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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노인은 은자 열다섯 냥을 가지고 객점으로 돌아왔다. 딸을 쉬게 하고는, 먼저 성 밖먼 곳에 수레를 구해 놓고, 돌아와서 행장을 수습하였다. 숙박비를 내고 쌀값과 땔나무값을 치른 다음,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날 밤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녀는 집을 지어 먹고 행장을 수습하였다.
날이 밝아오자 노달이 객점으로 성큼 들어서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둘째야! 김노인 어디 있느냐?”
객점 점원이 말했다.
“김노인! 군관께서 찾으십니다.”
김노인이 방문을 열고 말했다.
“군관 나리! 이리 들어오십시오.”
노달이 말했다.
“들어가긴 뭣 하러 들어가오? 당신네들은 얼른 가야지. 뭘 기다리고 있소?”
김노인은 보따리를 매고 딸을 이끌고서 노달에게 인사를 하고 곧장 객점 문을 나섰다. 점원이 가로막고서 말했다.
“김노인! 어디 가시오?”
노달이 말했다.
“왜 방값을 안 냈느냐?”
“방값은 어제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대인이 몸값을 받지 못해, 소인에게 저들을 감시하라고 맡겼습니다.”
“정가 놈의 돈은 내가 갚을 것이니, 너는 이 부녀가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보내 드려라.”
하지만 점원은 부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노달은 크게 노하여 손바닥을 활짝 펴서 점원의 뺨을 후려쳤다. 점원은 입과 코에서 피가 터졌다. 이번에는 주먹으로 한 대 치자, 이빨이 두 개 날아갔다. 점원은 잽싸게 객점 안으로 도망쳐서 숨었다. 객점 주인도 감히 나와서 막지 못하고 있었다. 김노인 부녀는 급히 객점을 나와서, 성을 나가 어젯밤 마련해 두었던 수레를 찾아 떠나갔다. 노달은 점원이 뒤쫓아 가서 부녀를 잡아올까 염려되어 객점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두어 시간을 기다렸다. 김노인이 이미 멀리 갔으리라고 생각되자, 비로소 몸을 일으켜 장원교로 갔다.
한편, 백정 정가는 문 두 짝을 활짝 열고 돼지고기를 매달아 놓고 정육점 앞에 앉아 있었다. 노달이 저 앞에서 나타나 소리쳤다.
“정가야!”
정가는 노달을 알아보고 급히 일어나서 인사를 올렸다.
“나리! 용서합시오. 미처 몰라 뵀습니다.”
조수를 불러 의자를 가져오게 하고서, 말했다.
“나리! 앉으십시오.”
노달이 의자에 앉은 다음 말했다.
“경략상공의 명을 받고 왔네. 비계를 다 떼어 내고 살코기로만 열 근 주게. 비계가 단 한 점이라도 묻어 있어서는 안 되네.”
정가가 조수들에게 말했다.
“알아들었느냐? 얼른 제일 좋은 고기로 열 근을 썰어라.”
노달이 말했다.
“저런 지저분한 놈들 시키지 말고, 자네가 직접 썰게나.”
정가가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썰겠습니다.”
정가는 도마 위에 고기 열 근을 올려놓고서 아주 세밀하게 비계를 발라냈다. 그때 객점 점원이 머리를 수건으로 싸매고 와서 정가에게 김노인의 일을 말하려고 왔다가, 노달이 정육점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 처마 밑에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정가는 반 시간 동안 꼼꼼하게 살코기를 썰어 연잎에 싸고 나서 말했다.
“나리! 사람을 시켜 보내 드릴까요?”
노달이 말했다.
“보낸다고? 잠깐! 다시 열 근을 썰되, 이번에는 비계로만 썰어 주게. 살코기가 단 한 점도 묻어 있어서는 안 되네.”
“살코기는 만두에 넣으시려는 것 같은데, 비계는 어디 쓰시려는 겁니까?”
노달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상공께서 내게 분부하셨는데, 누가 감히 물어보겠느냐?”
“쓰실 데가 있을 것이니, 소인은 그냥 썰기만 하겠습니다.”
정가는 다시 옆구리살 가운데 비계만 골라서 세심하게 썰어서 연잎에 쌌다. 한동안 고기만 썰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객점의 점원도 감히 지나가지 못하고 고기를 사러 온 손님들도 감히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정가가 말했다.
