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와 50년 스테로이드와 40년"
아토피와의 싸움을 무려 30여년간이나 치루고 있는 분을 만나뵈었다.
아토피와의 전쟁은 하루가 1년이고 1주일은 10년과 같다고 스스로들 비유하고는 한다..이제 곧 50살을 바라보시는 분이다. 그러니 아토피라는 질병이 얼마나 끈질긴 질병인가...
가장 최근에 치료했던 것은 A한의원과 W한의원이었다. 그 분이 한의원 치료를 고집하는 이유는 양약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지난 40여년간 충분히 체득하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직접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와요법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고 국내에 들어와 W한의원에서 니와요법 치료를 받기도 했었다. A한의원에서는 리바운드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셨다.
중학교때 양볼에 버짐이 피어올랐는데 그 때부터 피부연고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후회를 하는 부분이라는 말씀을 거듭 말씀하셨다.
[연세대 의대 피부과 김수찬(金秀燦) 교수는 지난해 전국 병의원 20여곳에서 피부용 연고제 사용으로 부작용이 나타난 1257명을 조사한 결과 약물 오용(誤用)으로 치료가 지연된 사례가 40%, 곰팡이균 감염 29%, 세균 감염 14%, 접촉피부염 9% 등의 순이었다고 이번 학회에서 밝혔다. 특히 스테로이드연고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모두 620건(49%)에 이르렀다.]
- 2003. 06. 01 동아일보 기사 일부 발췌 -
아토피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약독발반이다. 약독발반은 주로 스테로이드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인체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는데 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연고제 사용 부작용 중 스테로이드연고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49%나 된다. 그 만큼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태열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도서들을 섭렵했고 안가본 병원이 없다는 화려한 경력사항을 늘어놓았다. 결과는 늘 원점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야기를 듣는 내 가슴 한 편에서는 안스러운 마음까지 들기시작했다. 어느 새 "알아요...더 말씀안하셔도 전 다 알아요.."라며 줄기차게 나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오랜 성인아토피안 분들에게 나는 "정말 정신건강이 온전하신 것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라는 이야기를 꼭 해드리고 싶다. 아토피라는 질환은 그렇게 사람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아주 끔찍한 질환이다.
이제 그분은 스테로이드 경구제제를 섭취하지 않으면 이제는 온전하게 3일을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속칭 약발도 안 먹히는 상황이었다. 얼굴 안면 전체는 붉게 달아오르며 귀에서는 진물이 나오기 시작하니 얼마나 인체가 약물에 의지하고 있었는지 무기력한 그 분의 모습에 한숨이 길게 내쉬어진다.(약물사용을 중단하고 3달이 넘어서야 리바운드 과정을 겪는 분들도 있다.)
"스테로이드를 바르면서 평생산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고등급을 조절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사용하는 연고의 등급은 올라갈 수 밖에 없어요. 약물에 의지하며 산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감을 앉고가는 것이기에 스테로이드로부터 벗어나야해요. 그런데 지금 약물을 중단하면 뿜어나올 것들이 너무 많아 두렵네요..그리고 괴물로 변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봐야한 다는 것이 저를 힘겹게 만드는 군요..."
"약물을 중단하면 뿜어내는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 건가요?" 그렇게 나에게 수차례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
나 역시도 "아니요..."라는 그 분이 원하는 대답을 해드리고 싶었지만 "네"라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저도 좀 더 편하고 빨리 그리고 고통없이 치료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마음입니다만 현실은 그렇치 않다는 사실이네요. 그래서 그렇게 물어보시면 답해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의사라는 사람들에게 불신감이 가득찬 상태에서 더 이상 믿고 의지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안경을 벗고 퉁퉁 부어오른 눈을 선뜻 보여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속으로 건투를 빌고 또 빌었다. 그 분은 40여년...이라는 시간...정말 결코 쉽게 바라볼 수 없는 시간들이다.
그러나 아직 인생의 절반을 자기 자신과 끝없는 전쟁에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불안감에 가득찬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마음 속에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의사의 감투가 아닌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 내가 있는 곳까지 기꺼이 차를 몰로 달려와주신 그 분이 반드시 보이지 않는 이 전쟁에서 나는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간 사용은 안전하다"며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어려운 이야기만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는 의사들에게 나는 오히려 동정표를 던지고 싶다.
간, 심, 비, 폐, 신!!!
* 현재 두달이 지난 지금 많이 리바운드 과정을 무사히 극복하시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