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주나무는 여러 겸험자의 재배담을 취합해 보면 분재수로 가꾸기가 가장 까다로운 나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사람이 있듯이 대중의 경험치를 벗어난 재배 방식으로 성과를 낸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류를 따르는 것이 위험 부담이 가장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뒷산 능선에 고압선 철탑(이하 철탑으로 줄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철탑 주변은 한전에서 나무들을 모두 제거하여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큰 나무들은 아예 없고 작은 나무들은 목을 쳐내서 흉물스럽게 자라게 하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말 그대로 발본색원 하듯이 뿌리 하나 없이 모두 제거하여 맨땅으로 유지 시키기도 합니다.
제가 언급하고자 하는 철탑도 바로 이에 속합니다. 철탑 아래는 어린 나무 조차도 없이 뻘건 맨살을 드러내고 있고 4~5미터 반경을 벗어나야만 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4미터 정도 벗어난 자리에 노간주나무가 하나 서 있습니다.
키는 대략 6미터 정도이고 밑둥치가 상당히 굵고 가지가 무척 많습니다. 원주가 아닌 지름이 25센티 이상은 족히 될 겁니다. 굴곡 하나 없이 바닥부터 곧게 자란 나무입니다.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철탑 아래에 자리 잡은 덕에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가 없다 보니 사방팔방으로 가지가 뻗쳐 있습니다. 심지어는 땅바닥에 닿은 가지들 조차도 마르지 않고 왕성하게 생기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가지가 앙상하게 보여도 끝은 다 살아서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
기부에서 20센티 정도의 위치에서 두 갈래로 줄기가 나뉘어 있습니다. 두 줄기가 거의 붙어 있다시피 자라고 있습니다. 두 줄기의 세력 균형은 6:4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의 생존여부가 좀 위태위태합니다. 건강상태로는 앞으로도 유구한 날을 살아가기에 충분하지만 애시당초 인간의 문명과 공존하기엔 너무 위험한 곳에서 생을 시작하였습니다. 철탑 아래 뿌리를 내린 것이 불행의 첫 시작이고, 지금은 키가 너무 크게 자라 있어 곧 베어질 운명이리라 짐작을 합니다.
한 전의 철탑이나 전신주 관리는 냉혹합니다. 제가 아는 분이 한전 협력회사에 근무를 하고 있는데 주 업무는 단전시 비상출동하여 긴급복구를 하는 것입니다. 주요 업무가 없는 시간에는 전신주를 돌면서 새집을 털어내는 일을 한다 합니다. 그런데 둥지에 새끼가 들어 있다 하더라고 만일의 불상사를 위해서 망설임 없이 완전히 털어 없애버릴 정도로 철저하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매정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심이 전혀 없다고 나무랄만 하지만 사고를 유발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나름의 원칙인 것 같습니다.
철탑아래 수목을 제거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아무튼 관리 지침이 그러한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 노간주 나무는 철탑이 놓인 기둥자리로 부터 약 4미터 떨어진 곳에서 한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어릴 때에는 키가 작아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겠으나 지금은 그들이 보기엔 너무 커버린 것입니다. 이 나무 외에도 위태위태한 것이 몇 그루 더 있습니다. 그 중 산목련과 벚나무 한 그루는 어찌 옮겨 보려고 지난해에 제가 짧게 잘라두어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간주 나무는 계속 눈길만 주었지 마음을 먹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얘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철탑 기둥 옆에 언제부턴가 기름통이 하나 보입니다. 폐유가 담긴 기름 통입니다. 제 짐작으로는 다시금 주변 나무들에 발본색원을 위한 준비물로 보입니다. 아마도 제 짐작이 틀리지는 않으리라생각합니다. 산을 오가는 객이 옮겨 놓았을 리는 없을 테니까요. 관리자들의 작업시기가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대략 두달 정도 전부터 보였습니다. 나무가 동면에서 깰 시기 즈음에 작업에 들어가지 않을까 짐작을 해봅니다만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노간주 직간목'은 누구나 한번 쯤은 꿈꿔보았을 로망입니다. 단지 소재목을 입수하지를 못했거나 아니면 관리의 어려움을 미리 알아서 도전할 마음조차 먹어보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베어지기 전에 옮겨야 한다는 생각, 지금은 시기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는 무언의 지침, 또 내 짐작이 틀려서 사자의 칼날을 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
내 버려 두자니 예감이 불길하고 옮기자니 시기가 맞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직 땅이 얼어 있습니다. 기름 바르게 내버려 두기엔 나무의 운명이 허망합니다.
마지막 이 그림은 염원장님이 올렸던 분재 그림 중 직간목입니다. 꿈의 수형이죠
첫댓글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산행 시에 철탑주변을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위에 글을 읽고나니 눈에 아련거립니다.저가.분재를 시작한지가 꽤 오래 되었습니다만 처음으로 사작한 것이 노간주나무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명목소재들이 많았지만 수년, 심지어 십여년 이상 키우다 고사시킨 나무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달랑 한그루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피력할 내용들이 많습니다만 오늘은 이것으로 거칩니다. 성공을 기원드립니다.
오늘 오후에 다시 보고와서 내린 결론은 포기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1.측은지심을 이유로 하기엔 세상사가 너무 복잡미묘합니다. 뜻하지 않게 운명을 달리 하시는 분들도 너무 많기에 차라리 그 마음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좀 더 가져보는게 옳을 것 같다는 것.
2. 이식을 한다해도 살릴 가능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질 않습니다. 밑자리 흙을 걷어내 보니 드러난 것 그 이상으로 뿌리 뻗음새도 좋으나 뿌리들이 너무 굵어 기부쪽으로 잔뿌리가 거의 없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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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살린다 해도 수세를 회복하는데 수년이 걸리고 가지를 굵혀가며 수형을 만들기엔 너무도 긴 시간들과 정성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완성목은 물론이고 기대 수형에 접근 한다는 게 시간적 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철탑 관리자 분들이 기부에서 바싹 베어내기 전에 1미터 정도 높이에서
자른 후 경과를 지켜볼까 합니다.
노간주
찾는곳이 틀린것 같으네요
흙이 좋은곳은 잘자라는것은
다연지사요
석회안반이나 바위산 먼지나
이끼에 뿌리 내리는곳은
크지도 못하고 고태미 뽑네는 나무 많어요
괜시리 크고 이사가서 잘자라지
못하는 나무 가지고
고생하지 마시고 발 품 팔어서
찾아보세용
추천지역 제천입니다
댓글 내용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재목을 구하러 일부러 찾아 다닌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 입니다. 글 내용을 잘 안 보신 것 같아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