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래는 안 그랬는데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성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을 일들에도 짜증이나 화가 불쑥불쑥 치미는데,
이걸 컨트롤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심리학에서는 성격을 고정변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변하기 힘들다는 건데,
이를테면,
온화한 성격이라 함은,
성격심리학적으로 고 우호성과 저 신경성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고나기를 타인에게 우호적이면서 스트레스에 둔감하고 태평한 성격으로 태어난 거죠.
이게 선천적으로 기질이, 신경계가 이렇게 태어난 것이므로,
그 사람의 일생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후천적으로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기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성향이 조형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기질을 이겨낼만큼 압도적으로 임팩트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 관계로,
(ex. 극외향의 기질인데, 침묵수행을 하는 수도원에서 자라남)
통상적으로 성격(선천적 기질+후천적 성향)은 변하기 힘들다라는 합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질이 변한다면 이제부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신경계의 악화 또는 노화
화를 잘 내지 않고 온화한 사람은
기질적으로 심장이 안정적으로, 규칙적으로 뜁니다.
살면서 왠 그지같은 일과 맞딱드려도,
심장이 미칠듯이 펌핑하면서 혈류량을 급증시키지 않아요.
이게 현대사회에선 좋아보이지만,
원래대로라면 "스트레스 기능"이 매우 떨어져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위급상황 시(ex. 포식자와 맞딱뜨리는 상황)
심장에 펌프질을 해대며 도망치거나 맞서 싸울 수 있게끔 급성파워를 부여하는 기능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옛날이라면, 위급상황에도 심박수가 잔잔하고 느긋한 원시인 선배들은 '허허'거리면서 요단강을 건넜겠죠.
(온화하고 태평한 성격은 스트레스의 기능성이 떨어져 생존 확률이 낮았을 것임)
기질적으로, 화급하고 공격적이며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들은
신경생리학적으로 봤을 때, 스트레스 반응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별 일 아니어도, 심장이 미칠듯이 펌프질을 해대며 경계 태세를 갖추는 거거든요.
화나 짜증 같은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의 선행지표는 바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부터 시작되는 격렬한 심장 박동의 움직임, 즉, 심장 두근거림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상황일 때, 우리의 심장 박동이 어떠한지.
반대로, 심장 박동이 농촌 브이로그 볼때마냥 잔잔한 상황이라면
우리는 좀처럼 짜증이나 화를 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신경체계가 지금은 평화로운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기질의 영역에서는, 신경체계가 선천적으로 다르게 태어나게 되는데,
이 신경시스템이 후천적으로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아니, 나빠지거나 퇴행, 또는 노화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죠.
우리의 신경계는 원래,
"활동"의 교감신경과 "휴식"의 부교감신경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의 교감신경이 너무나도 자주 자극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교감신경을 자극시키는 것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카페인(각성제), 스트레스, 과도한 당(분), 수면 부족 등등
쉬어야 할 때, 즉,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해야할 때조차도,
교감신경을 계속해서 자극시키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커피를 달고 살고, 스트레스 받을 일 천지에, 스트레스 받으니 늘 단 게 땡기고, 놀아야하니 잠은 줄여야겠고...
이런 식의 삶이 누적되면, 몸이 버틸만큼 버텨내다가 결국에는 패배하고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답답함, 가슴 두근거림, 예민해짐, 화나 짜증이 잦아짐 등등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폭삭하고 주저앉으면서,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폭탄에 얻어맞게 되는 것이죠.
원래는 온화했던 사람일지라도,
카페인과 과당/포도당의 잦은 섭취나 스트레스 폭격, 불면증 등에 노출되다 보면,
자율신경계가 망가지면서, 교감신경이 극도로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교감신경이 극도로 활성화된다 함은, 매사가 스트레스 상황으로 느껴진다는 소리나 다를바 없습니다.
평상시에도 심장이 펌핑하고, 피가 세게 돌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부근이 저릿저릿하고,
마치, 사방에 포식자들한테 둘러쌓인 채, 24시간동안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나 똑같은 겁니다.
이처럼 심장 박동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변에 조금만 자극이 와도 짜증이나 화가 팡하고 터질 수 밖에 없어요.
예민하지만 예민함을 숨기고 조용히 지내는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 이유로,
운전을 할 땐, 우리의 신경체계가 계속해서 스트레스 자극을 받게 되므로, 교감신경이 미칠듯이 항진되는 것이죠.
교감신경이 극도로 자극받으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욱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심리학이 아니라 생리학입니다.
요즘 부쩍 예전과는 달리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일차적으로,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검사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것이 효과적이고,
반드시,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줘야만 해요.
카페인과 과당의 섭취를 제한해야 하며,
자극이 덜 한 환경에서 푹 쉬면서, 자율신경계의 밸런스를 다시 맞춰야 합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게 과당의 역할인데,
단 걸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혈액 내 당수치가 떨어지게 되고,
급락한 당수치를 다시 올리기 위해서 일련의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배출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왜 배출되느냐?
심장을 펌핑시키려면 혈액 내에 당이 충분해야 하는데,
당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태울 연료가 부족해, 미래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스트레스 상황을 준비하기 위해, 대비조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출현하게 되는 겁니다.
즉, '아 당 떨어져'라는 느낌에 단 걸 먹으면 그 순간은 달콤하겠지만,
과도한 인슐린의 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영문도 모른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겁니다.
그럼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또 단 게 땡기겠죠?
그야말로, "당과 스트레스의 악순환"인 겁니다.
성격이 나빠졌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의심해봐야 할 것은
신경계가 악화되거나 노화돼 기능성이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즉, 신경계의 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내 정신에 영향을 미친 것이죠.
약과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얼마든지 예전의 온화했던 성격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안좋은 환경이나 잘못된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우리의 마음과 멘탈도 얼마든지 노화될 수 있고, 다시 회춘할 수도 있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딱 요즘 제 상황이네요
왤케 작은일에도 감정에 요동치는지
가장 큰 문제점은 스트레스를 벗어날 방법이 없어요ㅠ
얼마든지요. 아들 키우는 엄마들에게서 많이 봤습니다. 당장 제 와이프부터... (-_-)
나이 들면서 제 성격이 바뀌는걸 실감하죠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내거나 못 참아요
나이먹으면 고집은 세지고 참을성은 줄어듭니다.
재작년과 작년에 딱 이랬습니다. 다이어트 한다고 몸무게 70대로 떨어뜨리고... 갱년기라 그런가 했는데 아니었나보네요.
말씀하신 '약과 생활습관의 개선' 중 약을 대체할 음식 같은 건 궁금하네요. 아, 알려주시라는 건 아닙니다. 아마 있더라도 미미한 효과밖에 없는 채소나 과일일 테니. 아마 자극이 덜 한 환경에서 푹 쉬면서, 자율신경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처방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ㅎㅎ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올해는 아니지만 갑작스런 짜증에 스스로 놀라고는 했는데, 많이 이해됐습니다. :)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주는 영양제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교감신경을 안정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면 고혈압 계통, 신경안정제 계통 등의 약을 처방해 줍니다.
음식으로 대체하시려면, 이렇게 심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영양소를 갖춘 음식물을 찾아서 섭취하시면 될 듯 해요.
이런..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것들만 하고 있었네요.
무명자님, 글 감사합니다. 반대로 부교감 신경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안좋은 상태인가요. 궁금하네요:)
정반대로 에너지가 훅 떨어지고 심장이 느리게 뛰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지속될 시, 무기력증이나 우울감과 같은 심리 상태를 느끼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