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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언순(名正言順)
명분이 정당하고 말이 사리에 맞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나 행위가 명분과 의리에 정당하고 말이 사리에 맞음을 일컫는 말이다.
名 : 이름 명(口/3)
正 : 바를 정(止/1)
言 : 말씀 언(言/0)
順 : 순할 순(頁/3)
출전 : 삼국연의(三國演義) 第80回
이 성어는 명분이 정당하고, 말이 이치에 맞음을 의미한다. 하는 일의 이유가 정당하고 떳떳하여 매우 당당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유래하는 말이다.
기원전 501년 노(魯)나라에서 벼슬을 하던 공자(孔子)는 정공(定公)이 향락에 빠져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않고 예법을 지킬 줄 모르자 노나라를 떠나 위(魏)나라로 갔다.
어느 날 자로(子路)가 말하였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의지하여 정치를 한다면 선생께서는 장차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반드시 명칭명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
자로가 말했다. "이러신다니까요, 선생님께서는 세상의 실정을 너무 모르십니다. 어떻게 바로 잡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촌스럽구나, 너는! 군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제쳐놓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명칭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알맞지 못하고, 형벌이 알맞지 못하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가 명칭을 붙이면 반드시 말할 수 있으며, 말할 수 있으면 반드시 행할 수 있으니, 군자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구차히 함이 없을 뿐이다."
이처럼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는 정명(正名)사상, 즉 모든 사람은 자기의 명분에 해당하는 덕을 실현하여야 하고 모든 사물 또한 그 실상에 대응하는 실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전하여 명정언순(名正言順)은 어떤 행위가 명분에도 맞고 도리상으로도 어긋나지 않을 때를 가리킨다.
■ 명정언순(名正言順)
名不正則言不順,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하지 못하고,
言不順則事不成,
말이 순하지 못하면 일이 이뤄지지 못하고,
事不成則禮樂不興,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악이 흥하지 못하고,
禮樂不興則刑罰不中,
예악이 흥하지 못하면 형벌이 적당하지 못하고,
刑罰不中則民無所措手足.
형벌이 바로 서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명분이나 명칭은 이치에 합당해야 한다. 명분을 붙인 것이 이치에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다.
명분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말하려면 자연히 억지 소리를 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 맞지 않는 말로 무슨 일을 도모하면 일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치에 합당한 말도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면 어려움이 많은 법인데 하물며 어불성설의 억지 논리로 어떻게 남을 설득할 것이며 일을 성사시킬 수 있겠는가.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곤란하고 궁색하게 된다. 곤란하고 궁색한 형편에서 예악의 흥왕을 기대할 수 없다. 예악은 풍족하고 여유가 있을 때에 발달하는 것이다. 예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이 적당하지 못하다. 예악은 제도와 법률이다.
제도와 법률이 바르지 못하면 형벌이 적당할 수 없다. 법치가 이루지지 않는다. 치자의 감정과 형편에 따라 제멋대로 행해 공평을 잃게 된다. 형벌이 공평(公平)하지 못하면 백성들은 불안하다.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군자가 명분을 붙이면 반드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이치가 합당해야 하며 말한 것은 반드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치자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면 백성들이 믿고 따를 수 없다.
군자는 말에 있어서 구차스러움이 없어야 한다. 억지소리를 하거나 책임 없는 말 소신 없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군자는 명분을 소중히 하기 때문이다.
■ 명정언순(名正言順)
조조(曹操)가 죽고 아들 조비(曹丕)가 후한의 마지막 황제 헌제(獻帝)를 핍박하여 선양을 받아 위(魏)나라를 창업하고 황제가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제갈량(諸葛亮)은 중신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한중왕(漢中王) 유비(劉備)에게 황제 위에 오를 것을 권하는데 유비는 강경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제갈량이 백관가 계책을 짜고, 가짜로 병을 핑계로 두문불출했다.
이에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와 위로하며 걱정되는 무엇이냐 물으니, 제갈량이 '삼고초려(三顧草廬)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조비가 한(漢)나라 황제를 찬탈하여 한나라 사직이 끊어지는 것을 막고자 대왕(大王; 유비)를 황제로 받들고자 했으나 뿌리치시니 관리들이 원망하여 떠나고 나면 어떻게 나라를 지탱할까' 걱정이라 말했다.