“사람을 딸려 보낼 터이니, 함께 가지고 가시겠습니까?”
노달이 말했다.
“이번에는 연골만 열 근 잘 다져라. 살점이 조금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정가가 웃으며 말했다.
“이건 일부러 나를 놀리시려는 것 아닙니까?”
노달은 그 말을 듣자 벌떡 일어나 썰어 놓은 고기 두 덩어리를 손에 들더니 눈을 부릅뜨고 정가를 보려보면서 말했다.
“맞다! 내가 너를 놀리고 있는 것이다!”
노달이 고기 두 덩어리를 정가의 얼굴에 냅다 던졌다. 고기는 마치 비가 오듯 정가의 얼굴에 흘러내렸다. 정가도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서, 고기를 썰던 날카로운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노달은 얼른 발을 옮겨 길거리로 나섰다. 이웃사람들과 점원들도 감히 앞으로 나서 말리지 못했고, 길을 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객점 점원도 깜짝 놀라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정가는 오른손으로 칼을 쥐고 왼손으로는 노달을 잡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노달은 정가가 왼손을 잡으려고 달려들자 발을 들어 정가의 배를 찼다. 정가는 땅바닥에 넘어졌다. 노달은 발로 정가의 가슴을 밟고 사발만한 커다란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
“경략상공이야말로 관서 지방을 다스리시니 ‘진관서’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데 너는 겨우 고기나 파는 백정으로 개 같은 놈인데, 어디 건방지게 ‘진관서’라고 하느냐! 게다가 너는 김취련에게 사기를 쳤겠다?”
노달의 주먹이 한 방 콧등에 내려쳐지자 선혈이 흘러내렸다. 코가 부러져서 비뚤어졌고, 양념 가게가 문이 열린 것처럼, 짠맛·신맛·쓴맛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정가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칼은 옆에 내동댕이친 채 입으로만 소리쳤다.
“다 쳤냐?”
노달이 욕했다.
“어미도 팔아먹을 도적놈아! 아직도 대꾸할 말이 있냐!”
다시 주먹을 들어 이번에는 눈언저리를 내리쳤다. 눈가가 다 찢어지고 눈동자가 튀어나올 뻔했는데, 마치 비단 가게가 문이 열린 것처럼 붉은 색, 검은 색, 진홍색이 모두 터져 나왔다. 양쪽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노달이 두려워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하였다. 정가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노달이 소리 질렀다.
“에라, 이 파락호야! 내가 만약 끝까지 내게 맞섰더라면 그래도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용서해 달라고 비니까, 도리어 용서 못하겠다!”
또 다시 주먹을 들어 이마를 정통으로 내리찍었다. 그러자 마치 수륙도량(水陸道場)에서 경쇠 소리, 바라 소리, 징 소리가 일제히 울리는 것 같았다. 노달이 보니, 정가는 땅바닥에 뻗어서 입으로 날숨만 나오고 들숨은 쉬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노달은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다.
“너 이 자식아! 죽은 척하지 마! 그러면 한 방 더 날릴 거다!”
정가의 얼굴은 점점 흙빛으로 변해 갔다. 노달은 생각했다.
“이놈을 한 번 패주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주먹 세 방에 죽어 버렸네. 내가 관아에 고발당하게 되면, 밥 갖다 줄 사람도 없는데. 차라리 도망치는 게 낫겠다.”
정가를 밟고 있던 발을 떼고 돌아서 가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정가의 시신을 보고 말했다.
“네놈이 죽은 척하고 있으니, 내가 천천히 다시 상대해 주마!”
한편으로 욕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웃사람들이나 정육점 점원들이 누가 감히 그를 가로막을 수 있겠는가? 노달은 처소로 돌아와, 급히 옷가지와 은자를 챙기고 짧은 봉을 들고서 남문으로 달려 나가 한 줄기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한편, 정가네 사람들이 정가를 살려보려고 애썼지만, 정가는 죽고 말았다. 가족과 이웃이 관아로 가서 고발하였다. 현령이 고발장을 접수하고서 말했다.
“노달이 경략부 군관이라면, 감히 내 마음대로 체포할 수는 없다.”
현령은 가마를 타고 경략부로 갔다. 문을 지키던 군사가 들어가 보고하자, 경략상공이 대청으로 나와 현령과 인사를 한 다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현령이 말했다.
