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로 크게 양분돼 있던 태블릿 PC 시장에서 최근 윈도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태블릿 PC 운영체체 3파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된 태블릿 PC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다. 애플은 아이패드로 태블릿 PC 시장 판매량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삼성전자를 비롯해 후발주자들 대부분이 안드로이드 태블릿 PC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1분기 운영체제별 태블릿 PC 점유율에 따르면, iOS는 전체 중 28.4%, 안드로이드는 65.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올해 1~9월 태블릿 PC 판매량 자료를 살펴보면, iOS 기반 태블릿 PC는 전체 판매량에서 3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 PC의 점유율은 62%, 윈도 태블릿 PC는 7%를 기록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1~9월 운영체제별 태블릿 PC 판매량 점유율(자료= 다나와)
특히 아직은 10%대 점유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상반기 들어 내내 움츠려들어 있었던 윈도 태블릿 PC가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윈도 태블릿 PC 판매량은 1~4월까지 1%대 점유율에 머물러 있었으나, 5~6월 들어 5%대로 뛰어올랐다. 이후 꾸준히 판매량이 늘면서, 9월 들어서는 점유율 20%대에 진입, 19.6%를 기록한 iOS를 넘어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다나와의 1~9월 운영체제별 태블릿 PC 판매량 월별 추이(자료= 다나와)
이러한 변화는 태블릿 PC의 두뇌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SA의 2분기 태블릿 PC용 AP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플이 26%의 점유율로 1위를 수성한 가운데 인텔이 19%로 2위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위 자리에 있던 퀄컴은 17% 점유율로 3위로 밀려났고, 그 뒤를 미디어텍과 삼성전자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다나와의 1~9월 AP별 태블릿 PC 판매량 추이 또한 인텔의 역습을 잘 보여준다. 상반기 내내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3개사만이 의미 있는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하반기 들어 인텔의 점유율 그래프가 이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급상승한 것이다.

▲다나와의 1~9월 AP 제조사별 태블릿 PC 판매량 월별 추이(자료= 다나와)
앞서 인텔은 올해 자사의 태블릿 PC용 AP 출하 목표를 4000만대로 잡고,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인텔의 태블릿 PC용 AP 출하량은 약 1000만대 수준이었다.
현재 인텔이 태블릿 PC에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는 ‘아톰 베이트레일’은 윈도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모두 지원하는데, 특히 하반기 들어 윈도 태블릿 PC의 승승장구가 효자노릇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의 점유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8~9월 동안 인텔 AP를 탑재한 태블릿 PC 중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으로는 에이수스의 ‘비보탭 노트 8’과 ‘미모패드 7’, 주연테크의 ‘J-탭 2’, 아이뮤즈의 ‘뮤패드 W8’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안드로이드 기반의 미모패드 7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들은 모두 윈도를 운영체제로 탑재하고 있다.
한편, 태블릿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윈도의 점유율 상승이 MS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윈도 8 시리즈가 시장에서 크게 외면당했음을 고려하면 마냥 달가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MS가 윈도 생태계 확장을 위해 태블릿 PC 제조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서피스 프로 3’와 같은 고가형 제품보다 저가형 태블릿 PC에서만 거두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MS는 저가형 태블릿 PC OEM 파트너들에게 윈도 8.1을 기존 대비 약 1/4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공급하고 있다.

▲MS가 도시바와 손잡고 선보인 10만원 초반대 윈도 태블릿 PC ‘앙코르 미니’(사진= MS)
결국 태블릿 PC 운영체제 시장에서의 안드로이드, iOS, 윈도 3파전 구도는 MS의 고육책에 인텔과 같은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내년에 정식으로 출시될 윈도 10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MS도 저가형 윈도 태블릿 PC의 약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