이에 한중왕(유비)이 말했다. "내가 물리치려는 것이 아니고 천하 사람들의 논의가 두려운 것입니다."
漢中王曰: 吾非推阻, 恐天下人議論耳.
제갈량이 말했다. "성인이 말하기를,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금 왕께서는 명분이 바르고 말이 순리에 맞는데 어찌 다른 의견이 따로 있겠습니까? 이런 말을 들어보지 않으셨습니까?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재앙을 받는다?"
孔明曰: 聖人云; 名不正, 則言不順. 今大王名正言順, 有何可議. 豈不聞; 天與弗取, 反受其咎.
이후 유비는 제갈량의 뜻대로 황제에 올라 한나라 대통을 이었다. 이 성어는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출전한다.
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事不成, 則禮樂不興; 禮樂不興, 則刑罰不中; 刑罰不中, 則民無所錯手足.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이 일어나지 않고, 예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이 합당하지 못하고, 형벌이 합당하지 못하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어진다.
■ 명정언순(名正言順)
명분이 바르면 말도 순조로움
총선이 막바지에 다다르니 후보자들의 행보도 바빠지는가 보다. 아내와 장보러 마트에 갔더니 그간 얼굴보기 힘들었던 위세당당한 국회의원께서 입구에서 허리굽혀 악수를 청해왔다. 옆에 자리한 보좌관은 "이번 선거에서 꼭 당선시켜주십시오. 주민의 공복이 되겠습니다"는 구호를 연신 내뱉었다. 집으로 돌아와 장본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고 TV를 켰다. 마침 총선 후보자들의 토론회가 중계되고 있었다.
후보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장점, 그간의 치적, 미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공약들을 유창하게 나열하였다. 그러나 사회자가 정당의 문제, 그간 정치 행보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질문을 하자 그 유창했던 말솜씨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어눌한 사람처럼 말을 빙빙 돌려대기 시작하였다.
속으로 쓴웃음이 나왔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의 재미있는 고사가 떠올랐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노국(魯國)의 대사구(大司寇) 공자(孔子)가 노정공(魯定公)에게 실망하여 제자 자로(子路) 등을 데리고 위국(衛國)으로 떠나갔다. 위령공(衛靈公)이 공자를 환영하면서 후한 봉록(俸祿)을 내렸다.
이에 자로가 공자에게 "만일 위령공이 선생님에게 국가를 관리하라고 부탁한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가 먼저 "명분(名分)을 바르게 하겠다(正名)", 왜냐하면 "명분이 바르지 못하면 말도 순리에 맞지 못하기 때문이다(名不正, 則言不順)"고 대답하였다.
자로가 공자의 사고방식이 실제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여겼다. 공자가 한 걸음 나가면서 "만일 말이 순리에 맞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고, 예악(禮樂)과 형벌(刑罰)도 실시할 수 없기에 백성을 순종하게 만들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명정언순(名正言順)'은 이 고사에서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는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왜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는지, 실행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한 명분. 이 명분은 정당, 혹은 정치가의 신뢰 형성의 초석이다. 허나 한 시민으로서 이번 선거의 정책토론을 보면서 느낀 점은 과연 우리나라 정치에 대의명분이 있는지, 아니면 정당의 이익에 따라 되지도 않을 명분을 꺼내드는 것인지,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사뭇 회의에 빠져버렸다.
그래도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선택하는 한이 있더라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민심이 어떤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나아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은 어떤지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마트 입구에서, 사거리 모퉁이에서 시민에게 머리숙여 감사하는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명분이 바로 그 초심에서 나오니 말이다.
공자의 "만일 말이 순리에 맞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고, 예악(禮樂)과 형벌(刑罰)도 실시할 수 없기에 백성을 순종하게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새삼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막말과 거짓 언어의 대잔치 시대
정치는 말(언어)이고, 말은 품격이자 인격이다. 품격 있는 말은 품격 있는 정치를 만든다. 말의 품격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치뿐만 아니라 세상사와 인간관계 모두 말에서 시작돼 말로 끝난다.
정치권에서는 말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참 많다.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본인을 작가라고 칭하는 한 정치인은 지난 2005년 동료 정치인으로부터 이 같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말에는 품격, 교양, 철학이 부족하다." 대선에도 출마했던 유명 정치인이 늘 듣는 평가다.
