에 퇴근했고, 별다른 대처도 하지 못한 채 오후 9시 40분부터 10시 50분 사이 이씨는 북한군에 사살된 뒤 소각됐다.
안보실에서 상황을 전달받은 해경이 경찰 등에 이씨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아 경찰은 이씨가 발견된 곳에서 27㎞ 떨어진 해역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사건 다음 날부턴 이씨의 피살 사실을 숨기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국방부는 합참에 관련 비밀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기자들에겐 이씨가 생존 상태인 것처럼 작성한 문자를 발송했다.
안보실에선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언론에 알리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후 해경은 이씨 것인지도 모르는 슬리퍼가 발견됐다는 점 등을 들어 1차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10월 22일 3차 수사 결과 발표에선 이씨의 도박 빚 등 사생활을 공개하며 “이씨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이라고 확정했다.
그러나 3차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근거로 내세운 비공식 심리분석 결과는 이씨에게 어린 딸과 아들이 있다는 점은 밝히지 않고 도박·이혼 등의 부정적 환경만을 제시해 심리분석을 받아낸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관계 기관은 서해 공무원 생존 당시 매뉴얼에 따른 신변 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며 “서해 공무원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 자료를 삭제하고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은 안보실 등 5개 기관 총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