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은 이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요며칠 필~ 받은 김에 마저 두서없이 주절거려 볼게요.^^
한국에 있을 때는 쇼핑봉투 한 장에 ~50원을 받고, 되돌려줄 땐 ~50원을 환불해 주었지요.
전 이 환불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돈을 생각하면 고맙지만, 기본 목적인 쇼핑봉투 적게 쓰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거든요.
환불해주는 것 믿고 장바구니 이용을 덜 하게 되더라구요.
봉투를 살 때에도 매번 새 봉투를 주는 걸 보면 기존에 되돌려받은 헌 봉투는 다시 활용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 저는 환불이 없는 중국의 쇼핑봉투 정책에 더 찬성을 하는 쪽입니다.
중국의 봉투는 쉽게 찢어지는 반면 땅에 묻혔을 땐 그만큼 분해가 빠르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여기서 과일 가게나 채소 가게를 갈 때는 전에 받은 봉투들을 들고 가서 한두번 더 재활용한답니다.
이 가게들은 봉투값을 받는 곳은 아니지만,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칠 않거든요.
인심도 후해서 양이 적더라도 종류별로 따로따로 정성껏 담아주지요.
예고 없이 물건을 사는 경우는 저울에 단 뒤 가능한한 한 봉투에 담고, 나머지는 돌려줍니다.
이 때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요.
왜 그러지? 하면서 순간 멍한 표정이 되어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자기 반성을 하는 듯한 아저씨,
황송해 하면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리어커 아줌마,
봉투는 많으니 그럴 필요 없다고 오히려 튼튼하게 한 번 더 싸주는 무정한(?) 과일가게 아르바이트 총각,
땡 잡았다 하는 표정의 얌체같은 리어커 아저씨, ㅋㅋ
한번은 지엔삥을 사면서 뜨거운 것을 비닐 종이에 담으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집에 있는 도시락 통을 들고갔더니
제 하는 꼴이 인상 깊었는지, 다음번엔 금방 절 알아보고는 오늘도 몇 개가 필요한 거냐고 우리 식구수를 기억해서
반갑게 만들어 주는 친절한 아저씨, ㅎㅎ 이 아저씨는 제가 안 가면 섭섭해 할 것 같아 가끔씩 일부러 들러 준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재활용되지만, 이곳 재활용 아줌마가 판로가 어렵다고 값을 안 쳐주는 일부 상표의 맥주병, 철 캔, p.p 등은
그래도 혹시나 하고 분리하여 쓰레기 통 옆에 얌전히 갖다 놓아요.
ㅎㅎ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중국에 와서도 이렇게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네요.
요즘 세제는 인(磷) 성분이 안 들어간 게 있더라구요.
이게 세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피부에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요즘 대세가 뭐 안 들어 갔다면 좋은 것이므로 ㅋㅋ, 만약 세탁력이 떨어질지라도(물만으로도 세탁한다는데 뭐)
다른 데 기여하는 게 있겠지 하고 사용하고 있답니다.
세제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당연지사 ( 제조사도 장삿속에 최대 사용량을 표시해 놓았을 것이니)
퐁퐁은 물을 절반 정도 섞어 쓰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세제 낭비도 적은 것 같고, 그릇도 덜 미끄러워서 헹구기도 쉽구요.
또 아이들이 비눗방울 놀이 할 때 바로 따라 쓰면 편리해요.
화장실 청소는 강력한 효과를 사양하고 있어요. 보통 세제가 필요할 땐 주로 머리 샴푸로 처리한다는...
전에는 빨래 삶을 때 세제랑 옥시크린 넣어서 뽀얗게 삶아냈는데, 화학제품을 끓여서 좋을 게 없다 싶어서
비누만 쓰거나 요즘은 물만 넣어서 삶기도 해요.
아이들 옷도 집에서 묻힌 깨끗한 오염은 그냥 하루 더 입히구요.
아이들이 어렸을 땐 비누로 머리 감기고 했는데 사춘기에 들어섰는지 지금은 빳빳하다고 알아서 샴푸로 전환하네요.
하지만 린스 사용은 안 해요. 저도 그렇고.
요즘은 방학이라 늦잠들을 자다보니 아침과 점심 간격이 짧아져서 웬만한 그릇들은 다시 재활용(?)하는
신종 버릇도 생겼어요. 설거지감이 준다는 일차적인 목표를 환경 오염 덜 시킨다는 큰 뜻으로 해석도 하구요.^^
배달 주문시킬 때 공짜로 따라오는 먹지 않는 단무지, 남아 돌아가는 필요 없는 일회용 젓가락은 주문할 때 미리 사양하구요.
젓가락은 표백제를 사용하기도 한다네요.
그리고 외식할 땐 남은 음식 포장해 와요.