그들은 의회(議會)에서 의(議)의 진정한 뜻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의회의 한자를 풀이해보면 ‘함께 모여서 옳고 품격 있는 말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말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녔기에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일까.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명정언순(名正言順)’이 강조돼 왔다. 이 표현은 논어 자로편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501년 공자는 정사와 예법이 엉망이 된 노나라에 실망해서 위(魏)나라로 갔다. 제자인 자로(子路)가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의지하여 정치를 한다면 장차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반드시 명칭명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세상의 실정을 너무 모르십니다. 어떻게 바로잡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명칭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알맞지 못하고, 형벌이 알맞지 못하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가 명칭을 붙이면 반드시 말할 수 있으며, 말할 수 있으면 반드시 행할 수 있으니, 군자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구차히 함이 없을 뿐이다."
이로부터 전하여 명정언순은 어떤 말과 행위가 명분에도 맞고 도리 상으로도 어긋나지 않을 때를 가리키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말의 명분과 도리'에 대한 언급이다. 공자는 말이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게 정치의 기본임을 잊지 않도록 했다.
공자의 가르침과 달리 요즘은 '막말과 폭언, 거짓말의 시대'인 것 같다. 막말이란 나오는 대로 함부로 내뱉거나 속되게 하는 말 혹은 뒤에 여유를 두지 않고 잘라서 하는 말을 가리킨다. 그렇게 막말과 폭언,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게 '말(언어)의 본질'이다.
말 즉,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다. 말은 개인의 정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말은 그 사람의 지성 수준, 마음의 아름다움, 지니고 있는 사상, 정신활동 그 자체이다. 말에 내재하는 정신적인 힘이 바로 언어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말은 소리를 통해 표현된다. 사람의 소리는 옳은 소리, 싫은 소리, 미운 소리, 아름다운 소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듣고 나서 싫어하는 감정을 갖거나 미워하는 감정을 갖게 된다면 진정으로 옳은 소리라고 평가받기 힘들다. 옳은 소리가 진정으로 빛을 발하려면 말에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포함되어야 한다.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는 작가, 말에 품격이 없다는 정치인 등에게는 바로 이러한 공감과 배려가 부족했다.
예컨대 부모가 정성들여 키워주는 자녀들에게도 "너는 왜 공부하지 않고 놀기만 해!"라고 야단을 치면 자녀들이 싫어하게 된다. 하물며 정치인들의 주권자인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건방지고 배려 없는 말을 좋게 받아주는 것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까?
요즘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 계층 갈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원인중 하나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과연 자녀 세대의 말을, 혹은 부모 세대의 말을 얼마나 이해하고 계시는가?
언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소리나 기호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관, 세계관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막말과 폭언’으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과연 "오늘은 당신이 손가락질을 하지만, 내일은 당신이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언어와 사고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언어의 품격은 그 사람의 품격과 인격을 의미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쓰레기 같은 ‘막말 대잔치’를 벌이는 유튜버들이나 페이스북에 혐오스러운 말을 마구 올리는 사람들이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여기에 진실을 숨기고 입만 열면 거짓말만 내뱉는 사람들도 세상을 한층 더러운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의 언어가 쓰레기 소음이면 세상은 쓰레기와 소음이 넘치는 곳이 될 것이고, 많은 사람의 언어가 격조 높고 향기가 나는 화음이면 세상은 격조와 향기가 넘쳐나는 정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쓰레기장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장미 정원으로 만들 것인가? 며칠 전 자전거를 타러 한강변을 나갔더니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김상민 칼럼니스트)
■ 공자의 정명사상(正名思想)과 삼적(三適)의 도(道)
공자의 사상 중에 리더가 제대로 알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기본이 정명사상(正名思想)이다.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정(正)'이라 보았다.
한번은 노나라 제후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백성들이 잘 복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에 공자가 대답하길, '정직한 사람을 등용하여 사곡(거짓되고 표리부동한 사람)한 사람들 위에 배치하면 백성이 저절로 복종하고, 사곡한 사람을 뽑아서 정직한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는다. 정직과 사곡을 구분하여 실행하는 것이 곧 지혜이며 정치의 요체다'고 하였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리더는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가지고 적재(適材)를 적시(適時)에 적소(適所)에 배치하는, 이른바 '삼적(三適)의 도(道)'를 실천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는 것이다.