“상공께 아룁니다. 경략부 군관 노달이 아무런 이유 없이 백정 정가를 주먹으로 때려 죽였습니다. 제 마음대로 체포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상공께 아뢰러 온 것입니다.”
경략상공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생각했다.
“저 노달이란 자는 비록 무예는 뛰어나지만, 성질이 거칠어. 지금 사람을 죽였으니, 내가 어찌 그를 비호하겠는가? 체포해서 심문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경략상공이 현령에게 말했다.
“노달은 본래 나의 아버지 경략부에 있던 군관이었는데, 내가 이곳에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그를 발탁하여 군관으로 삼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살인죄를 범했으니 현령께서 체포해서 법에 따라 심문하도록 하십시오. 만약 그의 죄가 명백하다면 아버지께 보고하여 단죄하도록 하겠습니다. 훗날 아버지께서 그를 찾게 되면, 나도 그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령이 아뢰었다.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되면 마땅히 경략상공께 보고하고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현령은 경략상공을 작별하고 다시 관아로 돌아갔다. 포교를 불러 범인 노달을 잡아오라고 분부하였다. 왕포교는 명을 받고 부하 20여 명을 거느리고 노달의 처소로 갔다. 집주인이 말했다.
“그는 보따리를 짊어지고 손에 짧은 봉을 들고서 나갔습니다. 소인은 공무로 나가는 줄로만 알고 아무 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왕포교는 주인의 말을 듣고 노달의 방문을 열어 보았다. 낡은 옷과 이부자리만 있었다. 왕포교는 집주인을 데리고 사방으로 찾아다녔지만, 노달을 찾지 못했다. 왕포교는 이웃 두 사람과 집주인을 데리고 관아로 가서 현령에게 보고하였다.
“노달은 죄가 두려워 도망쳤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집주인과 이웃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현령은 일단 그들을 감옥에 가두어 두게 하였다. 그리고 정가네 가족과 이웃들을 불러 다시 시신을 검사하였다. 정가네 가족들은 관을 마련하여 염을 하고 절에 안치하였다. 공문서를 작성하여 돌리는 한편 포교들을 동원하여 범인을 체포하도록 하였다. 원고들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이웃들은 제때 말리지 못한 죄로 곤장을 쳤다. 노달이 살던 집주인과 이웃들은 석방했다. 노달이 이미 도망쳤으므로, 각 방면에 공문을 보내 체포하도록 하고 1천관의 돈을 상금으로 내걸었다. 노달의 나이·본적·용모 등을 적어 곳곳에 붙이도록 하였다.
한편, 노달은 위주를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급히 달아났다. 마음은 조급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마냥 가다 보니 대주 안문현에 당도하였다. 성안에 들어가 보니, 거리가 번화하고 사람과 거마도 많았다. 온갖 장사꾼들이 갖가지 물건을 팔고 있었다. 비록 현이었지만, 주 관아가 있는 곳보다 더 번화하였다. 노달이 가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서 방문을 보고 있었다.
노달은 문자를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방문 읽는 소리를 들었다.
“대주 안문현은 백정 정가를 죽인 경략부 군관 노달을 체포하려 한다. 만약 그에게 숙식을 제공한다면, 범인과 같은 죄로 다스리겠다. 범인을 잡아 오거나 먼저 고발하는 자에게는 상금 1천관을 지급한다.”
노달이 방문 읽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장형! 여긴 어쩐 일이오?”
그가 노달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 즐거운 한주 되시옵소서
~언제나 상큼한 골드훅 ~
첫댓글 노달이 의협심이 강해
김노인 부녀를 구해준 것 참 잘한 일인데..
정육점 정가를 죽였으니...살인죄..
담편이 어떻게 전개 될련지 궁금?
추천은 꾸욱~
네~~~
감사합니다
노달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그려지겠네여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디스코는 아니구여? ㅎㅎ
감사합니다
오늘은 일찍 다녀갑니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달이
왜? 정 가 를 해첬는지
전편 보겠어요
즐건 저녁 되시어요
감사합니다
그눔의 성질 조금만 살살 다루지 죽일거는 뭐람
그러게요
감사합니다
사람을 너무 쉽게
죽이네요..
노달이 잡힐까요..
내일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추천 꾸욱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