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노동균] 최근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텔레그램(Telegram)’의 돌풍이 심상찮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다. 이미 2일 현재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인기 차트에서는 텔레그램이 카카오톡을 앞지르고 1위에 랭크돼 있다. 누적 다운로드 수도 국내에서만 3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2일 현재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인기 차트 현황
텔레그램의 인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서의 입소문 덕을 톡톡히 봤다. 앞서 검찰이 SNS,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는 악성 루머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검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이에 누리꾼들은 대화 내용을 원천적으로 외부에서 조회할 수 없는 메신저로 ‘사이버 망명’을 떠나기 시작한 것.
일반적으로 메신저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면 메신저 회사가 운영하는 서버를 거쳐 상대방에게 전송되기 때문에 서버를 통해 메시지 내용 감시가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의 경우에도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서버에 약 1주일간 보관한다. 최근 검열 논란과 관련해 카카오톡은 이달 안으로 대화 내용 저장 기간을 2~3일로 축소한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는 개발자 파벨 두로프가 제작한 텔레그램은 대화 내용을 암호화할 수 있고, 특히 대화 내용이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초 텔레그램은 파벨 두로프가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작된 메신저라는 점에서 그 보안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서버도 러시아가 아닌 독일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텔레그램이 말하는 텔레그램의 특징 9가지(사진= www.telegram.org)
서버가 해킹되더라도 대화 내용이 노출되지 않는 암호화 기술도 텔레그램의 특징이다. 앞서 지난해 말 파벨 두로프는 텔레그램의 소스코드를 공개한 후 서버 코드의 암호화를 해제하는 사람에게 20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이색적인 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금을 가져간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냅챗과 같이 타이머를 설정해 메시지를 전송하면 설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메시지가 삭제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삭제되는 시간은 2초, 5초, 1분, 1시간, 하루, 일주일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채팅방을 처음 만들 기기에서만 메시지를 볼 수 있는 비밀 채팅방 기능도 제공한다. 현재 텔레그램에 접속 중인 기기 외에 다른 기기에서의 접속 세션을 모두 끊어버릴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한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텔레그램의 강점이다. 텔레그램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아이폰 및 아이패드, 윈도폰까지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용 버전으로 배포되고 있다. PC용도 있다. 윈도, 맥 OS X, 리눅스 운영체제 기반 PC에 설치해 사용하거나, 아예 별도의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텔레그램은 안드로이드, iOS, 윈도를 비롯해 PC에서도 다양한 운영체제 버전을 지원한다.(사진= www.telegram.org)
단, 아직 한글 버전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그러나 여타 메신저 앱과 사용법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영문이라고는 해도 사용상에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가 한국에서 텔레그램 열풍이 불고 있음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한국어 버전의 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
텔레그램 사용을 위해서는 앱을 내려받은 후 첫 실행 시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SMS로 발송되는 인증번호를 넣는 과정이 거의 전부다. 대화 상대는 사용자의 연락처에 저장돼 있는 지인들만 대상으로 하며, 직접 전화번호를 입력해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톡에 비해 기능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보안성, 편의성을 위한 메신저로서의 기본 기능은 충실하다.
사진과 동영상 등 첨부파일 전송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으면 체크 표시가 뜨고, 메시지 입력 중에는 ‘Typing...’이라고 표시해 준다. 카카오톡에 비해 이모티콘이나 기능 면에서 간소하다는 느낌은 분명히 들지만, 메신저의 목적에 부합하는 보안성과 함께 간결하고 빠른 앱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