한편 공자는 제나라를 다스리던 제후 경공과 재상 안영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다.
먼저 경공이 공자에게 '선생, 정치가 무엇입니까?'고 물었다.
이에 공자가 '예. 천하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경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생. 천하라는 말은 바로 이해가 되는데, 아름답다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고 막연하지 않습니까? 어떤 상태가 아름다운 상태입니까?'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웃으며 말하길, '예. 아름다운 상태란 자기 자리에서 자기다움에 충실한 상태를 말합니다. 아버지는 아버지 자리에서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의 자리에서 자식다워야 하며, 임금은 임금의 자리에서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의 자리에서 신하다워야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이 '다움'에 충실할 때 천하는 아름다워지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 것입니다'고 했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가 유래하게 된다. 공자의 말은 임금과 신하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답게 행동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뜻이다.
신하가 자기 자리에서 자기다움에 충실하게 하려면 임금은 먼저 '곁에 둬야 할 사람과 두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구분해서 각자 제자리에 두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정치하는 사람은 자연히 스스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정자정야(政者正也)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었다.
공자는 이 정명사상과 더불어 '잘 다스려지는 나라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백성이 정치에 대해 논하지 않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리더가 인(仁)과 예(禮)로써 모범을 보이면 백성 또한 스스로 예를 지켜 범법하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무치(無治)의 도(道)'이고, 이것이야말로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다스림이라는 리더십의 이상향을 제시했다.
기법은 변해도 진리는 영원한 것처럼 몇 백 년 몇 천 년이 흐른 먼 훗날, 그때도 필시 우리 후손들은 사람을 이끌고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공부할 것이고, 그 리더십 교육에서도 앞서 말한 이 '삼적의 도'와 '정명사상'은 똑같이 강조될 것이다.
■ 엎질러진 말, 시가 되는 말
말 때문에 말이 많다.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독설과 막말이 난무한다.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고 하지만 차마 보고 듣기가 민망할 때가 있다.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말인 ‘독설’이나 나오는 대로 속되게 하는 말인 ‘막말’은 사람들에게 비수가 되고 상처를 준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는 '퐁티니(Pontigny)'에서 머물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한 말에 대하여 아흐레 동안 충분히 되새기며 고치는 풍습을 갖고 있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자신있게 의사를 밝힐 수 있었다고 한다.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 '자유에 관하여'에 실린 글이다. "사실 충분한 유예기간이 있어서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할 수 있다든지 혹은 그것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기만 해도 다행한 일일 것이다. 유예기간을 바라는 것은 실체적 측면에서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 즉 뒤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이미 지나온 길을 지나오지 않은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과 흡사하다. 하지만 우리가 행동한 것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고 이것이 쌓여 우리의 성격을 형성하기 때문에 글자를 지우개로 지우듯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종종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불가피한 일로 되는 것을 보아왔다."
이미 엎질러진 말인 까닭에 재검토가 불가능함이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경우를 말함이다. 그렇다 한들, 솔직하게 실언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려는 용기가 있다면 엎질러진 물이라고 왜 주워담지 못하겠는가? 그럼에도 자신의 실언에 대하여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한다거나 ‘모르쇠’로 부인하는 이들이 있다.
언젠가 본인이 했던 말이나 무심결에 내뱉은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이 많다. 말은 바퀴를 달지 않아도 금세 인터넷을 휩쓸며 세상을 요동친다. 옛말대로 어떤 이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겠지만, 어떤 이는 잘못 뱉은 한마디로 인하여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말은 그냥 쏟아낼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구운몽'의 저자 김만중은 '말'을 두고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사람의 마음이 입에서 나오면 말이 된다. 말이 절주(節奏)를 가지면, 가(歌), 시(詩), 문(文), 부(賦)가 된다. 사방의 말은 비록 같지 않으나, 말을 할 줄 아는 자라면 각기 그 말로서 절주를 삼아, 모두들 천지를 움직이고 귀신을 통할 수 있다."
