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대화-상대방과 관련된 것을 화제로 삼아라
“아빠,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누가 우승할 것 같아요?”
“올해는 프리메라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바르셀로나가 유력하지 않을까.”
“제 생각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올해도 우승할 것 같아요.”
“올 시즌에는 승률도 낮고, 힘들 거야. 뛰는 거 보면 호날두도 예전 같지 않아.”
대기업에 근무하는 J 부장과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과의 대화다.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서로 대화 한마디 없던 부자지간이었다. 그는 회사 일로, 아들은 공부로 바쁘다 보니 주말 저녁이나 되어야 간신히 마주 앉아서 식사 한 끼 할 뿐이었다. 말을 붙여도 돌아오는 아들의 대답은 무뚝뚝했고, 주말에 같이 놀러 가려고 해도 학원에 가야 한다며 따라나서지 않았다. 말이 자식이지, 타인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왜 온갖 고생을 하며 돈을 벌고 있지?’
J 부장은 삶에 회의를 느꼈고, 하나뿐인 아들에게 다가가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아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시큰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즐겨 본다는 사실을 알았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아들의 유일한 취미였다. 그는 그때부터 프리메라리가에 대해 공부했고, 아들이 좋아하는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 보았다. 그러다 보니 3년 전부터 조금씩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서 지인들의 부러움을 산다.
“나는 좀비영화가 정말 싫어! 피로 떡칠하고는 눈동자 까뒤집고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는데 꿈에 나올까 봐 무서워. 도대체 왜 그런 영화를 돈 주고 보는지 모르겠어.”
“나는 개고기가 싫어! 외국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잖아? 먹을 게 부족한 시대라면 몰라도, 먹을 게 지천인데 그걸 왜 계속 먹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
사람들은 내가 싫어하면 상대방도 싫어하고, 내가 좋아하면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논쟁하고 싶지 않아서 싫어하는 척하고, 좋아하는 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면 내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데이트할 때도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하고 나면 호감을 사기 한결 수월하다.
“은수 씨, 내일 청주 공예 비엔날레 함께 가지 않을래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영화관보다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데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분야라면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점심으로 칼국수 어때요?”
“어? 칼국수 저도 무척 좋아해요. 여기 버섯칼국수로 유명한 집 있는데 우리 거기 가요.”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개봉관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게 일반적인 데이트 코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의 정성만 기울이면 SNS를 통해서든, 상대방의 지인을 통해서든 알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 말은 전쟁에서뿐만 아니라 대화에서도 유효하다. 쉽게 마음을 움직이려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상대방의 일을 화제로 삼는다면 몇 시간이든 귀를 기울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타인의 일에는 둔감하지만 자신과 관련된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뇌의 속성이다.
*위 글은 한창욱님의 저서 “품격 있는 대화” Chapter4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 중 “3. 상대방과 관련된 것을 화제로 삼아라”를 옮겨 본 것입니다.
*참고로 한창욱님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해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가 투자컨설팅 회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였으며, 첫 작품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에 ‘마음연구소’를 열었고, 이곳에서 독서와 명상 등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이라 부른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 “나를 이기는 5분 습관”, “마음을 슬쩍 훔치는 기술”, “펭귄을 날게 하라”, “서른, 머뭇거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진심으로 설득하라”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