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국
류윤
큰 대大 자로
안방에 누워 본 적이 언제였던가
역마살이 끼여
평생을 밖으로 나돌며
처자식에게
할짓 못할짓 뻘짓 다해보고
힘 빠져 돌아와
엄처 시하에
슬슬 눈치나 보며사는 비루한 사내가
주지육림
기름진 육 해 공의
육고기 날고기에 물리고 질려
달고 살던 술도 끊고
속죄 받을 길없는
과거지사야
차라리
대신 애먼 매질이라도 하고픈
시퍼런 무 종아리 씻어
채 썰어서는
콩나물 넣어 푹 끓여내
후루룩 후룩 숟갈로 퍼마시고는
속 편하게 돌아 누워
근신하고 싶은
죄책감마저 무로 돌리고 싶은
무 국
보리 숭어
류윤
춘정을 못 이기는 보리 숭어가
강변 복사꽃 나무 둥치에
번쩍이는 비늘을 마구비벼대어
살 속 깊이
꽃 몸살이 들어서
보리 누름 무렵의 숭어살에서는
은은한
복숭 내음이 난다 햇든가
사무친 그 도화 살 저며내
곰 삭은 묵은 지와 둘둘 말아
쌈을 싸서 입이 터지도록 먹는 맛도
남도의 일미라는데
춘향이와 이도령
눈이 맞았음직한
목덜미에 착착 감기는
명주고름같은봄 바람에
헛바람들어 나선 나들이길
초장을 듬뿍 찍은 숭어회를
한 점 집어 입에 넣는 순간
혀 끝에 사르르 녹는
황홀한 그 맛에
느닷없는 울음 터 질라
칼날로 저며낸
아파야 맛보는 그 살맛에
눈물 나네
혼자 먹기 아까워 불현 듯,
눈 앞에 없는 사람은 떠올려 무엇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