그렇다. 선인들은 좋은 말은 천지를 움직이고 귀신과도 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공자 역시 "명분이 바르면 말이 순조롭다(名正言順)"고 했다. 한마디, 한마디, 말은 생각하며 해야 하지 않을까.
▶️ 名(이름 명)은 ❶회의문자로 夕(석; 초승달, 어두움)과 口(구; 입, 소리를 내다)의 합자(合字)이다. 저녁이 되어 어두우면 자기 이름을 말해서 알려야 했다. ❷회의문자로 名자는 '이름'이나 '평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名자는 夕(저녁 석)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夕자는 초승달을 그린 것으로 '저녁'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요즘이야 한밤중에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밝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어두운 저녁 저 멀리 오는 누군가를 식별하기 위해 이름을 불러본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名자이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래서 名(명)은 (1)이름 (2)숫자 다음에 쓰이어 사람의 수효를 나타내는 말 (3)사람을 이르는 명사의 앞에 붙어서 뛰어난, 이름난, 훌륭한, 우수한 또는 무엇을 썩 잘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이름 ②평판(評判), 소문(所聞) ③외관(外觀), 외형(外形) ④명분(名分) ⑤공적(功績) ⑥글자, 문자(文字) ⑦이름나다, 훌륭하다 ⑦이름하다, 지칭(指稱)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일컬을 칭(稱), 이름 호(號)이다. 용례로는 세상에서 인정 받는 좋은 이름이나 자랑을 명예(名譽), 명목이 구별된 대로 그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나 분수를 명분(名分), 사물이나 현상을 서로 다른 것 끼리 구별하여 부르는 이름을 명칭(名稱), 세상에 떨친 이름을 명성(名聲), 이름이나 주소나 직업 따위를 죽 적어 놓은 장부를 명부(名簿), 형식 상 표면에 내세우는 이름이나 구실을 명목(名目), 성명과 해당 사항을 간단히 적은 문건을 명단(名單),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명승(名勝), 명분과 의리 또는 문서 상의 이름을 명의(名義), 이름난 의원이나 의사를 명의(名醫), 일년 동안의 명절날과 국경일의 통칭을 명일(名日), 뛰어나거나 이름이 난 물건 또는 작품을 명품(名品), 이름이나 직위 등을 적어 책상 따위의 위에 올려놓는 길고 세모진 나무의 패나 문패 또는 명찰을 명패(名牌), 잘 다스려서 이름이 난 관리를 명관(名官),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명소(名所), 이름과 실상이 서로 들어맞음을 일컫는 말을 명실상부(名實相符), 이름난 큰 산과 큰 내로 경개 좋고 이름난 산천을 일컫는 말을 명산대천(名山大川), 남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깎는 일을 일컫는 말을 명예훼손(名譽毁損),이름은 헛되이 전해지는 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이나 명예란 헛되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명불허득(名不虛得) 등에 쓰인다.
▶️ 正(바를 정/정월 정)은 ❶회의문자로 하나(一)밖에 없는 길에서 잠시 멈추어서(止) 살핀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正자는 '바르다'나 '정당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正자에서 말하는 '바르다'라는 것은 '옳을 일'이라는 뜻이다. 正자는 止(발 지)자에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正자를 보면 止자 앞에 네모난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성(城)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正자는 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正자는 성을 정복하러 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데는 정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正자는 자신들이 적을 정벌하러 가는 것은 정당하다는 의미에서 '바르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正(정)은 (1)옳은 길 올바른 일 (2)부(副)에 대하여 그 주됨을 보이는 말 (3)종(從)에 대하여 한 자리 높은 품계를 나타내는 말 품수(品數) 위에 붙어 종과 구별됨. 