ㅎㅎ 제가 좀 유난하다고 느끼실지 모르겠는데, 전 습관이 되어서 이게 편하답니다.
아이들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면, 적당히 면역력들이 생겼을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자연을 좋아해서 장래 꿈이 환경 학자라는 아들 덕분이에요(요즘은 또다른 꿈들도 많이 생겼지만).
5년 전 쯤 처음 이런 문제를 실천하려 했을 땐 스스로도 좀 가식적인 게 아닐까 어색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생활이 되었어요.
한국에 있을 땐 반에서 자동차가 없는 유일한 가족으로 뽑혀 (자전거만 다섯 대에 휴대폰, 인터넷도 없던터라)
아들이 선생님으로부터 " 무공해 가족" 이란 말을 듣고 왔다고 뿌듯해 한 기억이 있어요.
자동차는 애 아빠 직장이 걸어서 출퇴근할 만하니 특별히 필요가 없었고, 휴대폰도 쬐끔 아쉬울 때가 있지만 건강에도 좋다하고
(아빠 휴대폰을 장만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시골 아버님과 버스 터미널에서 엇갈려 버린 점을 포함, 남들이 더 불편해 하더라구요.ㅋ)
인터넷은, 학교 숙제 자료 같은 것은 아빠에게 부탁해 오거나 근처의 공공 기관을 이용했는데,
이것도 컴퓨터 앞에 붙어있는 시간을 줄여줘서 좋아요.
'어린이를 위한 환경보고서 땅'
' " 물'
' " (공기)'
' 내가 지켜줄게 지구야 '
.
.
이런 책들도 저를 세뇌시켰지요. 심심할 때 아이들이랑 함께 읽어 보세요.
그러면 아마 회원님들도 저처럼 칠칠해지실 걸요?^^
덧붙여 중국 사람들에게 제가 우선적으로 부탁하고 싶은 건
하룻동안 수억 개가 사라질 일회용 p.p 컵과 젓가락 사용 줄이기, 줄담배 안 피우기, 폭죽 아껴 쏘기에요.
ㅜㅜ 그래서 상해 하늘이 희끄무레한 거죠?
근데 이 사람들이 닳도록 입는 낡은 옷, 녹슬어 부식된 자전거도 수리해서 다시 쓰고 하는 이런 점은 예뻐보여요.
물론 주로 서민층에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끝으로 저랑 큰 딸이 실천해보려다 실패한 것이 있는데요.
아~ 비누로 머리 감고 식초로 헹구기, 이건 정말 안 되겠어요.
빳빳해진 머리 부드럽게 한다고 식촐 많이 썼더니만,
종일 오이피클된 기분,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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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혼자서 걍 습관이 되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별것도 아닌 걸 드러내 놓는다고 아직은 척한다는 소리 들을려나...
대단하신네요....저도 반성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야겠어요...
구름이님 글을 요사이 몇개 접했는데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 스러운 마음이 드네요...작은것에서 조차 아끼고 생각하는 마을이 정말 아름답네요,,,전 아직 비누로 머리를 감는데 이유가 과연 샴푸가 머리에 좋을까 하는 문제여서 출발한 거였지요...샴푸를 하고나면 아무리 헹궈도 머리에 잔량이 남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그 후로는 ,...암튼 내것 뿐만이 아닌 우리것을 아끼려하는 님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감동 입니다.
알고도 귀찮아서 실천 못하는데 , 대단하십니다.
쓰레기 분리수거 안하고 맘대로 버릴수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맘 한구석 항상 찝찝했어요... 죄짓는것같이... 그래서 저도 요즘은 폐지와 빈 프라스틱병은 분리해서 아줌마 줍답니다.
구름이님의 글을 보니 제 마음이 다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중국 환경부장관으로 위촉드리고 싶군요^^
^^ 여~러분의 관심과 호응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저도 쓰레기 분리수거, 봉투 안쓰기, 자전거 타기등은 생활화 되어서 하던데로 사는것이 더편하더라구요... 그래도 구름님 정말 대단하시네요...전 샴푸,린스 안쓰는건 정말 안되던데^^
한국가면 아주 당연하게 분리수거가 되는데 중국만 오면 흐지부지 됩니다.. 첨 중국 왔을 땐 열심히 분리수거 했는데 이젠 음식물만 분리하고 다른건 한꺼번에...-.-;;; 다시 분리수거 해야겠습니다..반성하고 갑니다...
저도 한다고 하는 편인데 구름님에 비하니 아무것도 아니네요,, 많이 배우고 나갑니다.. 이런글 많이 더 올려 주셔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해요..
구름이님 좋은 글 늦게 읽었네요. 비누로 머리 감고 식초가 좀 그렇죠? 구연산을 물에 희석해서 구연산 린스를 쓰면 효과도 좋고 냄새도 안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