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정부가 1991년 이후 동결돼 있던 자동차세를 오는 2017년까지 100%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자동차 구입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매년 신차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고 있는데, 여기에 세금 인상까지 더해진다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굴리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엔진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는 자동차 세금 징수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세금은 엔진 배기량에 따라 부과된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처럼 차체 크기나 연비, 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세금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고, 자동차 업체들이 보다 친환경적이고 국내 도로 여건에 맞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아직까지 정부나 국내 자동차 업체에서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민들이 스스로 세금 부담이 적은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이 가계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 고유가, 고세금 시대에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경차다.
최근 많은 자동차들이 경제성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차일 것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경차를 막연히 작고 시끄럽고, 안전하지 못한 자동차로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생각 외로 경차가 갖고 있는 혜택은 다양하다.
국내에서 경차를 구매할 시 얻을 수 있는 각종 혜택과 구입 가능한 경차의 종류 등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취등록세 면제부터 시작되는 각종 경차 혜택
우선 경차를 구입하게 된다면 기존 자동차와는 달리 7%의 취등록세를 면제 받을 수 있다. 2800만 원의 가격을 갖고 있는 국산 중형 세단을 구입하게 된다면 약 200만 원에 이르는 취등록세를 내야 하는 것인데, 이 때 전체적인 차량 구입 가격은 3000만 원을 넘어서게 돼 차량 구입시 부담감이 더욱 커지게 된다.
▲ 현대 LF쏘나타 2.0 CVVL 프리미엄 모델의 견적표, 7%의 취득세가 더해진다.(사진=다나와자동차)
하지만 경차를 구입할 때는 130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차값만 내면 될 뿐 그 외 부가적인 세금이 더해지지 않아 다른 자동차보다 부담감을 덜 가질 수 있다. 여기에 경차는 자동차 구입 시 따라붙게 되는 채권과 특별소비세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혜택은 신차 구입 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중고자동차로 구매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보다 저렴하게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
▲ 기아 모닝 럭셔리 A/T의 견적표, 취득세가 붙지 않는다.(사진=다나와자동차)
경차에 더해지는 혜택은 차량를 구입하는 순간에서 멈추지 않는다. 가장 잘 알려진 혜택으로는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의 50% 할인 혜택이다. 가까운 거리를 고속도로로 이동할 경우 통행료 할인이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부산 정도의 장거리 운행을 할 때는 엄청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일반 승용차를 이용해 부산 해운대까지 가게 될 경우 1만 88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경차를 이용할 때 통행료는 9400원으로 크게 줄어들어 경차가 주는 할인 혜택을 톡톡히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 장시간 주차를 하고 난 뒤 찍히게 되는 저렴한 주차비용은 운전자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준다.
▲ 서울부터 부산까지의 고속도로통행료, 1종 승용차와 1종 경차의 차이가 크다.(사진=한국도로공사)
가장 중요한 1년에 한 차례씩 납부해야 하는 자동차세의 경우, 경차는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 할인 혜택이 큰 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엔진 배기량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인데, 구체적으로는 cc당 일정금액을 곱해 부과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600cc 이하 소형차는 cc당 182원, 1600cc 이상 자동차는 cc당 260원이 부과된다. 1000cc 이하인 경차는 cc당 104원이 부과되는데, 이를 1년 자동차세로 계산하면 대략 10만 400원 정도의 자동차세가 나오게 된다. 1600cc 준중형 자동차의 자동차세가 대략 29만 1200원이니 자동차세만으로도 경차의 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2년 후 매년 5%의 추가할인도 적용되니 경차를 타면 탈수록 더욱 큰 경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1000cc 경차의 1년 자동차 세금(사진=위택스)
▲ 1600cc 준중형 자동차의 1년 자동차 세금(사진=위택스)
이러한 혜택은 잘 알려져 있는 것들이지만 경차 유류세 환급과 같은 혜택은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차 유류세 환급은 1가구가 1대의 경차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1년에 최대 10만 원에 해당하는 유류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1가구가 2대의 경차를 보유할 경우에는 환급을 받을 수 없으며, 경차 외에 다른 자동차를 갖고 있을 경우에는 환급 혜택이 유효하다.
▲ 경차 유류세 환급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사에서 전용 카드를 신청해야 한다.(사진=신한카드)
유류세 환급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환급용 유류구매 전용 카드를 각 신용카드사에서 신청해 사용해야 한다. 현재 경차 유류세 환급 제도는 올해 말까지 유효한 상태이며, 2015년에도 지속될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경차는 단 4종뿐
이처럼 현재 국내에서 경차를 이용할 경우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차의 수는 의외로 많지 않아 국산, 수입차 포함해 단 4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레이가 있으며, 쉐보레의 스파크가 국산 경차로 판매 중이다. 여기에 수입차 유일의 경차인 스마트 포투가 국내 경차 규격을 충족시키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경차들은 최근 들어 경제성을 중요시 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판매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 외에는 구입 가능한 경차가 없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기아자동차 모닝(사진=기아자동차)
특히 최근 들어 국산 경차의 가격이 급증하고 있어 앞서 언급한 각종 세금 혜택 효과가 무의미해질 정도에 이르고 있고, 해외 경차와 비교해 연비도 그리 뛰어난 편이 못돼 실제로 경차를 구입한 운전자들이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모닝에 이어 경차 판매 2위를 기록 중인 쉐보레 스파크(사진=한국지엠)
▲ 스마트 포투는 수입차 유일의 경차다.(사진=스마트)
이처럼 국산 경차의 경쟁력이 약해진 데에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경차들이 많지 않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경차가 4종류라고는 하지만, 이 중 국산 경차는 모닝과 레이, 스파크 단 3종뿐이고, 그마저도 모닝과 레이는 같은 기아자동차의 모델이어서 제품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스마트 포투의 경우, 리터당 20km가 넘는 탁월한 연비를 자랑하고 있지만, 국산 경차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여주는 가격과 2인승이라는 점 때문에 경차로서의 매력보다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어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 피아트 500은 경차 규격보다 폭이 27mm 길어 경차혜택을 못 받는다.(사진=피아트)
상황이 이러다 보니 현재 3600 x 1600 x 2000mm의 전장 x 전폭 x 전고 수치에 얽매여 있는 국산 경차의 규격을 일부 수정해 해외 경차가 국내에 수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규격으로 인해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피아트 500의 경우, 1627mm의 전폭을 갖고 있어 아깝게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현재 국내에 수입되지 않고 있는 폭스바겐 업(전폭 1641mm)처럼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자동차에도 적용돼 설사 업이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경차로 판매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 혼다의 N-WGN과 같은 높은 완성도를 갖고 있는 일본 경차도 국산 경차 규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사진=혼다)
추가적으로 경차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경차도 다른 부분은 국내 경차 규격을 충족시키지만 유독 전폭만은 1600mm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 일본 경차를 국내 수입해 이용 중인 운전자들은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지만 향후 일본 경차가 국내에 수입된다 하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 경차의 경우 대부분 리터당 20km가 넘는 고연비와 뛰어난 공간 효율성, 여기에 나름의 운전재미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국내 수입될 경우 국산 경차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를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 국내에서 경차를 이용할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일본이나 일부 유럽 국가와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경차의 종류가 많지 않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각종 혜택과 여전히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도 경차는 안전하지 않다는 편견과 경차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다는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이고 즐거운 자동차 생활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경차가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