정1품(正一品)으로 부터 정9품(正九品)까지 있었음 (4)조선시대 때 상서원(尙瑞院), 사역원(司譯阮), 봉상시(奉常寺), 내의원(內醫院), 내자시(內資寺) 등의 으뜸 벼슬 품계는 정3품(正三品) 당하(堂下) (5)조선시대 때 세자의 중증손(衆曾孫), 대군의 중손(衆孫), 왕자군(王子君)의 중자(衆子) 등에게 주던 작호(爵號) 품계(品階)는 정3품(正三品) 당하(堂下)임 (6)고려 때 전농시(典農寺), 서운관(書雲觀), 사의서(司醫署), 내알사(內謁司), 사복시(司僕寺)의 으뜸 벼슬 품계(品階)는 정3품(正三品)에서 정4품(正四品)까지 (7)신라 때 상사서(賞賜署), 대도서(大道署)의 으뜸 벼슬 35대 경덕왕(景德王) 때 대정(大正)을 고친 이름으로 뒤에 다시 대정으로 고침 (8)정립(定立) (9)정수(正數) 플러스(Plus) 등의 뜻으로 ①바르다 ②정당하다, 바람직하다 ③올바르다, 정직하다 ④바로잡다 ⑤서로 같다 ⑥다스리다 ⑦결정하다 ⑧순일하다, 순수하다 ⑨자리에 오르다 ⑩말리다, 제지하다 ⑪정벌하다 ⑫관장(官長: 시골 백성이 고을 원을 높여 이르던 말) ⑬정실(正室), 본처(本妻) ⑭맏아들, 적장자(嫡長子) ⑮본(本), 정(正), 주(主)가 되는 것 ⑯정사(政事), 정치(政治) ⑰증거(證據), 증빙(證憑) ⑱상례(常例), 준칙(準則), 표준(標準) ⑲처음 ⑳정월(正月) ㉑과녁, 정곡(正鵠: 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 ㉒세금(稅金) ㉓노역(勞役), 부역(負役) ㉔네모 ㉕군대 편제(編制) 단위 ㉖바로, 막, 때마침 ㉗가운데 ㉘가령, 설혹, ~하더라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바를 광(匡), 바로잡을 독(董), 곧을 직(直), 바탕 질(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짓 위(僞), 버금 부(副), 돌이킬 반(反), 간사할 간(奸), 간사할 사(邪), 그르칠 오(誤)이다. 용례로는 어떤 기준이나 사실에 잘못됨이나 어긋남이 없이 바르게 맞는 상태에 있는 것을 정확(正確),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성품이 바르고 곧음을 정직(正直), 바르고 옳음을 정당(正當),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정의(正義), 특별한 변동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정상(正常), 올바른 길을 정도(正道), 꼭 마주 보이는 편을 정면(正面), 옳은 답이나 바른 답을 정답(正答), 일정한 격식이나 의식을 정식(正式), 본래의 형체를 정체(正體), 진짜이거나 온전한 물품을 정품(正品), 엄하고 바름을 엄정(嚴正), 옳지 않음이나 바르지 않음을 부정(不正), 공평하고 올바름을 공정(公正), 그릇된 것을 바로잡음을 시정(是正),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서 고침을 수정(修正), 알맞고 바름을 적정(適正), 거짓이 없이 참을 진정(眞正), 잘못을 고쳐서 바로 잡음을 정정(訂正),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침을 개정(改正), 태도나 처지가 바르고 떳떳함을 일컫는 말을 정정당당(正正堂堂), 정대하고도 높고 밝다는 뜻으로 대현의 학덕을 형용하는 말을 정대고명(正大高明), 소나무는 정월에 대나무는 오월에 옮겨 심어야 잘 산다는 말을 정송오죽(正松五竹), 의지나 언동이 바르고 당당하며 마음이 순수하고 깨끗함을 일컫는 말을 정정백백(正正白白),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단정하게 앉음을 일컫는 말을 정금단좌(正襟端坐), 마음을 가다듬어 배워 익히는 데 힘씀을 일컫는 말을 정심공부(正心工夫),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정성스레 함 또는 허식이 없는 진심을 일컫는 말을 정심성의(正心誠意), 조리가 발라서 조금도 어지럽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정정방방(正正方方), 때마침 솟아오르는 태양이라는 뜻으로 기세가 더욱 강성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정출지일(正出之日), 바른 길과 큰 원칙을 일컫는 말을 정경대원(正經大原), 마음씨가 올바르면 학식과 덕행이 높고 어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정인군자(正人君子), 나의 뜻에 딱 들어맞음을 일컫는 말을 정합오의(正合吾意)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으로 예사로운 표현 속에 만만치 않은 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 또는 서로 변론하느라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뜻으로 놀라거나 근심이 있어도 평소의 태도를 잃지 않고 침착함을 이르는 말을 언소자약(言笑自若),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말과 행동이 같음 또는 말한 대로 행동함을 언행일치(言行一致),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이르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말 가운데 말이란 뜻으로 순한 듯 한 말속에 어떤 풍자나 암시가 들어 있다는 말을 언중유언(言中有言), 두 가지 값을 부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에누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언무이가(言無二價), 남의 인격이나 계책을 깊이 믿어서 그를 따라 하자는 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언청계용(言聽計用), 하는 말과 하는 짓이 서로 반대됨을 일컫는 말을 언행상반(言行相反), 말은 종종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유소화(言有召禍), 태도만 침착할 뿐 아니라 말도 안정케 하며 쓸데없는 말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언사안정(言辭安定) 등에 쓰인다.
