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산 영지를 찾아
며칠째 장마가 진행 중인 칠월 초순이다. 엊그제 화산 자락이 장유계곡으로 흘러내린 골짜기에 들어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겼더니 더위를 잊을 만했다. 하산길 숲을 헤쳐 나오다가 참나무가 삭은 그루터기에 붙은 영지를 찾아낸 성과가 있었다. 어제는 용제봉 숲으로 들어 삼림욕을 하고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 나왔다. 용제봉 숲에서도 역시 영지버섯을 몇 무더기 찾아 따왔다.
바야흐로 영지의 계절이 왔다. 내가 자연의 배움터에서 수행하는 과제는 채집 활동이 상당량 비중을 차지한다. 봄에는 산과 들로 나가 일용할 찬거리로 삼는 들나물이나 산나물을 채집해 옴이 일과이다시피 했다. 우리 집은 물론 이웃이나 지기들과 나누기 예사였다. 지난달까지 강변 대숲으로 나가 죽순을 꺾어왔고, 거제 국사봉으로 올라 자연산 곰취 잎을 따와 쌈으로 싸 먹고 있다.
유월이 가고 칠월에 접어들면서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가 그치는 틈새에 산행을 나서면 내가 배낭을 채워오는 내용물이 영지버섯이다. 영지는 고사목이 된 참나무 그루터기에 붙는 약용 버섯이다. 장마철에 갓을 펼쳐 예쁘게 자라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 벌레가 파먹거나 절로 사그라진다. 가을이 오기 전 영지를 채집해 말려 건재로 삼아 찻물을 달여 음용하는 재료로 삼는다.
장마철부터 한여름에 걸쳐 한 달 남짓 산행에서 채집하는 영지버섯은 그 양이 제법 된다. 영지버섯은 훈증 건조해야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나는 그렇게까지 하질 못한다. 칼로 잘게 자르거나 원형 그대로 여름내 베란다에 펼쳐 말려 건재로 만들어 형제들이 우선순위고 주변 지기들에게도 아낌없이 나눈다. 나는 나중 남은 부스러기 정도로 약차를 달여 먹는다.
칠월이면 장마 기간이지만 볕이 나면 온열질환을 조심해야 할 만큼 무덥다. 그래서 온종일 산행을 나서면 체력이 소진 고갈되기에 이른 아침 선선할 때 산행을 나서 아침나절 집으로 복귀하기 일쑤다. 얼음 생수는 기본으로 준비하고 때로는 탈수 현상을 대비해 약간의 소금도 챙겨야 함은 잊지 않는다.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의 염분이 빠져나가면 그만큼 소금을 벌충시켜 줘야 한다.
오후에 장맛비가 활성화된다는 칠월 초순 화요일이다. 비가 오기 전에 영지 채집 산행을 위해 이른 길을 나섰다. 근자에 개편된 시내버스 운행 체계에서 집 근처에 214번 노선이 생겼다. 불모산동에서 출발해 웅남동 주민운동장으로 가는 버스였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214번 버스를 탔더니 팔용동 버스터미널과 농산물도매시장을 거쳐 공단 배후도로를 달려 웅남주민운동장으로 갔다.
작년 여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던 양곡천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천변을 따라 걸어 마창대교로 접속하는 도로가 높다란 교각으로 걸쳐진 산성산 둘레길 숲으로 들었다. 편백 조림지를 지나니 하늘나리가 빨간 꽃을 피워 눈길을 끌었다. 그늘진 습지를 좋아하는 하늘나리는 꽃잎을 하늘로 향하게 피는 특징이 있었다. 산성산 둘레길은 삼귀 해안에 이르도록 아주 길고 긴 구간이다.
바람소리길 쉼터에서 등산로를 벗어나 삭은 참나무 그루터기를 살폈더니 노랗게 갓을 펼쳐 자라는 영지를 찾아냈다. 숲은 천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령이 찬 나무는 절로 말라 죽는 경우가 있었다. 활엽수 가운데 참나무 계열은 고사목이 되면 밑둥치에 버섯 포자가 붙어 영지가 자라 나왔다. 넓은 숲속을 누비다 보면 고사목이 드문데 영지버섯이 붙는 삭은 참나무는 더 드물었다.
산성산 둘레길의 정상부 전망 정자에 서니 나뭇가지 사이로 합포만과 두산중공업 공장이 드러났다. 생수와 간식으로 가져간 초코파이를 먹고 숲을 더 누벼 영지버섯 무더기를 찾아낸 성과가 있었다. 평일인데다가 오후는 강수가 예보되어선지 산중에는 인적이 아무도 없었다. 송전탑이 지나는 산허리에서 삼림욕을 겸해 영지버섯을 찾다가 큰까치수염이 피운 하얀 꽃을 만나기도 했다. 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