▶️ 順(순할 순)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顺(순)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머리 혈(頁; 머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川(천, 순)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川(천, 순)은 시내, 시내의 흐름을, 頁(혈)은 머리나 얼굴의 뜻으로 쓰인다. 따라서 물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순리에 따라 흐른다는 데서 '순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順자는 '순하다'나 '유순하다', '따르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順자는 川(내 천)자와 頁(머리 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유순하다'는 것은 순응하며 잘 따른다는 뜻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그렇기에 順자에 쓰인 川자는 사람이 까다롭지 않고 물 흐르듯이 순응하며 잘 따른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順(순)은 (1)선후 따위 관계로 정(定)해지니 배열(配列), 차례(次例). 순서(順序), 순번(順番) (2)성(性)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순(順)하다, 유순(柔順)하다 ②좇다 ③(도리에)따르다, 순응(順應)하다 ④가르치다, 교도(敎導)하다 ⑤잇다, 이어받다 ⑥제멋대로 하다 ⑦편안(便安)하다, 안락(安樂)하다 ⑧화(和)하다, 화순(和順)하다(온화하고 양순하다) ⑨물러나다, 피(避)하다 ⑩바르다, 옳다 ⑪귀여워하다 ⑫차례(次例), 순서(順序) ⑬도리(道理) ⑭도리(道理)에 따르는 사람 ⑮실마리, 단서(端緖) ⑯아름다운 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순할 완(婉),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스릴 역(逆)이다. 용례로는 정해진 차례를 순서(順序), 차례로의 위치나 차례 순서를 순위(順位), 성질이 온순하여 까다롭지 않고 화평함을 순탄(順坦), 도리에 순종함을 순리(順理), 고분고분 따름을 순종(順從), 아무 탈없이 일이 잘 되어 가는 상태를 순조(順調), 순하게 부는 바람을 순풍(順風), 부드럽게 대응함을 순응(順應), 바르게 돌아오는 차례를 순차(順次), 하늘의 뜻을 따름을 순천(順天), 차례로 연기함을 순연(順延), 순조로운 항행을 순항(順航), 글자 획의 순서를 획순(劃順), 거꾸로 된 차례를 역순(逆順), 순서나 과정을 수순(手順),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이 고분고분하지 않고 거침을 불순(不順), 온화하고 순함을 화순(和順), 적이 굴복하고 순종함을 귀순(歸順), 성질이 부드럽고 온순함을 유순(柔順), 효행이 있고 유순함을 효순(孝順), 고분고분하고 양순함을 온순(溫順), 천리에 따르는 자는 오래 번성한다는 말을 순천자존(順天者存), 아무 일 없이 잘 되어 간다는 말을 순차무사(順次無事), 천명에 순종하고 인심에 응한다는 말을 순천응인(順天應人),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소리 지른다는 뜻으로 좋은 기회를 터서 일을 시행하면 이루기가 쉽다는 말을 순풍이호(順風而呼), 돛이 뒤에서 부는 바람을 받아 배가 잘 달리는 모양이라는 말을 순풍만범(順風滿帆), 바람 불고 비오는 것이 때와 분량이 알맞다는 말을 우순풍조(雨順風調),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로 빼앗고 도리에 순종하여 지킨다는 말을 역취순수(逆取順守), 명분이 정당하고 말이 사리에 맞다는 말을 명정언순(名正言順), 위와 아래가 서로 뜻이 맞아 온화하다는 말을 상하화순(上下和順), 어떤 일이든지 그때와 형편에 따라서 맞추어 한다는 말을 수시순응(隨時順應)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